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준 기자 hjkim@businesspost.co.kr2024-04-05 11: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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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한국가스공사가 2023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등급 상승을 이뤄내기는 녹록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5일 한국가스공사(이하 가스공사)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가스공사는 지난해 16조 원에 육박하게 된 미수금 규모에 더해 7천억 원이 넘는 순손실을 내면서 재무점수의 비중이 높은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이 2월7일 경남 통영 액화천연가(LNG) 생산기지에서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
가스공사가 3월25일 공시한 사업보고서를 보면 가스공사는 2023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44조5560억 원, 영업이익 1조5534억 원, 순손실 7474억 원을 거뒀다. 2022년보다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이 모두 줄어든 것이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13.9%, 36.9% 감소했으며 순이익은 적자로 전환했다.
재정 상태도 악화됐다. 가스공사의 민수용 가스요금 미수금 규모는 연말 기준으로 2022년 8조6천억 원에서 2023년 13조110억 원으로 1년 사이에 51.5% 증가했다. 차입금 규모는 2023년에 39조 원으로 2022년 43조1천억 원보다는 줄었으나 여전히 규모가 크다.
가스공사는 회계처리에서 가스의 원가가 판매가격인 가스요금을 넘어 손실을 볼 때 손실액을 미수금으로 처리한다.
가스공사의 실적과 재정 악화의 원인은 높아진 가스 원가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가스공사는 지난해에 LNG를 구매하는데 1톤당 112만2279원을 썼다. 가스공사의 LNG 구매가격은 1톤당 146만9172원이던 2022년보다는 낮아졌다. 하지만 LNG 1톤당 가격이 66만1561원이던 2021년과 비교하면 2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가스공사가 국내에서 가스의 수급안정을 확보하기 위해 비축의무를 지고 있는 만큼 LNG 가격의 움직임에 관계없이 실제 사용량보다 더 많은 양의 LNG를 들여와야 한다는 점도 가스공사 재정 상황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
가스공사는 LNG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023년 한 해 동안 3780만2천 톤의 LNG를 한국에 들여왔다. 가스공사의 지난해 연간 LNG 판매량 3469만5천 톤과 비교하면 310만7천 톤을 더 사들인 것이다.
문제는 가스공사의 에너지 안보 확보를 위한 의무 수행이 재무 상태를 악화시키고 경영평가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공개된 가스공사의 2022년도 경영평가보고서를 보면 당시 가스공사는 재무예산관리 평가에서 D+등급을 받았다.
가스공사가 2022년에 2조4천억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하고도 재무예산관리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것은 미수금 급증에 따른 부채비율 증가와 과도한 차입금 규모에 따른 결과였다.
▲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이 1월2일 대구 한국가스공사 본사에서 열린 2024년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
가스공사로서는 지난해 높아진 가스 원가를 반영하지 못한 지지부진한 가스요금 인상 속도로 2023년도 경영평가에서도 발목이 잡힐 수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속적으로 물가 관리를 이유로 공공요금 인상을 최소화하려는 태도를 보이면서 가스요금은 상대적으로 더 인상을 억제하고 있다.
지난해 에너지 관련 공공요금의 인상 추이를 살펴보면 전기요금은 4분기까지 인상이 이어졌던 반면, 가스요금은 지난해 5월 메가줄(MJ)당 1.04원을 인상한 이후 현재까지 동결됐다.
가스요금의 인상 억제는 지난해에 이어 현재까지 가스공사의 경영을 압박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올해 들어 2월부터 다시 물가상승률이 3%대로 올랐다는 점과 4월 총선 및 이후 국회 구성과 같은 정치권 일정 등을 고려하면 가스요금 인상은 올해 상반기 중에도 어렵다는 시선이 많다.
가스공사의 미수금 규모가 16조 원을 육박함에 따라 가스공사 우리사주조합에서는 미수금 문제를 놓고 정부가 나서야한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강정모 한국가스공사 우리사주조합장은 3월28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막대한 미수금으로 인해 가스공사는 480%가 넘는 부채비율을 기록하며 재무건전성이 부실화되고 있다”며 “우리사주조합의 주주로서 정부의 재정지원을 통해 미수금을 회수하여 경영을 정상화해 줄 것을 주장한다”고 말했다.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 역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단 의지를 지속적으로 내보이고 있다.
그는 1월2일 열린 2024년 시무식에서 “요금 제도의 합리적인 개편 과정에도 적극 참여해 재무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며 “미수금 해결을 위해 요금 정상화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해외사업 분야 등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당진기지 건설을 차질 없이 추진해 천연가스 수급 안정에 힘쓰자”고 말했다.
다만 가스공사의 해외 자원 개발이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은 가스공사의 2023년도 경영평가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요소로 꼽힌다.
가스공사가 공개한 정부의 경영실적 평가 결과를 보면 가스공사는 지난해 미수금 급증에 따른 부채비율 증가 등에도 불구하고 해외사업 이익 증대, 안전관리 강화에 따른 중대재해 제로(0, Zero)화 등 성과에 힘입어 경영평가 전체 등급에서는 C등급으로 쳥가 받았다.
가스공사에 따르면 2023년부터 모잠비크 제4광구의 첫 번째 프로젝트인 코랄 사우스(Coral South) FLNG 사업에서 266만 톤의 LNG가 생산돼 모두 1억3000만 달러(약 1741억 원)의 매출이 처음으로 발생했다.
가스공사는 3월29일 이라크 주바이르(Zubair) 유전에서 하루에 약45만6천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라크 주바이르 유전은 2021년 기준으로 투자비를 전부 회수했으며 2035년까지 지속적인 배당 및 순수익을 발생시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2023년 12월 기준으로 투자비는 3억8천만 달러(5128억 원), 누적된 수익은 4억3천만 달러(약 5803억 원)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