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과 삼성전자 등 지배구조개편의 수혜를 볼 삼성그룹 상장사의 주가가 급등했다.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전자의 분할과 지주사체제 전환 등 지배구조개편을 요구하며 삼성그룹에서 오너일가의 지배력을 확대할 명분에 힘을 실어줬다는 분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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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6일 “삼성그룹이 스스로 꺼내기 힘들었던 삼성전자 인적분할과 지주사체제 전환에 대한 명분을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세워줬다”고 진단했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삼성전자 이사회에 보낸 공개서한에서 삼성전자를 인적분할해 투자부문을 삼성물산과 합병하며 지주사체제를 구축하고 삼성전자의 주주환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삼성그룹은 최대 계열사인 삼성전자에 대한 이재용 부회장 등 오너일가의 지분확대를 위해 지주사체제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주주의 동의를 얻기 쉽지 않을 가능성이 있어 이런 계획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있다.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주주를 대표해 이런 조직개편의 필요성을 주장한 만큼 삼성전자가 부담을 덜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연구원은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지주사체제 전환을 통한 오너일가의 지배력 확대 필요성을 인정해줬다”며 “삼성그룹과 대립각을 세우기보다 기존에 예상됐던 대부분의 재편방안을 제시해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삼성전자가 분할 뒤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하고 대부분의 현금을 주주배당에 사용하는 등 외국인 투자유치와 주가부양에 대한 정책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윤 연구원은 이 경우 삼성물산과 삼성생명 등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와 오너일가에도 전체 배당금의 30% 정도가 지급되며 삼성전자 지분을 추가로 매입해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이번 제안은 갈등요인이 되기보다 삼성그룹 지배구조개편의 실마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파악했다.
삼성그룹의 지주사체제 전환에 기업가치가 상승하며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주요 계열사의 주가는 일제히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6일 삼성전자 주가는 전일보다 4.45% 오른 169만1천 원에 장을 마쳤다. 장중 한때 170만 원까지 오르며 역대 최고가를 다시 썼다.
삼성그룹의 실질적 지주사인 삼성물산 주가도 7.98% 오른 16만4천 원으로 마감했다.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한 삼성생명 주가는 4.31%, 삼성화재 주가는 1.44% 올랐다.
삼성물산은 SK하이닉스를 제치고 코스피 시가총액 3위에 올랐다.
김선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207만 원으로 제시했다. 이번을 계기로 주주환원정책을 가속화할 경우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