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억 명이 매년 800달러씩 제품 살 수 있나, 애플 주가 방어 비관론 '눈길'

▲ 2월1일 한 소비자가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애플 스토어 앞을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애플이 서비스 부문 성장 둔화로 올해 큰 폭의 주가 하락을 경험할 수도 있다는 증권사 전망이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수익성 높은 서비스 부문이 실적을 견인해야 하는데 인공지능(AI) 상용화가 경쟁사보다 뒤처져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하드웨어 판매량 또한 스마트폰 보급률이 크게 늘었다는 점과 중국 리스크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더해졌다.

28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는 증권사 UBS의 보고서를 인용해 “12억 명에 달하는 애플의 주 구매층 1명 마다 매년 800달러(약 106만 원)씩 애플 제품을 구매하지 않으면 주가가 13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애플은 28일 나스닥장에서 181.42달러로 거래를 마감했다. 

대규모 소비자 구매가 없으면 주가가 현재보다 28.3% 하락할 수 있다는 다소 공격적인 전망이 나온 셈이다. 

UBS는 올해 애플이 불확실한 성장 동력으로 수익 전망 또한 약세를 보일 수 있다고 분석하며 주가 하락 가능성을 시사했다. 

우선 서비스부문의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는 점이 주가 약세 요인으로 꼽혔다. 

최근 아이클라우드와 애플케어 등 서비스부문 가운데 핵심 사업들의 성장률이 한 자릿수에 머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다 보니 주가 전망에도 부정적 여파가 미친 것으로 보인다. 

포브스에 따르면 애플 서비스부문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연 평균 16.5%로 성장해 왔다.

앱스토어 수수료와 자체 콘텐츠 플랫폼, 클라우드 등으로 구성된 서비스부문은 영업이익률이 70%를 상회해 하드웨어 판매의 2배 수준에 이른다. 

사실상 캐시카우 역할을 하다 보니 주가 흐름과 연관성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애플이 생성형 인공지능과 관련해서 구체적인 전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생성형 인공지능은 텍스트뿐 아니라 음성과 이미지 등 다양한 영역에 활용 가능한 기술이다. 애플의 자체 운영체제 및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생태계가 가진 장점을 살리기 유리한 분야임에도 상용화에 뒤쳐졌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와 같은 경쟁사들이 자사 전자기기에 인공지능을 적극적으로 탑재해서 내놓고 있다는 점이 애플의 경쟁력을 위협하고 있다는 내용도 거론됐다. 
 
UBS는 “애플의 생성형 인공지능 스마트폰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삼성전자가 갤럭시 S24 울트라를 앞세워 선두를 탈환할 수도 있다”고 바라봤다. 

애플이 구글과 관련해 미국에서 진행되는 검색엔진 반독점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주당순이익(EPS)이 8% 하락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12억 명이 매년 800달러씩 제품 살 수 있나, 애플 주가 방어 비관론 '눈길'

▲ 2021년 4월30일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EU 본부에서 마가렛 베스티거 수석 부집행위원장이 애플의 반독점 조사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애플은 EU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2024년 한화 7천억 원에 육박하는 과징금을 부과받을 예정이다. <연합뉴스>

주당 순이익은 기업의 당기 순이익을 유통 주식수로 나눈 수치로 1주당 얼마의 이익을 창출하였느냐를 의미한다. 

구글은 애플 기기들에 기본 검색 엔진을 구글로 설정하는 대가로 매년 애플에 최대 200억 달러(약 26조7100억 원)를 지불하고 있는데 재판 결과에 따라 이 수익이 끊겨 주당 순이익이 하락한다는 뜻이다. 

애플은 기업 시가총액이 3조 달러(약 4천조 원)에 육박하는 세계 최고 기업 가운데 하나다. 

주가 흐름도 코로나19가 종식된 2023년 연초와 비교해 40% 가까이 오른 상태다. 

그러나 서비스 부문에서 겹악재가 발생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 되면 주가에 악영향이 불가피 하다는 분석이 주요 증권사를 통해 전해져 투자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애플과 함께 ‘매그니피센트 7’으로 묶이는 기술기업 테슬라도 올해 연초보다 주가가 20% 하락했는데 이 또한 남의 일이 아닐 수 있다. 

UBS는 “매그니피센트 7 가운데 주당 순이익 성장 동력이 애플보다 약한 기업은 테슬라 뿐”이라고 짚었다.  

이 외에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해 하드웨어 판매 실적을 늘리기 여의치 않다는 점과 ‘중국 리스크’ 또한 애플 주가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중국과 같은 경우 애플 전체 매출에 20% 그리고 생산 공정의 90% 가량이 이뤄지는 국가이다 보니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애플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파이낸셜타임스는 UBS가 설명 차원에서 주가 하락 시나리오들을 제시한 것이며 대다수 월가 분석가들은 애플의 목표 주가를 현재보다 5% 가량 상회하는 190달러, 구매 의견은 ‘중립’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함께 전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