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인공지능(AI)용 반도체 산업 호황에 힘입어 주가가 급등한 엔비디아를 두고 과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외 증권가에선 엔비디아의 주가는 과열로 볼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으며 목표주가를 오히려 상향시키고 있다.
 
'AI 반도체 독주' 엔비디아 주가 과열? 한국 증권사도 목표주가 오히려 상향

▲ 엔비디아 주가가 급등하면서 과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7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엔비디아 주가는 올해 들어 수시로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운 결과 전날까지 총 60%가량 상승했다. 지난해 4분기 깜짝 실적이 발표된 22일엔 하루 새 주가가 16.40% 상승마감하기도 했다.

시계열을 지난해 초부터 전날까지로 넓히면 주가 상승률은 총 441.21%에 달한다.

챗GPT를 필두로 한 생성형AI 산업이 기대감을 모으면서 AI용 반도체 산업도 열기가 더해지고 있다. 엔비디아는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AI용 반도체 산업의 대장주로 꼽힌다.

AI 산업에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중앙에서 처리하는 데이터센터가 핵심이다. 엔비디아의 GPU를 활용한 데이터센터 장치는 AI 데이터 처리에 최적화되어있기 때문에 이 산업에서 필수적이다.

엔비디아의 전세계 AI용 GPU 시장 점유율은 73%로 후발 주자인 인텔(21%)과 AMD(6%)를 크게 따돌리고 있다. 

다만 엔비디아 주가가 지나치게 극적으로 상승한 만큼 일각에선 '닷컴버블' 시기와 유사하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2022년 이후 주가 상승 속도는 지난 1998~2000년 닷컴버블을 주도했던 대장주 시스코의 주가와 유사한 것으로 분석된다.

시스코 주가는 매출 성장세에 대한 기대가 주가에 지나치게 일찍 반영된 뒤 닷컴버블의 붕괴가 닥치면서 주가가 폭락했던 종목이다.

그럼에도 엔비디아 주가는 과열로 볼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AI용 반도체 산업의 향후 성장 전망과 엔비디아의 시장 지배력을 고려하면 시스코와 달리 엔비디아는 향후 실적 전망이 탄탄하다는 것이다.

전세계 AI용 반도체 시장은 향후 5~10년 동안 25~40%의 고성장이 전망되는 가운데 엔비디아의 점유율이 독보적인 수준인 만큼 수혜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증권 추산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42억2400만 달러(약 5조6221억 원)에서 올해 356억2200억 원으로 급등할 것으로 전망된다. ROE(자기자본대비이익율)도 17.93%에서 83.11%로 급증해 수익성이 대폭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가 과열을 확인하는 대표 지표인 PER(주가수익률)은 분모에 있는 실적이 증가할 수록 낮아진다. 엔비디아의 주가가 상승해도 실적이 꾸준히 증가해 뒷받침할 것이므로 과열 우려에서 벗어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스코의 주가 급락은 결국 실적 둔화에서 비롯된 반면 엔비디아의 실적 둔화 조짐은 찾기 어렵다”며 “엔비디아 주가를 과열로 볼 수는 없으며 AI 반도체에 대한 관심은 유효하다”고 말했다.

이종원 상상인증권 연구원도 “엔비디아의 12개월 선행 PER은 약 32배 수준으로 과거 2년 평균(40배)에 비해 오히려 할인된 수준이다”며 “경쟁사인 AMD와 인텔의 PER이 각각 42배, 35배 수준으로 엔비디아가 되려 더 낮다”고 말했다.

실적 외에 엔비디아가 주주환원을 실시할 여력이 높은 점에서도 주가가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는 순이익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이익잉여금이 급속도로 쌓이고 있다”며 “향후 이를 활용해 자사주 매입을 진행할 가능성도 고려하면 엔비디아의 주가 상승 여력은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AI 반도체 독주' 엔비디아 주가 과열? 한국 증권사도 목표주가 오히려 상향

▲ 월가에서 엔비디아 목표주가 상향 행진이 이어지며 1천 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연합뉴스>


월가에서도 엔비디아 목표주가 상향조정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울프 리서치의 크리스 카소 애널리스트는 엔비디아 목표주가를 최근 630달러(약 84만 원)에서 900달러로 높였다. 

심지어 엔비디아 목표주가를 1천 달러보다 높게 잡는 증권사도 나오기 시작했다.

로젠블랏 증권은 엔비디아의 목표주가를 1400달러까지 높이면서 시가총액이 3조5천억 달러에 달해 마이크로소프트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딥워터 자산운용의 진 먼스터는 “향후 AI 반도체 업황을 고려하면 엔비디아 목표주가 1천 달러도 보수적인 수준이다”고 말했다.

이 밖에 베어드(Baird), 키뱅크(Keybanc), 번스타인(Bernstein), 룹캐피탈(Loop Capital), 사디프(Sadif) 등이 최근 엔비디아 목표주가를 1천 달러 이상으로 제시했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