[비즈니스포스트] 한미약품그룹 오너일가가 화합을 강조하면서도 물밑으로 여전히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임주현 부회장이 추진하고 있는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정원 확대도 임종윤·임종훈 형제들의 힘을 줄이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 한미약품그룹이 가족간 화합을 선언한 지 20일 만에 다시 경영권 분쟁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위쪽부터)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임주현 한미약품그룹 부회장(아래 왼쪽 첫번째).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가운데),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30일 비즈니스포스트 취재를 종합하면 임종윤 측에서는 신동국 회장의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합류는 찬성하지만 정관변경은 반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임종윤 측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신 회장의 합류는 한미사이언스의 기존 정관에 따라 이사회 정원 10명을 충족한다"며 "하지만 2명을 추가로 선임하게 되면 정관을 변경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관 변경은 특별결의 사항”이라며 “이와 관련해서는 임 이사 측은 반대하고 있어 임시 주총에서 이를 부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족간 갈등을 봉합한다고 선언한 지 20일 만에 다시 갈등이 재점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는 9일 신동국 회장과 만난 이후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가족간 분쟁이 종식되고 불협화음이 종식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주주 3인의 이사회 정원 확대에 대해 임종윤 측이 반대하고 나서면서 가족간 불협화음은 지속되고 있는 모양새다.
신동국 회장을 포함한 3인은 29일 한미사이언스 정관 변경을 통해 이사회 정원을 12명으로 확대하고 3명의 이사를 추가로 선임하기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청구한 바 있다.
사실상 임종윤 임종훈 형제의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영향력을 축소하려는 의도로도 해석할 수 있다.
현재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임종윤 임종훈 형제를 포함해 형제측 인물 5명과 송영숙 회장 및 임주현 부회장측 인물 4명 등 9명으로 구성돼 형제 측이 과반수를 장악했다.
물론 한미사이언스 정관상 이사회 정원이 10명으로 1명을 추가로 선임한다 해도 5대5라는 점에서 힘의 균형을 당장 깰 수 없는 상태다.
대주주 3인으로서는 이를 뒤집기 위해 12명으로 늘려 7대 5로 과반수를 가져가겠다는 것이다.
▲ 한미약품그룹 본사 전경.
하지만 정관변경은 상법상 특별결의 사항으로 형제측이 사실 조금 더 유리한 측면이 있다.
특별결의 사항을 가결하기 위해서는 출석주주 의결권의 3분의 2이상과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반대로 말하면 이를 저지하기 위해서는 출석주주 의결권의 3분의 1이상이 반대하면 된다는 뜻이다.
물론 신동국 회장을 포함해 대주주 3인측 지분이 48.19%로 과반에 가깝지만 66.67%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는 반면 형제측 지분은 29.07%로 33.34%까지는 약 4.27%만 확보하면 된다.
국민연금(6.04%)이 만약 형제측 손을 들어주게 된다면 100% 지분이 출석하더라도 안건은 부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임종윤 이사측에서 계산한 현재 형제측 특별관계자 지분은 32.13%라는 점에서 따져본다면 현재 1.3%가량만 추가로 확보하면 이사회 정원 확대를 충분히 저지할 수 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