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신형 AI 반도체도 공급부족 예고, 고객사 물량 배정 '딜레마' 커져

▲ 엔비디아 인공지능 반도체 공급부족 사태가 하반기 신제품 출시 뒤에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엔비디아 인공지능 반도체 'H200' 및 'GH200'  이미지. <엔비디아>

[비즈니스포스트] 엔비디아 인공지능(AI) 반도체 주요 제품의 수요가 공급량을 웃돌고 있는 상황이 하반기 신제품 출시 이후에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인공지능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만큼 한정된 물량을 여러 고객사에 어떻게 배분해야 하는지가 점점 더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경제전문지 포춘은 22일 “엔비디아 반도체에 고객사 수요가 지나치게 집중되면서 물량을 얼마나 공정한 방식으로 공급하고 있는지 해명해야 하는 상황까지 몰리게 됐다”고 보도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미국 현지시각으로 21일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을 통해 “고객사에 불필요한 수준의 반도체를 공급하는 일을 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엔비디아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가 빅테크와 스타트업, 연구소와 정부기관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발생하는 만큼 어떤 기준을 두고 물량을 배분하는지 묻는 증권사 관계자 질문에 대답한 것이다.

H100과 A100 등 엔비디아 GPU(그래픽처리장치) 기반 인공지능 반도체는 전체 시장에서 9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할 정도로 상당한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을 자체 개발하는 기업이나 이를 연구에 활용하는 기관 등에서 성능과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뛰어난 엔비디아 제품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단기간에 급증하다 보니 엔비디아의 인공지능 반도체 물량 공급 능력이 이를 따라잡지 못해 고객사가 제품을 주문한 뒤 받기까지 수 개월의 시간이 걸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IT기업 또는 연구소, 더 나아가 국가들 사이 인공지능 기술 경쟁력에 격차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인공지능 반도체 물량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면 기술 개발을 본격화하는 시기도 크게 앞서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히 엔비디아가 특정 고객사에 인공지능 반도체 물량을 몰아주거나 공급 시기를 차별화하는 등 방식으로 불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포춘은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가 다급한 여러 고객사를 두고 있는 일은 엔비디아에 행복한 고민처럼 보인다”고 보도했다.

엔비디아가 공급가격 협상에 절대적 우위를 갖춰 실적 증가세에 더욱 힘을 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포춘은 엔비디아가 고객사의 신뢰를 잃는다면 AMD와 같은 경쟁사에 수요를 빼앗길 수 있기 때문에 물량 공급을 차별화한다는 인상을 줘서는 안 되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젠슨 황 CEO는 “우리는 공정한 물량 배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가능한 많은 고객사들과 협력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기회를 꾸준히 찾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엔비디아 인공지능 반도체 공급부족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워 보이는 만큼 물량 배정과 관련한 ‘딜레마’도 당분간 남아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는 하반기 출시를 앞둔 차세대 인공지능 반도체에도 이미 고객사들의 수요가 공급 능력을 크게 웃돌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부품 공급망이 꾸준히 개선되고 있지만 강력한 수요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공급 부족 사태를 피하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젠슨 황 CEO는 “사람들은 엔비디아 인공지능 GPU를 단순한 반도체로 생각하고 있지만 이는 3만5천여 종의 부품으로 이뤄져 있다”며 공급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는 반도체 웨이퍼와 패키징, 메모리반도체와 전력장치 등 모든 부품 공급망이 훌륭하게 구축되어 있다며 공급 부족 상황에도 생산 능력은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