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 또 실적 '보릿고개', 정철동 올레드 투자자금 어떻게 마련하나

▲ LG디스플레이가 올해 상반기 실적 보릿고개를 견뎌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LG디스플레이가 올해 1분기 다시 적자 전환해 ‘보릿고개’를 넘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은 “새로운 승부에 도전하자”고 강조하고 있지만, 투자자금이 부족해 미래 OLED(올레드) 투자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14일 LG디스플레이 안팎의 전망을 종합하면 LG디스플레이가 2023년 4분기 아이폰 효과로 7분기 만에 흑자전환하는 데 성공했지만 올해 적어도 상반기까지는 영업손실을 낼 가능성이 높다.

애플 관련 올레드 디스플레이 패널 매출 비중이 30~40%에 이르는 LG디스플레이는 하반기가 계절적 성수기, 상반기가 비수기로 분류된다. 애플 아이폰이 보통 9~10월에 출시되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 또 실적 '보릿고개', 정철동 올레드 투자자금 어떻게 마련하나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이 올레드 투자경쟁을 어떻게 헤쳐갈지 주목된다.


게다가 올해 상반기는 고객사 부품 제고 조정까지 예상되고 있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디스플레이 업황이 최악 상황을 벗어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하지만 올해 1분기는 북미 고객사(애플) 스마트폰의 중국 판매 부진 우려, 부품 재고 조정 영향으로 LG디스플레이의 모바일 올레드 패널 출하량이 전분기에 비해 약 65% 감소하고, 가동률 하락으로 고정비 부담이 증가해 적자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같은 적자는 올해 상반기는 물론 3분기까지 지속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실적 악화는 고스란히 차입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회사는 2023년 말 기준 순차입금이 13조4천만 원대까지 증가했고, 부채비율은 307.7%까지 치솟았다. 회사가 향후 4년 동안 매년 상환해야 하는 차입 상환금만 3조 원이 넘는다.

결국 회사는 최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1조36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키로 결정했다. 유상증자를 통한 조달 자금은 시설투자 자금(4159억 원), 운영자금(5483억 원), 채무상환자금(3936억 원)으로 사용된다.

시설투자자금 4159억 원은 대부분 6세대 IT용 올레드 투자에 쓰인다.

반면 경쟁사들은 8세대 IT용 올레드(OLED)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23년 4월 태블릿PC와 노트북PC 등에 들어가는 8.6세대 IT용 올레드 생산시설에 2026년까지 4조1천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이르면 2025년 1분기부터 초기 가동이 시작된다.

중국 BOE도 지난해 11월 쓰촨성 청두에 8.7세대 올레드 생산라인을 건설하기 위해 88억 달러(약 11조5천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LG디스플레이 또 실적 '보릿고개', 정철동 올레드 투자자금 어떻게 마련하나

▲ LG디스플레이 파주 사업장 전경.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중소형 올레드 패널 시장점유율(출하량 기준)은 삼성디스플레이 54%, 중국 BOE 20%, LG디스플레이 8%다.

시장조사업체 유비리서치는 IT용 올레드가 아직 매출 규모는 크지 않지만 2027년까지 연평균 41%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처럼 8세대 IT용 올레드가 글로벌 디스플레이 업계의 미래 먹거리로 부상하는 상황에서 LG디스플레이는 아직 차기 8세대 올레드 투자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차세대 올레드 생산라인 구축을 위한 투자자금이 부족하고, 자금 조달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8세대 올레드 설비투자는 반드시 필요하다.

8세대급(2.25m×2.6m) 유리기판은 기존 6세대급(1.5m×1.8m)보다 면적이 넓다. 디스플레이는 유리기판 원장(마더글라스) 면적이 확대될수록 패널 생산량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수익성이 높아진다.

예를 들어 기존 6세대급 설비에서는 14.3인치 태블릿 패널을 1년에 약 450만 매 생산할 수 있었다면 8세대 설비로는 연 1천만 매까지 생산하는 것이 가능하다. 즉 세대가 높을수록 공정 효율이 향상돼 수익성도 개선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LG디스플레이가 보유한 6세대급 설비만으로는 향후 올레드 패널 단가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결국 LG디스플레이의 투자 지연은 향후 IT용 올레드 패널 시장점유율 경쟁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는 현재 애플 아이패드용 올레드의 약 60%를 공급하고 있는데, 투자가 이어지지 못할 경우 이마저도 지키기 어려워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말 구원투수로 투입된 정철동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사업 본질에 집중해 새로운 승부에 도전하자”며 제품 개발·생산에서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지난해 회사는 설비투자를 전년보다 1조6천억 원 축소한 3조6천억 원을 집행했다. 게다가 올해는 설비투자를 2조 원까지 낮춰 허리띠를 더 졸라맬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회사의 중국 광저우 LCD 공장을 매각하는 방안, 파주 ‘P10’ 공장의 유휴 공간을 활용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같은 방안을 동원한다고 해도 최소 3조 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8.6세대 IT용 올레드 라인을 구축하기에는 여전히 자금이 부족하다.

회사 관계자는 “8.6세대 올레드 설비투자 계획은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