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준 기자 hjkim@businesspost.co.kr2024-05-20 14: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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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SK에코플랜트가 환경·에너지 기업으로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면서 호실적을 거둬 기업공개(IPO)를 향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다만 SK그룹이 재무 부담으로 투자 속도를 조절하는 모습이 나타나는 가운데 SK에코플랜트 역시 재무 체력이 약화한 점은 선뜻 기업공개에 나서기에 꺼려지는 대목이다. 그룹 내 재무전문가인 장동현 SK에코플랜트 대표이사 부회장은 더욱 신중하게 상장 시기를 가늠할 것으로 보인다.
20일 SK에코플랜트에 따르면 2024년 1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2조631억 원, 영업이익 566억 원을 거둔 가운데 부채가 10조9579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2023년 1분기와 비교해 각각 39.8%, 17.9% 늘었다.
SK에코플랜트는 매출이 늘어난 이유로 △반도체·건축 부문 실적 성장 △SK에코엔지니어링·SK테스·SK에코플랜트아메리카스 등 자회사 실적 반영을 꼽았다.
영업이익과 관련해선 원자재 가격 상승과 건설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환경사업과 솔루션사업에서 탄탄한 실적을 바탕으로 늘어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매출과 영업이익 상승에도 불구하고 악화한 재무구조는 SK에코플랜트가 개선해야 할 부분으로 꼽힌다.
SK에코플랜트의 2024년 1분기 기준 부채총계는 지난해 말보다 4.5%(약 4710억 원) 증가했다. 부채비율은 2023년 말과 비교해 8% 포인트 증가한 245%였으며 유동비율은 68.4%로 나타났다. 유동비율은 유동자산에 유동부채를 나누어 구하는데 최소 100%를 넘어야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갖췄다는 뜻이다.
SK에코플랜트의 재무구조가 악화한 것은 신사업 전환 과정에서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SK에코플랜트는 최근 3년 동안 환경·에너지 기업을 인수하는 볼트온(인수합병을 통한 경쟁력 확대) 전략을 통해 몸집을 불리고 신사업 매출 비중을 34%까지 확대하는 등 환경·에너지 기업으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다만 공격적인 투자의 영향으로 SK에코플랜트의 단기차입금 규모는 2021년 말 기준으로 5963억 원에서 2023년 말 1조2179억 원으로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자 비용 또한 2021년 922억 원에서 2023년 3173억 원으로 3배 넘게 늘었다.
▲ 8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HD현대마린솔루션 상장기념식에서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SK에코플랜트는 그룹의 성장전략에 따라 기업공개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주어진 시간이 2년가량 남았다. 그룹 내 재무전문가로 활약해온 장 부회장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한 이유다.
SK에코플랜트는 2022년 7월 6천억 원 규모의 의결권부 전환우선주(CPS)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CPS 투자자들에게 우선주 배당률을 0%로 하는 대신 2026년 7월까지 기업공개를 마무리하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매도 청구권은 최대주주인 SK가 보유하고 투자자들은 동반매도 청구권을 갖기로 했다.
대신 CPS 투자자들은 약속한 2026년 7월까지 기업공개를 마무리하지 못해 매도 청구권 행사 사유가 발생했음에도 SK가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첫해 우선 배당률을 5%로 높이고 매년 3%포인트씩 배당률을 올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기업공개가 무산되고 매도 청구권도 행사되지 않는다면 SK에코플랜트는 배당금을 강제적으로 높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부닥친다. 금액으로 살펴보면 2026년 300억 원(5%), 2027년 480억 원(8%), 2028년 660억 원(11%)으로 계속 늘어난다.
이와 관련해 장수명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16일 ‘SK그룹 : 본격화되는 사업포트폴리오 재편,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기업공개가 미뤄지고 있는 SK에코플랜트 재무구조를 걱정하기도 했다.
그는 “SK에코플랜트의 IPO가 애초 계획된 일정 대비 차질이 발생했다”라며 “SK에코플랜트는 전환우선주 등 기존 자본성 자금조달의 투자자들과 IPO와 연계한 약정을 체결하고 있어 향후 IPO의 최종 성사 시점과 기업가치 등이 재무구조 전반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SK에코플랜트는 기업공개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SK에코플랜트는 4월 전환가액 조정(리픽싱)을 위해 재무적 투자자(FI)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리픽싱은 기업공개를 앞두고 진행하는 사례가 많다. 기업가치를 낮춰 기업공개 속도를 내는 대신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전환가액 조정을 통해 보유지분을 늘려줘 손실을 보전해 주는 협상 과정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기업공개를 둘러싼 시장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올해 상반기 기업공개 시장 최대어로 꼽혔던 HD현대마린솔루션은 상장 첫날인 8일부터 시가총액 7조 원을 넘겼다. HD현대마린솔루션의 주가는 14일 20만7500원까지 상승했다.
직전거래일인 17일 HD현대마린솔루션의 주가는 19만6300원에 거래를 마쳤는데 이는 HD현대마린솔루션 공모가(8만3400원)의 2배를 넘는 금액이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공모액 7천억 원, 시총 3조7천억 원으로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한 바 있다.
장동현 부회장은 지난해 말 채준식 SK에코플랜트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과 함께 SK그룹에서 SK에코플랜트로 부임해 왔다. 재무 전문가인 장 부회장과 채 부사장의 부임을 놓고 업계에서는 SK에코플랜트의 기업공개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인선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장 부회장은 1991년 유공(SK이노베이션)에 입사한 이래 SK 구조조정추진본부 차장, SK텔레콤 재무관리실 재무기획팀장, 경영기획실 실장, 재무그룹장(CFO) 전무 등을 지내는 등 인수합병과 재무관리 부문에서 뛰어난 능력을 갖춘 전문경영인이다.
다양한 기업 인수합병과 지분 투자로 SK의 체질을 투자형 지주회사 모델로 정립하는 데 큰 역할을 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기업공개와 관련해선 상장 예비 심사 청구를 준비하는 단계”라면서 “시장에서 적정가치를 받을 수 있을 때를 기다리며 신중하게 기업공개를 준비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