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선거구는 북한과의 물리적 거리가 멀지 않아 13대 국회 이후 전통적으로 보수정당의 후보만을 배출하던 곳이어쓴데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처음으로 민주당 후보인 허영 의원이 당선됐다.
허 의원이 당선된 데에는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19 방역정책’과 세월호 사태 등의 여파가 여전히 남아있는 것이 주효했지만 경쟁자인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김진태 후보가 차명진, 민경욱 전 의원 등과 함께 묶이며 각종 막말과 구설수에 올랐던 것이 주요 패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있다.
춘천 선거구 재탈환을 노리는 국민의힘에서는 강원특별자치도 전부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에하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 노용호 의원과 정치 신인으로 ‘법률 전문가’인 김 전 판사가 경선에서 맞붙었지만 당원 및 일반 국민은 젊은 여성이자 정치 신인인 김 전 판사의 손을 들어줬다.
▲ 김혜란 전 판사가 2월26일 강원도 원주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혜란 페이스북 갈무리>
김 전 판사는 1976년생으로 강원도 춘천 출신이다. 춘천여자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서울대학교 전기공학부를 졸업했다.
대학 졸업 뒤 사법시험에 합격해 서울중앙지방법원과 서울가정법원 판사로 근무했다. 2014년 판사직을 내려놓은 뒤 자신의 배우자와 함께 설립한 법무법인 일헌 변호사로 활동했다.
김 전 판사는 강원도 지적재조사위원회와 원주 가정폭력성희롱통합상담소 운영위원 등을 맡고 있고 2022년에는 국민의힘 강원도당 법률자문위원장을 맡으며 정당에 발을 딛였다.
2022년 6월에는 민선8기 강원도지사직 인수위원회 인수위원으로 참가했고 이후 국민의힘 법률지문위원, 미디어법률단 위원 등 법률전문가로써 당에서 활동했다.
김 전 판사는 지난 2월5일 춘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 중심의 변화와 발전을 약속하며 춘천시를 더 나은 미래로 이끌겠다”며 “춘천의 옛 명성을 되찾겠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김 전 판사가 호기롭게 선거구 재탈환을 노리고 있지만 강원 춘천철원화천양구갑 현역인 허 의원이 지역 기반을 단단히 다져둬 승리를 장담하기 쉽지 않다.
허 의원은 1970년생으로 강원도 양구군 출신이다. 강원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고려대학교 문과대학 사회학과 학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동대학교 정책대학원에서 국제관계학 석사학위를 수여했다.
허 의원은 고려대학교에 재학하면서 제25대 총학생회장에 올랐다. 이후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수행비서로 정치에 입문한 뒤 김 전 의장의 비서관, 이기우 전 의원의 보좌관을 역임했다.
2011년에는 강원도청 도지사실 비서실장을 맡았고 2015년에는 민주당 강원도당 전략기획위원장과 부대변인을 맡았다. 2016년에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비서실장을 역임했고 2017년에는 서울특별시청 정무수석을 맡았다.
허 의원은 2016년 20대 총선에서 민주당 공천을 받아 출마했지만 김진태 당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후보에 패배했다.
▲ 허영 의원(왼쪽)이 배우 이원종(오른쪽)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허영 페이스북 가무리>
2018년 강원도당 위원장에 오르면서 총선 출마를 준비했고 21대 총선에서 김 전 의원과 다시 한 번 맞대결을 펼쳐 설욕에 성공했다. 허 의원의 당선으로 제10대 총선에서 신민당 소속으로 당선된 김준섭 전 의원 이후 42년 만에 민주당계 정당에서 국회의원을 배출했다.
허 의원은 21대 국회에서 춘천 캠프페이지 토양오염 원인규명 및 온전한 정화를 위한 합의 각서(MOA) 체결과 관련 토양환경보전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의정활동을 했다.
다만 이번 21대 총선을 앞두고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을 하면서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법안 상정을 요구하는 야당의원들을 향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산식을 알고 있느냐”고 물자 허 의원이 “국민들이 산식을 알고 투표하는가. 국민들은 정당과 지역 의원들에게만 투표하면 되는 것이다”고 반박하며 입길에 오르기도 했다.
이에 허 의원은 입장문을 내고 사과했고 정치개혁특위 위원에서 사퇴했다.
허 의원은 4년 동안 춘천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며 지역기반을 열심히 닦았지만 이 지역구에서 최근 치러진 두 개의 선거결과를 보면 안심할 수만은 없다.
2022년 20대 대선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춘천철원화천양구갑에서 6만9903표(51.19%)를 득표해 6만44표(43.97%)를 얻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7.22%포인트 차이로 눌렀다.
바로 뒤이어 치러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강원도지사 선거에서는 21대 총선에서 고배를 마셨던 김진태 국민의힘 후보가 4만9679표(53.5%)를 얻어 4만1947표(45.18%)를 득표한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8.32%포인트 격차로 승리했다. 이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