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DGB금융지주 주가는 전날 789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12월28일)과 비교하면 7% 하락했다.
상장 은행금융지주 7곳(KB·신한·하나·우리·BNK·DGB·JB) 가운데 올해 들어 주가가 빠진 곳은 DGB금융이 유일하다. DGB와 함께 지방금융지주로 분류됐던 BNK금융과 JB금융도 같은 기간 주가가 각각 20%, 27% 가량 올랐다.
DGB금융 핵심계열사 DGB대구은행이 창립 57년 만에 시중은행 iM뱅크로 전환하면서 주주환원이 위축될 수 있다는 시장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DGB금융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1분기 말 기준 11.07%로 은행지주 가운데 가장 낮다. CET1은 금융사 자본여력을 나타내 주주환원 정도를 가늠하는 주요 기준으로 쓰인다.
국내 금융주 ‘큰손’으로 여겨지는 외국인투자자 이탈도 주가 하락을 이끈 요인으로 꼽힌다. DGB금융 외국인투자자 비중은 지난해 말 46.4%에서 전날 기준 44.4%선까지 2%포인트 가량 빠졌다.
상장 은행지주사 가운데 밸류업 열풍에도 외국인투자자 선택을 받지 못한 곳은 DGB금융과 2019~2020년 대규모 유상증자 여파에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이 나온 신한금융뿐이다.
황병우 DGB금융 회장이 취임 이후 펼친 주주친화 정책이 아직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그는 3월 DGB금융 회장 취임 뒤 첫 해외일정으로 6월 미국 뉴욕과 보스턴,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등을 돌며 투자자 스킨십을 늘렸다. 5월 말에는 이틀에 걸쳐 자사주를 1만 주(약 8191만 원어치)를 장내매수했는데 당시 지주 경영진도 동참해 모두 16만 주를 사들였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담도 DGB금융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세부적으로는 BNK투자증권은 5일 1만1천 원에서 9500원으로, 6월 말 SK증권은 1만1600원에서 9400원으로, IBK투자증권은 9천 원에서 8700원으로 목표주가를 낮춰 잡았다.
김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DGB금융은 부동산PF 대손 부담 확대로 지배주주 순이익이 큰 폭으로 줄어들 것”이라며 “증권자회사 추가 충당금을 2천억 원 쌓는다고 가정했을 때 대손충당금이 큰 폭으로 늘어났을 것이다”고 바라봤다.
상장기업 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DGB금융은 2분기 연결기준 순이익(지배주주) 755억 원을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2분기보다 46.7% 가량 줄어드는 것이다.
▲ iM뱅크 대구 수성 본점.
황 회장은 주가 부양과 외국인투자자 유치, 실적 개선 등 여러 과제를 안은 상황에서 당장은 시중은행 안착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를 위해 하반기 조직개편 및 정기인사에서 디지털업무와 브랜드 관련 업무 분장을 강화했다.
황 회장이 행장을 겸임하는 iM뱅크가 시중은행 전환 전략으로 디지털 경쟁력을 더한 ‘하이브리드 뱅크’를 제시한 데 따른 것이었다.
iM뱅크는 데이터분석팀과 디지털고객팀을 새로 만들고 디지털 마케팅에 힘을 실었다. 수신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수신기획팀을 부서로 높여 기존 개인고객부와 분리했다.
DGB금융은 1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도 은행 중심의 성장으로 시중은행 안착에 힘을 싣겠다는 뜻을 내놨다.
천병규 DGB금융 재무부문 최고책임자(CFO)는 “금융지주 내 다른 비은행 계열사에 할당돼 있는 위험가중자산을 적극적으로 재분배하는 전략을 추진할 것”이라며 “체력을 회복해 주당배당금을 확대하는 전략으로 투자자들에 리턴(대가)을 돌려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