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이 한미약품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를 장악하면서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임주현 한미약품그룹 부회장이 주도한 OCI그룹과의 통합이 무산됐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화성(경기도)=비즈니스포스트]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이 한미약품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를 장악하면서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임주현 한미약품그룹 부회장이 주도한 OCI그룹과의 통합이 무산됐다.
소액주주들이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면서 창업주 가족 간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됐다.
28일 경기도 화성시 수원과학대학교 신텍스관에서 열린 제51기 한미사이언스 주총에서
임종윤 사장측이 추천한 이사 후보자들의 안건이 모두 가결됐다.
한미사이언스 정관상 이사회 구성원은 최대 10명으로 주총 전에 임기가 남은 이사 4명을 포함하면 최대 6명을 추가로 선임 가능하다.
임종윤 사장측으로서는 자신들이 제안한 5명의 안건이 모두 가결되는 동시에 송영숙 회장측이 제안한 안건을 모두 부결시켜야 하는 만큼 이사회 장악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았는데 이를 넘어선 것이다.
대표적으로
임종윤 사장의 안건인 2-7호는 출석한 주주 대비 52.1%의 찬성을 받아 보통결의 요건을 충족해 가결됐다.
반면 임주현 한미약품그룹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인 2-1호의 경우 출석 주주 대비 48%의 지지를 받아 보통결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이날 주총은 위임장 집계 및 주주명부 확인 절차로 인해 예정시간 보다 3시간20여 분 지연된 12시27분에 신성재 한미사이언스 경영관리본부 전무이사의 개회선언으로 시작됐다.
▲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왼쪽)과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사장이 28일 경기도 화성시 수원과학대학교에서 열린 한미사이언스 주총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이야기를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송영숙 회장측과
임종윤 사장측이 팽팽히 대립하고 있는 만큼 시작 전부터 신경전이 이어진 것이다.
실제 신 전무의 이사회 의장 직무대행을 놓고 시작부터 기싸움이 벌어졌다.
한미사이언스는 대표이사이자 등기이사인 송영숙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 회장의 유고를 사유로 부사장, 전무이사, 상무이사, 이사 순서로 직무를 대행하도록 한 정관 규정에 따라 신 전무가 의장직을 대신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사실 임주현 한미약품그룹 부회장도 한미사이언스 미등기 임원이자 2023년 12월 말 기준으로 최고전략책임자 사장직을 수행하고 있었지만 이날 참석하지 않아 신 전무가 대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개회와 함께
임종윤 사장은 “등기이사가 아닌데 왜 전무이사라고 했냐”며 따져 물으며 “한미의 수준이 참담하다”고 지적했다.
이뿐 아니라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으로 여겨지는 2호 의안 투표 이후 결과가 발표되기 까지도 1시간 이상이 소요됐다.
한미사이언스 측은 동일 주주의 주식에 대해 중복 제출된 위임장이나 위임장을 내고서도 현장에 출석해 투표한 것 등을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임종윤 사장측으로 추정되는 대리인이 “회의장에 입장하기 전에 중복된 부분을 정리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왜 15분이나 필요하냐”고 답변을 요구하며 맞섰다.
주총에 참석한 주주 및 대리인은 모두 2106명으로 참여주식 수는 5962만4506주로 의결권이 있는 전체 주식 수(6776만3663주)의 88.0%가 참석했다.
임종윤 사장측과 그 우호지분(38.01%)과 송영숙 회장측과 그 우호지분(40.61%)을 제외하면 이날 참석한 소액주주 9.38%가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을 결정지었다.
▲ 임종윤 사장(왼쪽)이 임종훈 사장과 함께 주총이 끝난 이후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을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사실상
임종윤 사장측이 송영숙 회장측과 비교해 지분율이 2%포인트(p) 뒤져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소액주주들이
임종윤 사장측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실제
임종윤 사장의 사내이사 안건이 보통결의 요건을 충족하며 가결되자 주총장에서는 주주들의 환호소리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앞서
임종윤 사장측은 소액주주연대 플랫폼 액트를 통해 27일 자정까지 모두 2.09%의 의결권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종윤 사장으로서는 이사회를 장악한 만큼 OCI그룹과 통합을 적극적으로 저지하기 위한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임종윤 사장측이 이사회를 장악하면서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의 통합도 사실상 무산됐다.
이날 OCI그룹은 한미사이언스 주총에서 사내이사 안건이 결정된 이후 입장문을 통해 한미약품그룹과 통합을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