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 이어 자율주행 기술도 주도권 노린다, 미국정부 견제 나서 

▲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 위치한 톈허 국제공항 외곽에서 한 승객이 바이두의 자율주행 무인택시 아폴로(Apollo)에 탑승하기 위해 뒷좌석 창문에 설치된 디스플레이에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있다. < Apollo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의 자율주행 기술 기업들이 상용화에 앞서 나가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자율주행 개발에 먼저 뛰어들었던 미국에선 정부 차원에서 중국 자율주행차량 제재를 시사하고 나섰다. 

2일 주요 외신을 종합하면 중국 업체들이 자율주행 데이터 확보와 주행 횟수에서 상당한 성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이낸셜타임스의 1월31일자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자율주행차 누적 주행거리는 미국과 대등한 수준인 7천만 킬로미터(㎞)다. 

중국은 미국보다 5년가량 늦게 자율주행 차량을 개발하기 시작했지만 미국보다 빠르게 데이터를 확보했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베인앤컴퍼니의 자동차 전문가 레이먼드 창은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중국의 기술 수준은 미국보다 1~2년 정도 뒤처졌으나 그 차이가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구글 알파벳의 자율주행차 개발업체 웨이모와 중국 빅테크 기업인 바이두의 자율택시 ‘아폴로’의 주행횟수에서도 기술격차는 드러난다.

중국 빅테크 기업인 바이두는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2023년 한 해 동안 300여 대의 자율주행 택시로 73만 회 이상 주행 기록을 쌓았다. 이 택시는 운전자가 동석하지 않은 ‘완전자율주행’ 상태로 운행되며 1회 최대 주행거리는 95㎞다. 

같은 기간 미국 웨이모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엔젤레스에서 운영한 자율주행 택시의 주행 횟수는 70만 회였다. 

레이먼드 창은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중국 기업들의 상용화 속도와 규모로 봤을 때 2027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정부 지원 측면에서도 중국 기업들은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유리하다. 정부 당국이 중국 전역에 설치한 감시카메라를 통해 도로 위 시각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의 절대량은 자율주행에 접목된 인공지능(AI)을 학습시키는 데에 가장 중요한 요소다. 

인공지능은 시각 데이터를 기계학습(머신러닝) 해서 자율주행 기술을 고도화하는데 데이터의 양이 늘어날수록 주행이 더욱 정교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전기차 이어 자율주행 기술도 주도권 노린다, 미국정부 견제 나서 

▲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오른쪽)이 1월30일 씽크탱크인 대서양 위원회가 연 행사에서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부위원장과 대담을 나누고 있다. < Atlantic Counil >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중국에는 2023년 기준 4억 대의 국영  감시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중국이 ‘감시카메라의 천국’이라고까지 불리는 이유다. 

중국 칭화대에서 인공지능 산업 연구소 학장을 맡은 장야친은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중국에 설치된 ‘도로 위 인텔리전스’를 활용하는 기업은 비용 절감과 기술 개발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장야친 학장이 카메라 대신 ‘지능’이라는 뜻의 '인텔리전스'라는 단어를 사용한 까닭은 감시카메라 외에도 중국 정부가 기업에 제공할 수 있는 다른 데이터들도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자율주행차량이 교통신호 정보 등 교통 당국이 제어하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면 운행 안전성과 속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 기업들이 자국에 설치된 도로변 카메라, 신호등 및 기타 정부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강점”이라고 짚었다.  

중국의 자율주행 기술이 급속히 부상하면서 미국 정부는 이를 견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1월31일자 블룸버그 기사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의 지나 러몬도 장관은 전날 미국 공공정책 씽크탱크인 대서양 위원회에서 열린 대담을 통해 “중국 전기차 및 자율주행 차량이 엄청난 양의 정보를 미국에서 수집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 데이터들이 중국으로 넘어가는 것을 바라나?”라고 청중들에게 되물으며 중국의 자율주행 기술을 견제하고자 하는 시각을 숨기지 않았다. 

이는 정부 관료 한 명의 의견만이 아니다. 

블룸버그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해외 업체들이 개인 정보에 접근하지 못하게 막는 내용의 행정 명령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자율주행 기술에 도움되는 데이터를 미국에서 확보하지 못하도록 막아설 수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 

이미 미국은 반도체나 전기차와 같은 첨단 제조업 분야에서 중국을 적극적으로 견제하고 있다. 수출 통제나 관세율 인상정책을 통해서다. 

중국산 전기차는 미국에 들어올 때 관세율이 27.5%다. 모든 자동차 수입품 대상 관세율인 2.5%에 중국산 수입차량 대상 관세율인 25%를 추가로 부가한다. 

테슬라와 세계 전기차 1위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중국 BYD(비야디)마저 높은 관세율로 아직 미국 전기승용차 시장에 진출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와 같은 전례가 자율주행 부문에서도 반복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