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형관 HD현대미포 대표이사 사장이 올해 실적 반등을 벼르고 있다. HD현대 조선 계열사 3사 가운데 유일하게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만큼 향후 실적 개선이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
올해부터 주력 선종인 탱커선 실적 반영 비중이 늘어나고, 선사들의 탱커선 발주 확대 추세도 이어지고 있어, 회사가 그룹 내 '미운 오리새끼'에서 '백조'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 김형관 HD현대미포 대표이사 사장이 탱커선 호황에 힘입어 영업실적과 수주 성적을 모두 잡을 준비를 하고 있다.
8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HD현대미포는 하반기로 갈수록 높은 가격으로 수주한 선박 건조 매출 비중이 늘어나며 실적이 우상향 흐름을 보일 것으로 분석됐다.
HD현대미포는 올해 1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 원, 영업손실 110억 원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10.0% 증가했지만, 영업 적자는 지속됐다.
HD현대 내 나머지 조선 계열사들은 모두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흑자를 낸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흑자를 기록했다. 이와 달리 HD현대미포는 줄곧 적자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현재 국내 조선 빅5(HD현대중공업, HD현대삼호, HD현대미포,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가운데 흑자기조로 전환하지 못한 곳은 HD현대미포가 유일하다. 한화오션도 지난해에는 연간 기준으로 영업손실 1965억 원을 냈지만, 올해 1분기 영업이익 529억 원을 내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취급하는 선박 종류에 차이가 있다는 것이 HD현대미포조선이 국내 주요 조선사들과 실적 흐름이 다른 주 원인으로 꼽힌다.
국내 주요 조선사 대부분이 대형 선박을 건조하는 것과 달리 HD현대미포는 중형 선박을 만들기 때문에 업황 주기에 약간의 시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HD현대미포는 탱커선과 컨테이너선을 주로 건조하는 만큼 최근까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이 이끈 조선시장 호황 혜택을 누리기 어려웠다는 분석이다.
부가가치가 낮은 컨테이너선 건조 비중이 높아 회사 실적이 부진한 측면도 있다. 회사의 주력 선종 가운데 탱커선은 상대적으로 선가가 높은 데다, 회사의 건조 전문성도 높은 선종이라 이익이 많이 남는 반면 컨테이너선은 마진이 비교적 작은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앞으로 마진이 높은 탱커선 건조 비중이 높아지며 뚜렷한 실적 개선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HD현대미포의 2022년 말 기준 수주잔고에서 전체 물량 163척 가운데 탱커선은 45척, 컨테이너선은 72척으로 컨테이너선 비중이 훨씬 높았다. 그러나 올해 3월 말 기준 수주잔고를 보면, 전체 물량 174척 가운데 탱커선 90척, 컨테이너선 41척으로 탱커선 비중이 훨씬 높아졌다.
올해 2분기까지 컨테이너선 건조 물량이 계속해서 많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하반기부터는 탱커선 건조 비중이 확대되며 수익성도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재선 하나증권 연구원은 “HD현대미포는 아직까지 과거 수주했던 저마진 컨테이너선 비중이 높지만 물량해소 시점이 앞당겨지고 있다”며 “올해 3분기 정도에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HD현대미포가 건조한 탱커선. < HD현대미포 >
게다가 탱커 시황 호조세가 지속되고 있어 향후 탱커선사들의 발주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2020~2022년에 탱커선의 신조선 발주량이 매우 낮았던 만큼 현재까지도 탱커선 수요 증가를 뒷받침할 선복 공급도 부족한 것으로 파악된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은 “2024년 중 탱커 시황은 선종과 선형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D현대미포는 올해 누적 수주 30억5천만 달러로 이미 올해 목표치의 98%를 달성했다. 올해 수주 목표 추가 달성이 유력해 보인다.
특히 회사는 중소형 선박을 건조하는 조선사 가운데 가장 건조 기술력이 높은 곳으로 꼽힌다. 탱커선의 일종인 중형(MR) 석유화학제품운반선(PC선)은 2022년 이후 총 87척이 인도됐는데, 이 가운데 HD현대미포가 42척을 건조했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과거 조선업 구조조정기에 대형선박 조선사보다 중형선박 조선사에 대한 구조조정 강도가 더 센 편이었다”며 “중형 탱커선 시장 수요 회복 시기에 수급 불균형은 중형선박 조선사 협상력을 크게 높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관 사장은 2022년 11월 HD현대 인사를 통해 HD현대미포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 내정됐다. 원래 김 사장은 HD현대삼호 대표로 있었는데 HD현대미포 대표였던 신현대 사장과 자리를 맞바꿨다.
김 사장 임기는 2025년 3월까지다. 그는 1968년생으로 서울대학교 조선공학과를 졸업했다. 1993년 현대중공업(현 HD현대)에 입사해 기본설계 부문장, 기술본부장, HD현대삼호 생산본부장 등을 지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