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안중호 팬오션 대표이사 사장이 신중하게 던진 벌크선 선대(선박운용 규모) 확대 승부수가 통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 사장은 2분기 팬오션의 건화물선(벌크선) 용선(선박을 빌리는 것) 대수와 운항 일수를 확대하고 있는데 지난해 말부터 상승한 건화물선 운임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안중호 팬오션 선대 확대 승부수 통하나, 2분기 실적 대폭 늘어날 전망

안중호 팬오션 대표이사 사장이 건화물선 선대 확대의 효과를 보고 있다.


25일 증권업계 전망을 종합하면 팬오션은 건화물선 선대 확장의 효과를 2분기부터 볼 것으로 예상된다. 

이서연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팬오션은 현재 시장 상황을 고려해 2분기 건화물선 용선 대수 및 운항 일수를 확대했다”며 “1분기보다 증가할 단기운송계약(스팟)운항에 따라 양호한 시장흐름을 온전히 누릴 수 있을 것이다”고 내다봤다.

이 연구원은 팬오션의 2분기 벌크선 부문 실적을 매출 9490억원, 영업이익 760억 원으로 전망했다. 1분기보다 매출은 38.4%, 영업이익은 40.7% 각각 늘어나는 것이다.

건화물선 시장은 지난해 말부터 발생한 홍해 통항제한 사태와 철광석 물동량 증가로 지난해보다 높은 운임수준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대표적 건화물 운임지수인 발틱건화물운임지수(BDI)는 2분기(6월24일까지) 평균 1837.5포인트로 지난해 2분기 평균 1313포인트보다 약 40% 높은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

팬오션의 건화물선 선대 규모는 1분기 말 기준 총 240척으로 직접 배를 소유하는 사선이 76척, 용선이 164척으로 이뤄졌다. 지난해 말보다 용선만 49척 늘어난 수치이지만 팬오션의 용선 증대 효과는 2분기부터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안 사장이 지난해 4분기부터 나타난 운임상승에도 보수적 기조로 선대를 운영한 탓에 1분기가 돼서야 건화물선 선대를 늘렸기 때문이다. 

보수적 사업 기조의 이유로는 건화물 운임 상승이 홍해의 통행제한이라는 특수 상황 때문이라는 판단이 바탕에 깔려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의 철광석 수요를 놓고도 1분기까지는 확신을 가지기 어려웠던 상황임을 감안했다는 시각도 있다.

안 사장이 선대 확대에 신중했던 탓에 팬오션은 결과적으로 건화물선 운임 고공행진의 수혜를 1분기에 온전히 누리지 못했다.

팬오션의 1분기 건화물 운송량은 1917만 톤으로 지난해 1분기 2463만 톤보다 22.2% 줄었다.

팬오션 벌크선 부문은 1분기 매출 6260억 원 영업이익 533억 원을 거뒀는데 이는 지난해 1분기보다 매출은 9.8%, 영업이익은 18.3% 각각 줄어든 것이다.

물론 증권업계는 안 사장의 선대 기조를 잘못된 전략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팬오션은 보수적 영업으로 수송량이 감소한 탓에 1분기 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감소했다”며 “1분기 운임상승은 케이프사이즈(10만DWT급 이상) 선종 위주로 예상치 못하게 급등했던만큼 팬오션의 영업전략이 아쉬울 수는 있어도 잘못됐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팬오션이 건화물 운임 상승세에도 선대 확장이 늦었던 것을 두고 HMM 인수전이 영향을 미쳤다고도 본다.
 
안중호 팬오션 선대 확대 승부수 통하나, 2분기 실적 대폭 늘어날 전망

▲ 팬오션은 지난해 매물로 나온 HMM을 인수하기 위해 6조 원이 넘는 자금조달 계획을 세운 바 있다.


팬오션은 지난해 12월 사모펀드 JKL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이뤄 HMM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는데 인수희망가격으로 6조 원 이상을 썼다.

팬오션은 당시 인수자금을 유상증자와 영구채 발행, 자산유동화, 인수금융 등으로 마련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매각 측과 컨소시엄은 HMM 인수계약을 위한 세부조건을 논의해왔으나 2월 초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며 협상이 결렬됐다. HMM 인수를 위해 현금유동성을 끌어모으느라 업황 반등에도 벌크선 확대의 적기를 놓친 것으로 보인다.

HMM 인수전이 시작됐던 지난해 3분기 팬오션의 벌크선 선대는 201척에서 4분기 말 193척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분기평균 발틱건화물운임지수는 1194포인트에서 2033포인트로 급등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