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카'는 이제 없다, 테슬라-소니-샤오미 차세대 전기차 각축전 예고

▲ 애플이 자체 브랜드 전기차 '애플카' 출시 계획을 백지화하며 테슬라와 소니, 중국 제조사들 사이 경쟁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소니와 혼다 합작법인의 전기차 '아필라' 시제품 이미지. <소니혼다모빌리티>

[비즈니스포스트] 애플이 자체 브랜드 자율주행 전기차 ‘애플카’ 개발 계획을 철회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차세대 전기차 시장 판도에 큰 변화를 예고했다.

전기차 성능을 넘어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와 소프트웨어 플랫폼 등을 중심으로 진행될 경쟁 국면에서 테슬라와 소니, 중국 샤오미와 화웨이 등이 전면에 부각될 공산이 커졌다.

3일 외신을 종합하면 애플이 지난 10년 가까이 진행한 애플카 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시사주간지 디애틀랜틱은 “애플은 애플카를 실제로 출시하지도 않고 자동차 산업에 혁명을 일으켰다”며 “자동차용 소프트웨어의 전성시대를 열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전 세계 자동차 제조사와 IT기업들이 차량용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파악하게 된 것은 애플이 해당 분야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갖춰나간 데 따른 결과라는 의미다.

애플은 자동차용 운영체제 ‘카플레이’를 통해 자동차 관련 시장에 뛰어들었다. 아이폰을 자동차와 연결하면 차량용으로 개발된 전용 앱과 콘텐츠 등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애플카 역시 차량 자체의 성능보다 이러한 소프트웨어 플랫폼과 운영체제, 앱과 콘텐츠를 핵심 경쟁력으로 앞세우는 제품으로 출시될 수 있다는 전망이 유력하게 나오고 있었다.

아이폰이 스마트폰 시장 초기에 차별화된 앱 생태계로 단기간에 많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았던 것처럼 애플카도 비슷한 성과를 재현할 잠재력을 업계에서 주목받아 왔다.

포드와 GM, 테슬라 등 자동차 기업들은 애플의 이러한 전략에 자극을 받아 자체적으로 차량용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강화하고 콘텐츠 및 앱 생태계를 확보하는 데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디애틀랜틱은 소니와 화웨이 등 전자제품 전문 기업이 자동차사업에 진출하게 된 것도 애플을 뒤따르기 위한 결정이라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 등 주요 외국언론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 10년 가까이 진행해 온 애플카 개발 프로젝트를 완전히 백지화하고 관련 개발팀을 해산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자연히 애플이 선두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던 차세대 전기차 시장에서 이와 비슷한 사업 방향성을 앞세우고 있던 기업들이 점차 전면에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율주행과 같이 운전자의 편의성을 높이는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차량에서 활용할 수 있는 게임과 영화, 음악 등 콘텐츠를 비롯한 여러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테슬라와 소니, 샤오미와 화웨이 등 기업은 이미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와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중심에 둔 운영체제 및 전기차를 개발하며 애플카와 맞경쟁을 노리고 있었다.
 
'애플카'는 이제 없다, 테슬라-소니-샤오미 차세대 전기차 각축전 예고

▲ 애플의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운영체제 '카플레이' 홍보용 이미지. <애플>

현재 테슬라 전기차에는 다양한 동영상 및 음악 재생 앱과 게임 소프트웨어가 지원된다. 외부 개발사가 전용 앱을 개발해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앱스토어 출시 가능성도 꾸준히 논의된다.

개발자들이 테슬라 전기차를 위한 게임과 콘텐츠 등을 판매할 수 있게 된다면 테슬라는 수수료 등 추가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고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일본 소니는 현재 혼다와 합작법인 소니혼다모빌리티를 통해 2025년 출시를 목표로 ‘아필라’ 브랜드 전기차를 비롯한 여러 신모델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소니는 영상 콘텐츠와 게임 분야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갖춘 기업이다. 이러한 장점을 살려 아필라 전기차에 ‘플레이스테이션’ 콘솔게임을 지원하는 등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앞세웠다.

테슬라와 소니는 애플이 실제로 애플카를 출시한다면 가장 강력한 경쟁 상대가 될 것으로 예상되던 기업이다. 전기차와 콘텐츠 플랫폼 분야에서 뚜렷한 우위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카 출시가 무산된 상황에서 이러한 차세대 전기차 출시를 기다리고 있던 소비자들의 잠재수요는 자연히 테슬라와 소니의 차량으로 이동하게 될 공산이 크다.

중국 샤오미와 화웨이도 최근 자동차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며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샤오미는 상반기 안에 직접 개발에 참여한 전기차를 처음 출시할 계획을 두고 있으며 화웨이 역시 지난해 공개한 자체 브랜드 전기차 출하를 올해 시작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두 중국 스마트폰업체가 선보인 전기차는 스마트폰과 연계된 콘텐츠 및 앱 관련 기능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애플카와 유사한 제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결국 차세대 전기차 시장에서 애플의 빈자리를 선점하려는 글로벌 자동차 및 전자업체들 사이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애플이 그동안 자동차 관련 기술 개발에 상당한 금액을 들였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직접 전기차를 출시하지 않더라도 다른 방식으로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도 고개를 들고 있다.

다른 자동차 제조사에 소프트웨어 플랫폼 및 자율주행 기술 등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차량용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해나가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애플은 올해 신형 자동차용 운영체제 ‘카플레이2.0’을 선보일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는 향후 애플의 자동차 관련 사업 방향성을 예측할 수 있는 단서가 될 가능성이 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