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엘앤에프와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비엠 등 국내 양극재 3사가 실적 부진에 빠지면서 주요 증권사가 목표주가를 줄줄이 내려잡고 있다.

여기에 테슬라의 실적 부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 확대 등 악재들이 이어지면서 양극재 3사에 비우호적 업황이 이어지고 있다.
 
양극재 3사 목표주가 줄줄이 하향, 실적 부진에 테슬라 및 트럼프 '겹악재'

▲ 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양극재 3사는 올해도 실적 반등을 이뤄내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대구 성서단지 엘앤에프 연구소.


2일 엘앤에프 주가는 전날보다 4.77% 하락한 14만5600원에 장을 마쳤다.

전날과 이날 증권가에서 엘앤에프 목표주가를 줄줄이 하향하자 투자심리가 악화한 것으로 보인다.

엘앤에프는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매출 6576억 원, 영업손실 2804억 원을 냈다. 1년 전보다 매출이 46.5% 줄면서 적자 전환했다.

시장 전망치였던 영업이익 69억 원을 크게 밑돌면서 신영증권(26만 원->22만 원), 현대차증권(29만5천 원->16만 원), 키움증권(31만 원->25만 원) 등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엘앤에프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엘앤에프의 4분기 실적 부진 요인으로는 크게 두 가지가 꼽힌다.

우선 유럽 및 미국에서 전기차 판매가 둔화하며 엘앤에프의 양극재 전방 수요가 부진했다.

다음으로 리튬 등 메탈 원가 하락으로 재고자산에서 2508억 원 규모의 평가손실이 발생했다. 양극재업체들은 2차전지업체에 공급하는 양극재 가격을 메탈 원가와 연동한다. 메탈 원가가 오를 때는 수익성이 개선되지만 반대로 메탈 원가가 내릴 때는 수익성이 나빠진다.

문제는 앞으로도 엘앤에프에 비우호적 업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박진수 신영증권 연구원은 “올해 엘앤에프은 영업손실 439억 원을 보며 적자를 이어갈 것이다”며 “상반기까지 양극재 판매가격 하락이 이어질 것이며 추가적 재고평가손실을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포스코퓨처엠과 에코프로비엠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포스코퓨처엠은 4분기 연결기준으로 영업손실 737억 원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엘앤에프와 비슷한 이유로 실적이 줄었으며 마찬가지로 시장 전망치인 영업이익 252억 원을 크게 밑돌았다.

이에 교보증권(46만 원->30만 원), 현대차증권(42만 원->36만 원), NH투자증권(43만 원->31만 원), 키움증권(48만4천 원->40만9천 원), 신한투자증권(37만 원->30만 원) 등이 포스코퓨처엠 목표주가를 낮춰 잡았다.

에코프로비엠도 지난해 4분기 영업적자를 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삼성증권은 에코프로비엠 목표주가를 기존 28만 원에서 25만 원으로 하향했다.

결국 양극재 3사 실적이 반등하기 위해선 전기차 수요 회복 혹은 메탈 가격 상승이 필요해 보인다. 그러나 미국에서 터져 나오는 악재들로 이마저 불확실성이 큰 상황으로 여겨진다.

전기차 수요 관점에서 볼 때 글로벌 선두업체 테슬라의 부진이 뼈 아프다. 테슬라는 지난해 4분기 시장 전망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실적을 발표하면서 주가가 크게 빠졌다.

테슬라는 실적 발표 당시 향후 시장 전망이 불투명하다며 올해 실적 가이던스를 제시하지도 않았다.

테슬라가 글로벌 전기차시장에서 높은 위상을 지닌 만큼 테슬라의 실적이나 판매 부진은 시장에서 전기차업황 부진의 신호로 해석된다. 이에 국내 양극재 3사 주가도 타격을 받는 경향이 있다. 특히 엘앤에프처럼 양극재의 최종 고객사가 테슬라인 경우 더 큰 충격을 받는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엘앤에프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시장 수익률’로 낮추며 “주력 최종 고객사인 테슬라의 성장 둔화가 그대로 느껴지는 상황이다”며 “수익성 개선이 당분간 쉽지 않아 보수적 투자 관점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올해 11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는 점도 양극재업체를 향한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양극재 3사 목표주가 줄줄이 하향, 실적 부진에 테슬라 및 트럼프 '겹악재'

▲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뉴욕 맨해튼의 자택을 나서면서 지지자들에 주먹을 쥐어 보이는 모습.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쓰고 있는데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를 폐지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바이든 정부의 보조금 정책이 폐지된다면 전기차 수요는 또 다시 위축될 수밖에 없다.

블룸버그의 최근 여론 조사에 따르면 트럼프와 바이든의 양자대결에서 트럼프 지지율(48%)이 바이든보다 6%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자 대결에선 이 차이가 9%포인트까지 확대되는 것으로도 집계됐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에코프로비엠 등 한국 양극재 업체들은 주가가 펀더멘탈(기초 역량)로 설명하기 힘든 영역에 있기 때문에 단기 실적과 업황의 흔들림에도 주가 하락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고 바라봤다.

리튬 가격 반등도 당분간은 쉽지 않을 것으로 증권가에선 전망하고 있다.

정용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엘앤에프에 대해 “올해 탄산리튬 가격이 킬로그램당 14~15달러 내외에서 움직인다면 추가적으로 대규모 재고평가손실을 볼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