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K-배터리3사(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가 전기차 시장의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진입에 따라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올해 상반기까지 업황 악화 영향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하반기에도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많아 불안 요인이 적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실적 가뭄' K-배터리 3사 전망 극과극, 하반기 반등 vs 내년도 어렵다

▲ K-배터리3사(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올해 상반기까지 업황 악화의 영향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하반기에도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많아 불안 요인이 적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25일 배터리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배터리 3사 모두 올해 상반기 내내 실적 부진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날 실적설명회를 통해 올해 1분기 매출 6조1287억 원, 영업이익 1573억 원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회사가 영업이익에 반영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AMPC) 금액 1889억 원을 제외하면, 사실상 316억 원의 영업손실을 낸 것이다.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요인은 전기차 시장 성장세 둔화다. 전기차 수요가 일시적으로 정체돼 배터리 수요 위축으로 이어졌고, 공장 가동률이 하락하며 고정비 부담이 늘었다. 

게다가 리튬과 같은 금속 가격 하락에 따른 원재료 투입 시차(래깅) 효과로 수익성도 나빠졌다. 

회사는 2분기까지도 실적 반등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차 수요 회복 조짐이 확인되고 있지 않은 데다, 원재료로 활용되는 금속 가격 하락이 판매가격에 미치는 영향도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다른 배터리업체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특히 SK온은 1분기에 미국에서 받는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 혜택을 반영하더라도 오히려 적자 폭이 전년 동기에 비해 확대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SK증권에 따르면 SK온은 올해 1분기 영업손실 3892억 원을 내며 적자 폭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됐다.

회사 측은 연간 기준으로 손익분기점(BEP) 수준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올해 적자를 모면할지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삼성SDI는 어려운 업황 속에서도 비교적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긴 하지만, 실적이 후퇴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크게 다르진 않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삼성SDI의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 평균(컨센서스)은 2281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9.3% 줄어들었다.  
 
'실적 가뭄' K-배터리 3사 전망 극과극, 하반기 반등 vs 내년도 어렵다

▲  LG에너지솔루션의 분기별 실적 추이. < LG에너지솔루션 >

다만 하반기에는 업황이 다소 개선될 것이란 낙관론도 흘러나오고 있다. 

일단 리튬 등 금속 가격 하락세가 멈추고, 안정화하는 추세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배터리 원료인 탄산리튬은 지난해 말과 올해 초 kg당 86.5위안 수준까지 낮아졌지만 이달 24일 기준으로 kg당 109.5위안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금속 가격이 제품 판매 가격에 반영되기까지 시차가 있긴 하지만, 3분기부터는 제품 판매 가격이 하락세를 멈추고 반등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반기부터는 전기차 업체들이 생산량을 늘리며 배터리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주요 업체들이 하반기에 신차 출시를 앞두고 있는 데다 테슬라는 당초 내년 하반기에 출시하기로 한 저가 전기차 출시 시점을 앞당기기로 했다. 

하지만 업황을 좌우할 변수들이 많이 남아 있는 만큼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특히 미국 기준금리가 당초 예상과 달리 비우호적 방향으로 변동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당초 3월 금리 인하를 예상했으나, 중동 불안이 고조되며 국제유가 상승 등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들 때문에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마저 옅어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국채를 담보로 하는 환매조건부 채권 1일물 금리 관련 옵션시장에서 가격에 반영된 금리인상 가능성은 올해 초 10% 미만에서 최근 20% 가량으로 되레 높아졌다.

높은 금리 수준은 그 자체로 소비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이 되는 데다 할부 리스 판매비중이 높은 전기차 시장에서는 금리가 높을수록 소비자 구매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여전히 높은 가격, 충전 인프라 부족, 1시간이 넘는 충전 시간, 7~10년에 불과한 배터리 수명 등으로 전기차 캐즘이 예상보다 더 길어져 내년에도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더해 미국 대통령선거도 중요한 업황 변수로 꼽힌다. 전기차 확대에 부정적 태도를 보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한다면 기존 바이든 행정부 우호적 기조가 뒤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대선 결과와 무관하게 바이든 행정부도 대선 전까지는 강력한 전기차 확대정책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신규 모델들이 미국과 유럽에서 출시되며 전기차 시장 성장 속도가 하반기에는 다소 반등할 것으로 보이지만 보조금 정책 지원의 약화, 소비 여력 악화, 하이브리드차 약진 등으로 업황이 큰 폭으로 개선되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