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저가 전기차’ 경쟁 본격화, 테슬라 이은 2위 현대차그룹 EV3로 판 뒤집나

▲ 현대차그룹이 미국에서 저가 전기차를 앞세워 시장 판도를 바꿀지 주목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하는 가운데 현지에서 저가 전기차 판매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올해 들어 미국에서 사상 최고 전기차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데, 앞으로 점유율 향방에는 보급형 전기차 EV3의 미국 출시와 현지 생산 시점이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18일 미국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콕스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미국에서 가장 평균 판매가격(할인 포함)이 낮은 전기차는 2만7956달러(약 3860만 원)에 팔린 닛산 리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닛산 아리야 3만5556달러(4910만 원), 현대차 아이오닉6 3만6506달러(5045만 원), 테슬라 모델3 4만547달러(5600만 원), 도요타 bZ4X 4만646달러(5615만 원)가 뒤를 이었다.

미국 전기차 시장은 올해 1분기 들어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했다.

미국 자동차 평가업체 켈리블루북(KBB) 통계에 따르면 1분기 미국에선 26만8909대의 전기차가 판매됐다. 전년 동기보다 2.6% 증가하는데 그친 것이다. 2023년 1분기와 2022년 1분기의 전년 동기 대비 미국 전기차 판매 증가율은 각각 46.4%, 81.2%였다. 

업계에선 높은 가격과 충전의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전기차를 구매하는 얼리어답터(신제품 정보를 먼저 알고 구매하는 소비자군) 수요가 소진된 영향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1분기 미국 전기차 시장 증가세가 둔화하는 가운데에도 낮은 가격대 전기차는 단단한 판매 실적을 올렸다. 

테슬라 모델3은 3만842대가 팔려 전체 판매 2위를 차지했다. 닛산 아리야도 4142대가 팔려 15위에 이름을 올렸다. 아이오닉6도 3646대가 판매되는 등 가장 저렴한 전기차 '톱5' 모두 1천 대 넘는 판매량을 기록했다.
 
미국 ‘저가 전기차’ 경쟁 본격화, 테슬라 이은 2위 현대차그룹 EV3로 판 뒤집나

▲ 기아의 보급형 전기차 'EV3'. <비즈니스포스트 >

미국 전기차 시장의 가격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GM은 작년 말 볼트 EV와 볼트 EUV(전기 스포츠유틸리티 차량) 생산을 중단했다.

볼트 EV(EUV 포함) 지난해 2만 달러 대 시작가격을 무기로 미국에서 6만 대 넘게 팔려나가 테슬라 모델Y와 모델3 다음으로 많이 팔린 인기 전기차 모델이다. 볼트 EV는 내년 차체를 키우고 전용 전기차 플랫폼인 '얼티엄' 플랫폼 기반으로 제작돼 재출시된다.

최근 닛산은 볼트 EV의 생산 공백을 파고들었다. 닛산은 이달부터 다음달 8일까지 볼트 EV 또는 EUV를 보유한 고객이 리프를 구입하면 리스 비용을 1천 달러(약 138만 원)를 지원한다. 

GM도 방어에 나섰다. 쉐보레 볼트 EV 소유자가 7월1일까지 쉐보레 전기차를 구매하면 이쿼녹스 EV는 최대 3천 달러, 블레이저 EV는 최대 1500달러를 깎아주기로 했다.

올해 낮은 가격대 전기차 신차도 미국에 잇달아 출시된다.

GM은 지난달 미국에서 시작가격이 4만3295달러인 이쿼녹스 EV 2LT 모델의 고객 인도를 시작했다. 올 연말에는 3만4995달러부터 시작하는 이쿼녹스 EV 1LT 모델 계약을 시작한다.

볼보는 연내 최처 3만4950달러의 가격표가 붙은 EX30을 미국에 내놓는다.   

테슬라의 보급형 전기차도 이르면 내년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지난 4월 콘퍼런스콜에서 내년 초에는 차세대 전기차 생산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모델2로 불리는 테슬라의 저가 전기차 모델은 2만5천 달러(약 3460만 원) 이하의 가격표가 붙을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저가 전기차’ 경쟁 본격화, 테슬라 이은 2위 현대차그룹 EV3로 판 뒤집나

▲ GM의 전기차 '이쿼녹스 EV'. < 쉐보레 글로벌 홈페이지 >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올해 1~5월 미국에서 4만8838대의 전기차를 팔아 현지 전기차 시장 점유율이 역대 최고치인 11.2%로 2위를 기록했다.

미국 전기차 판매 1위 테슬라와 점유율 격차도 2020년 1~5월 73.2%포인트에서 올해 1~5월 40.5%포인트로 크게 줄었다.

올해 1분기 기준 미국 전기차시장 점유율을 보면 1위는 테슬라가 51.3%로 1위, 현대차그룹이 8.5%로 2위를 차지했다. 3위 포드(7.4%), 4위 GM(6.1%)이 뒤를 이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 이후 2개월 동안 전기차 점유율을 두 자릿수로 크게 끌어올린 것이다.

다만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저가 전기차 판매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 현대차그룹의 점유율 향방에는 보급형 전기차인 기아 EV3의 미국 투입 시점이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EV3 최초 공개 행사 당시 기아 측은 EV3 글로벌 출시 일정과 관련해 유럽에 올해 4반기, 미국은 내년 이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지 자동차 업계에선 EV3 미국 출시 가격이 3만~3만5천 달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EV3는 내년부터 미국에서 GM의 차세대 볼트 EV, 이쿼녹스 EV, 볼보 EX30 등과 치열한 판매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EV3의 북미 현지 생산도 현대차그룹 미국 전기차시장 점유율 확대에 필수적이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시행에 따라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 한해 대당 최대 7500달러(약 1천만 원)의 구매 보조금(세액공제)이 지급된다.

미국 전기차 전문매체 일렉트렉은 EV3가 북미에서 생산되면 판매가격이 2만2500~2만7500달러까지 내려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시판 전기차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일각에선 기아가 내년 하반기부터 멕시코 몬테레이 공장에서 EV3 양산을 시작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기아 관계자는 "확인된 바 없다"며 말을 아꼈다.

지난 17일 송호성 기아 대표이사 사장은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조지아의 밤' 행사에서 취재진과 만나 "(EV3는) 우선 국내에서 생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