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주 '홍콩 ELS' 악재 아랑곳, 외국인 기관 매수에 밸류업 모멘텀 활활

▲ 3월 들어 은행업종은 밸류업 기대감에 힘입어 업종지수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은행주를 향한 '밸류업' 기대감이 꺾이지 않고 있다.

최근 주춤했던 은행주 주가는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배상 불확실성 해소와 주주환원정책에 힘입어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3월 들어 KRX은행지수는 10.55% 올랐다.

25개 업종지수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은행주를 향한 시장의 관심은 정부가 기업 밸류업 의지를 밝힌 뒤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밸류업 세부정책 발표 이후 잠시 주춤했던 은행주 주가는 지난 주(11~15일) 연달아 고점을 새로 썼다.

대장주 KB금융지주를 비롯해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기업은행, 우리금융지주 등 주요 은행주가 일제히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3월 들어 KR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기업은행, 우리금융지주 주가는 각각 20.0%와 13.9%, 9.7%, 8.9%, 2.2% 상승했다.

밸류업 프로그램과 관련해 정책 모멘텀이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14일 기관투자자들의 행동지침인 '스튜어드십코드'에 밸류업 프로그램을 반영하는 방안을 발표하는 등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구체적 방향이 점차 공개되고 있다. 

주요 은행들이 주주총회 시즌이 개막한 가운데 밸류업 프로그램에 걸맞는 적극적 주주환원책을 발표하고 있는 점도 은행주를 향한 관심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단발성으로 그칠 줄 알았던 국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여파가 상당 기간 이어지고 있다"며 "정부 정책은 임팩트보다는 뒷심이 더 큰 힘을 발휘하는 경우가 많았던 만큼 밸류업 프로그램은 100m 달리기보다 마라톤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내다봤다.
 
은행주 '홍콩 ELS' 악재 아랑곳, 외국인 기관 매수에 밸류업 모멘텀 활활

▲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이 14일 서울 영등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관련 기관투자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은행주는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악재들이 대체로 마무리되는 구간에 놓였다는 평가도 받는다.

은행주는 2월29일로 대다수 금융지주의 배당락(배당을 받을 권리가 사라진 날)이 마무리됐다. 우려요인으로 지목됐던 홍콩 ELS 배상안도 발표되면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 금융당국이 마련한 ELS 분쟁조정 기준안은 예상 범위 내였던 것으로 평가된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실적 우려의 원인인 민생금융 등 굵직한 이슈들은 모두 나온 상황이고 시기적으로도 선거가 얼마 안 남은 상황에서 규제 리스크가 당장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 “당분간 편안한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내다봤다.

수급 여건도 나쁘지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은행주의 현재 주가 상승 흐름은 외국인과 기관투자자의 동반 순매수세가 이끌고 있다.

3월 들어 외국인투자자는 현대차, KB금융, 우리금융지주를 많이 순매수하며 저 주가순자산비율(PBR) 종목 중심 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다.

기관투자자 순매수 상위 5위 안에도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 금융지주의 자사주 매입이 본격화하는 점도 수급상 우호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어떤 증시 부양정책이 펼쳐지든 낮은 PBR을 높이기 위해선 본질적으로 자기자본이익률(ROE)를 높여야 하는데 주요 은행지주들은 글로벌 은행들과 비교해도 양호한 자본여력을 바탕으로 이를 환원하려는 의지를 갖추고 있다"며 "탄력적 자사주 정책을 통한 주당배당금(DPS) 확대 흐름이 이어질 것이다"고 전망했다. 

다만 은행주가 올해 들어 단기 급등했던 만큼 한동안 차익실현 물량이 나올 가능성도 나온다.

상반기 정책 모멘텀이 이어지면서 장기적 강세흐름이 나타날 것이란 점에는 대체로 동의하지만 단기 쏠림현상이 나타났던 만큼 단기 주가흐름은 변동성이 클 수 있다는 것이다.

은행주가 추가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밸류업 프로그램의 구체적 방안에 인센티브 차원에서 세제 혜택이 포함되는지를 확인해 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은행주는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가 극에 달했던 2월에는 큰 폭의 상승을 보였으나 3월에는 그 강도가 약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시장에선 주주환원 강화가 세제 혜택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는 만큼 세법 개정 가능성을 주시하며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