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경 기자 huiky@businesspost.co.kr2024-03-22 1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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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지난해 전세계에서 처음으로 시가총액 3조 달러를 돌파하는 등 거침없는 기세를 보이던 애플이 최근 고전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격차가 벌어지는 가운데 엔비디아 주가가 올해 강세를 보이면서 시총 2위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애플이 향후 인공지능(AI) 경쟁대열에 본격적으로 참여할 경우 주가가 반등 흐름에 접어들 것으로 바라본다.
▲ 현지시각으로 21일 애플 주가가 4%대 급락 마감했다. 미국 뉴욕에 위치한 애플스토어에서 한 방문객이 애플의 기업 로고 앞을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현지시각으로 21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애플 주가는 4.09%(7.30달러) 급락한 171.37달러에 장을 마쳤다.
주가 급락에 따라 시총(2조6460억 달러)이 하루 동안 1150억 달러 가량 증발하면서 시총 3위인 엔비디아와 격차는 3600억 달러로 더욱 좁혀졌다. 이날 엔비디아 주가는 1% 가량 오르면서 시총이 2조2860억 달러로 늘었다.
엔비디아 주가가 올해 인공지능(AI) 모멘텀에 힘입어 상승흐름을 타고 있다.
애플은 올해 초 마이크로소프트에게 밀려 시총 2위로 내려갔는데 2위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애플은 서학개미(해외증시에 투자하는 국내 주식투자자) 관심에서도 밀려나는 모습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애플은 20일 국내투자자가 보유하고 있는 해외증시 상장종목의 보관금액 기준으로 3위를 차지했다.
애플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국내투자자 보관금액 기준 부동의 2위를 지켜왔다. 2020년 9월부터 지난해 연말까지 3년 넘게 2위를 지켰지만 올해 엔비디아에게 밀리면서 3위로 내려갔다.
AI랠리가 증시를 뒤흔들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흐름에서 소외된 점이 부진한 주가흐름으로 이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뉴욕증시 주요지수가 AI 랠리에 힘입어 연달아 사상 최고 수준을 경신하고 있는 반면 애플 주가는 올해 들어 11% 가량 하락했다.
애플은 빅테크들과 AI 기술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투자심리가 악화했다. 국내증시 대장주 삼성전자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놓치고 한동안 주가가 부진했던 것과 비슷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아이폰 판매 등 주력사업에 대한 둔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말부터 중국 아이폰 판매가 부진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애플 주가는 조금씩 힘을 잃었다.
규제 위험이 커지면서 각종 소송전에 휘말리고 있는 점도 주가에 부담을 주는 요인으로 꼽힌다.
전날 미국 법무부는 애플이 아이폰 사용자에게 경쟁업체 앱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며 반독점 위반소송을 제기했다.
법무부 한 관계자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당국이 승리할 경우 애플을 해체하는 방안이 논의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애플은 유럽에서도 시장 지배력을 남용했다는 이유로 과징금을 부과 받고 조사대상이 되면서 고전하고 있다.
▲ AI 대장주로 평가받는 엔비디아가 시가총액 2위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엔비디아 인공지능 반도체 'H100' 제품 이미지. <엔비디아>
전문가들은 애플의 주가 흐름을 두고 엇갈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란덴버그 칼먼 오자이크 증시담당 최고 전략가는 고객 메모를 통해 “애플은 이제 코카콜라와 같은 가치주에 가까워졌다”며 “애플이 대규모 주식 매수세를 자극할 만한 소식을 내기 전까지 시중 금리수준의 수익률을 주는 방어주로서 역할 정도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고 내다봤다.
반면 기업가치 대비 주가 하락이 과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미국 투자자문사인 에버코어ISI의 아미트 다리야니 연구원은 “애플의 최근 매도세가 어느정도 마무리됐다”며 "AI 등 주가를 끌어올릴 추가적 상승 모멘텀들이 충분히 있다"고 내다봤다.
증권가에서는 애플의 AI기술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 상승을 이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애플은 최근 자율주행 애플카를 포기한 뒤 AI 분야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특히 올해 6월에는 연례 세계개발자회의(WWDC2024) 행사에서 그 동안 AI 관련 개발 내용과 전략을 공개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주가 반전의 계기로 작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