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원 기자 ywkim@businesspost.co.kr2024-03-14 16:5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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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주요 백화점들이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발굴에 몰두하고 있다.
백화점 업계 주된 매출 수입원인 명품 매장 출점 확대가 한계에 부딪히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중소 디자이너 브랜드를 주목하고 있다.
▲ 더현대서울은 공격적 신진 디자이너브랜드 발굴로 출점 2년9개월만에 매출 1조 원을 돌파했다. 사진은 더현대서울 마뗑킴 매장. <마뗑킴>
14일 비즈니스포스트 취재 결과 국내 백화점들이 새로운 디자이너 브랜드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명품은 백화점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
실제 3대 명품으로 불리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의 경우 통상 1개 매장에서 발생하는 매출이 1년에 300억~500억 원에 이른다.
그런데 에루샤는 매장 총량제를 실시하고 있다. 국내 출점 매장 수가 정해져 있다는 얘기다. 다른 백화점에서 해당 브랜드가 철수하지 않는 한 더 이상 출점이 힘든 상황이다.
명품 브랜드 대부분은 매출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매출에 비례해 임대료를 납부하지 않는다. 매달 일정 금액을 임대료로 납부한다. 백화점이 가져가는 수익은 총매출에 비해 매우 적다는 얘기다.
명품 매장을 입점시키기 힘든 상황이다보니 백화점들은 MZ세대 수요가 몰리는 새로운 디자이너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MZ세대에게 친숙한 온라인 디자이너 브랜드를 만나볼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해 고객을 백화점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지금까지 백화점들은 구매력 높은 중장년층과 VIP 고객을 공략하기 위해 명품 라인업에 공을 들였다. 이제는 신진 브랜드 발굴을 통해서 젊은 고객까지 흡수하고 있다. 주요 고객층이 20대에서 중장년층까지 확대되는 것이다.
대표적 성공사례로는 더현대서울이 꼽힌다.
더현대서울은 지난해 매출 1조 원을 돌파했다. 오픈한지 2년9개월 만인데 이는 국내 백화점 가운데 최단 기록이다. 에루샤 매장 없이 매출 1조 원을 돌파한 첫 매장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더현대서울은 명품 매장을 유치하는 대신 MZ세대로 눈을 돌렸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인기있는 매장을 대거 유치한 것이다. 그 가운데 ‘마뗑킴’, ‘시에’ 등 2030세대에게 인기있는 온라인 디자이너브랜드들도 많았다. 마뗑킴과 시에는 더현대서울을 통해 처음으로 백화점에 진출했다.
더현대서울은 젊은 고객층에게 ‘인스타그램에 올릴만한 장소’로 인기를 끌며 MZ세대 집객에 성공했다.
더현대서울 영패션 부문 매출 비중은 2021년 6.2%, 2022년 10.3%, 2023년 13.9%를 기록하며 매년 증가하고 있다. 더현대서울을 제외한 현대백화점 모든 매장의 영패션 매출 비중 평균이 8.2%인 것을 생각하면 더현대서울이 거둔 성과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올해는 온라인 기반의 토종 패션브랜드 신규 입점 유치에 힘쓸 계획”이라며 “유명한 해외 브랜드가 아니어도 지갑을 여는 소비자들이 많아졌다는 것은 개성이 강한 신진 브랜드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어 유망브랜드 팝업스토어 및 정규 매장을 적극적으로 유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본점과 잠실점을 중심으로 디자이너브랜드를 확대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잠실점, 에비뉴엘, 롯데월드몰은 16만5천㎡(약 5만 평)의 넓은 영업면적을 활용해 명품 브랜드와 신인 디자이너브랜드의 팝업스토어를 활발히 운영하고 있다.
▲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은 하이퍼그라운드를 열어 MZ세대들에게 인기있는 브랜드들을 대거 소개하고 있다. 사진은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하이퍼그라운드. <신세계백화점>
최근 1년 동안 롯데백화점 잠실점, 에비뉴엘, 롯데월드몰에 입점한 브랜드는 100개에 정도다. 팝업스토어를 포함하면 300여 개 브랜드를 새롭게 선보였다. 지난해에는 ‘마뗑킴’, ‘마르디메크르디’, ‘아더에러’ 등 MZ세대에게 인기 있는 브랜드도 유치했다.
잠실 롯데월드몰에서 첫 매장을 연 마르디메크르디는 개점 이후 롯데월드몰 국내 영패션 매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전체 매출 가운데 절반 이상이 외국인 매출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백화점도 지난해부터 꾸준히 신규 디자이너브랜드 입점을 추진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지난해 영패션관 ‘뉴스트리트’를 리뉴얼했다. 젊은 세대들에게 주목받고 있는 브랜드 ‘우일롱’, ‘벌스데이수트’, ‘에이트디비전’, ‘프로젝트’ 등 그동안 백화점에서 만나볼 수 없었던 디자이너브랜드를 업계 최초로 선보였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뉴스트리트에 신규 입점한 브랜드 매출은 뉴스트리트 전체 매출 가운데 61%를 차지했다. 신규 브랜드에 대한 수요와 구매력이 어느 정도인지 엿볼 수 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올해도 신규 디자이너브랜드에 대한 수요는 계속되고 있다”며 “올해 1~2월 누적 기준으로 뉴스트리트 신규 입점 브랜드 매출은 뉴스트리트 전체 매출의 절반 가량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도 지난해 ‘하이퍼그라운드’를 오픈하며 새로운 패션 브랜드들을 선보였다.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고객 39만 명 가운데 20만 명이 MZ세대인 것으로 파악됐다.
각 백화점의 협상력이 앞으로 중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지도 높은 신진 브랜드의 시장 가치가 상승하면서 백화점에 입점시키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브랜드 유치를 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점포 입지나 매출규모”라며 “점포를 얼마나 매력적으로 만드느냐가 협상력과 직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올해 초 온라인 기반 브랜드 유치를 위해 패션부문 상품기획자에 대한 조직개편을 실시했다”며 “여성패션팀과 남성패션팀을 없애고 ‘트렌디팀’과 ‘클래시팀’을 신설해 성별 구분 관행을 깨고 고객 관점에서 MD를 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