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작년 연간 최고 영업이익을 경신한 가운데, 올해도 역대 최고 실적을 예상하는 높은 수익성 목표를 제시했다.

두 회사 모두 올해 국제정세 불안, 경기 침체에 따른 구매심리 위축, 업체 사이 경쟁 심화 등 어려운 경영환경을 예측하면서도 판매실적을 키우며 정면돌파 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차 기아 올해도 최대 실적 거둘까, 환율과 친환경차 판매가 관건

▲ 현대차 싼타페 풀체인지. <비즈니스포스트>


현대차·기아가 올해 또 한번의 최대 실적을 경신하기 위한 가장 큰 관건은 환율과 친환경차 판매 확대 여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현대차와 기아가 전날 발표한 올해 연간 가이던스를 보면 지난해 역대급 영업이익을 기록한 두 회사가 올해 다시 한번 수익성을 개선할 가능성이 일찌감치 제기된다.

전날 기아는 2023년 1년 동안 전년보다 60.5% 급증한 11조6079억 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잠정집계됐다고 공시했다. 2022년에 이어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잇달아 경신하며 사상 처음으로 영업이익 10조 원 고지도 돌파했다. 영업이익률 역시 11.6%로 처음 두자릿수를 기록했다.

같은 날 현대차도 작년 영업이익 15조1269억 원을 냈다고 공시했다. 기존 최대 연간 영업이익인 2022년 9조8198억 원을 5조 원 이상 초과 달성하며, 영업이익이 사상 처음 15조 원을 넘겼다. 영업이익률은 9.3%로 두자릿수를 눈앞에 뒀다.

이런 상황에서 기아는 올해 영업이익 목표치로 12조 원을 제시했다. 월 평균 1조 영업이익 체제를 만들어 작년보다 영업이익을 3.4% 더 늘리겠다는 것이다.

기아는 올해 사업계획에서 시장 둔화에 대비해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인센티브(판매장려금) 관련 예산을 넉넉히 잡고, 원/달러 환율도 보수적으로(1270원) 잡았다. 

현대차·기아와 같은 수출 기업에 있어 수출물량과 외화표시 수출가격이 일정하다고 가정할 때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는 폭만큼 매출이 증가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그럼에도 판매량 증가와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등 고수익차량 판매 비중 확대를 통해 올해 추가적 수익성 개선이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 부사장은 지난 25일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재료비에 감소 효과가 지속되는 부분이 있고, 제값받기를 지속하며, 물량 증가에 따른 효과도 가져오면서 월 1조 수익구조를 가져가는 계획을 수립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올해 가이던스로 매출 4~5% 성장, 영업이익률 8~9%를 제시했다.

현대차의 작년 연간 매출인 162조6636억 원을 기준으로 해당 목표에 따른 영업이익은 13조5336억~15조3717억 원 수준으로 예측된다.

현대차는 기아와 달리 인센티브 비용 하락을 예상하고 있어,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 상단을 달성해 또다시 최대 영업이익을 경신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 대당 최대 7500달러(약 1천만 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하반기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공장(HMGMA)을 완공, 이 곳에서 생산한 차를 판매할 예정이다.

그동안 국내에서 전기차를 수출해 미국에 판매했기 때문에 가격경쟁력 유지를 위해 회사의 전기차 판매 관련 인센티브는 수직 상승했다. 회사는 대당 최대 7500달러에 육박하는 자체 인센티브를 지급했다.

올해 현대차는 북미에서 싼타페 완전변경(풀체인지) 모델과 투싼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 GV80 페이스리프트 등의 신차를 주력으로 판매하는데, 이들 신차가 판매되면 인센티브 비용이 상당부분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이승조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 전무는 지난 25일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내연기관차는 지금도 인센티브가 업계 평균보다 아래에서 관리되고 있다"며 "싼타페와 투싼 신차 등이 들어가면 내연기관차 평균 인센티브는 더 낮아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건은 환율이다.

현대차 역시 올해 평균 원/달러 환율을 1270원으로, 전년 대비 크게 낮은 수준으로 잡았다. 증권가에선 원/달러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현대차 영업이익은 1800억 원 감소할 것으로 추산한다.

이 전무는 "올 초 환율은 1320원 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어, 지금 상황이라면 (환율이) 우호적으로 나올 수도 있다"며 "이런 영향이 계속된다면 우리가 낸 가이던스를 충분히 달성하고, 조금 더 노력한다면 실적을 초과할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한다"고 말했다.

외생변수인 환율을 제외하면 현대차·기아의 올해 수익성은 친환경차(전기차, 하이브리드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판매 성적표에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두 회사는 올해 모두 친환경차를 중심으로 판매 확대하며 실적 키웠다. 현대차 전년 대비 글로벌 판매가 6.9% 증가한 가운데 친환경차 판매가 37.2%, 기아는 총 판매가 6.4% 늘어난 가운데 친환경차 판매가 18.6% 성장했다.

다만 올해 현대차는 하이브리드로, 기아는 전기차로 친환경차 판매 중심축을 달리 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작년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27만 대, 하이브리드차는 37만 대를 판매했다.

올해 전기차 판매 목표로는 10% 증가한 30만 대로 잡았는데, 하이브리드차 목표는 전기차보다 3배 가까운 29% 늘어난 48만대로 정했다. 회사는 최대 볼륨 모델인 투싼 하이브리드의 부분변경과 싼타페 하이브리드 풀체인지 모델을 세계 시장에 투입하고, 하이브리드 신차 라인업을 지속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내년 출시할 준대형 SUV 팰리세이드 풀체인지 모델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한다. 이미 팰리세이드와 위탁 생산하는 경차 캐스퍼, 신흥시장 대응에 집중하고 있는 베뉴를 제외한 모든 승용차 라인업에 하이브리드 모델이 포함돼 있다.
 
현대차 기아 올해도 최대 실적 거둘까, 환율과 친환경차 판매가 관건

▲ 기아 EV3 콘셉트카. <비즈니스포스트>


기아는 올해 브랜드 최초의 중소형 전기차 대중화 모델인 EV3 출시를 계기로 세계 전기차 판매량을 50% 키운다는 방침을 정했다.

기아는 지난해 하이브리드차 31만 대, 전기차 20만 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9만 대 등 60만 대의 친환경차를 판매했다.

올해 전기차를 작년보다 10만 대가량 더 판매해 친환경차 판매 확대를 이끌겠다는 것이다. 

주 부사장은 "올해를 포함해 앞으로 기아의 판매나 수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전기차(EV)는 중장기적으로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이미 예정된 볼륨 모델에 해당하는 EV3, EV4, EV5를 오는 6월부터 순차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아는 전날 올 상반기 말에 EV3를, 내년 초에 EV4를 출시할 계획을 밝혔다.

하이브리드차와 관련해 20~25% 수준의 세계 수요 증가를 예상하고, 이를 반영한 하이브리드 판매 계획을 세웠다.

기아도 준대형 SUV 모하비와 소형 SUV 셀토스를 제외한 모든 내연기관 RV 라인업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보유하고 있다. 내년엔 셀토스에도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한다.

주 부사장은 "(EV3, EV4, EV5 등) 3개 차종은 무조건 성공시킬 것"이라며 앞으로 출시할 전기차 대중화 모델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