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영 기자 taeng@businesspost.co.kr2024-01-23 17:12:56
확대축소
공유하기
[비즈니스포스트] 홍콩 증시가 급락세를 멈추고 반짝 반등에 성공했으나 일시적 현상에 그칠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홍콩증시엔 구조적 문제점이 많아 그동안 기록한 낙폭을 단기간에 만회할 정도로 급등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에서 막대한 손실을 본 국내 투자자들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 홍콩 증시의 반등세가 지속되기 어려운 거란 의견이 나온다. 사진은 홍콩거래소. <게티 이미지>
23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이날 홍콩 H지수는 전날보다 2.67% 상승한 5135.65에 마감했다.
전날엔 2.44% 급락한 5001.95에 마감하며 5천대까지 내줄 뻔했으나 반등에 성공한 것이다. 홍콩 H지수가 2%대 상승 마감한 것은 지난달 28일 이후 약 2주 만이다.
전날 H지수 급락의 배경엔 중국정부의 경기부양 의지가 생각보다 강하지 않다는 시장의 우려가 작용했다.
중국정부는 15일 1월 MLF(정책금리)를 동결한 데 이어 전날 LPR(대출우대금리) 1년물과 5년물 금리를 모두 동결하며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리챵 중국 총리도 16일 다보스포럼에서 “중국은 단기적 성장 회복을 위해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쓸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증시의 연이은 하락에 전날 리챵 총리가 “상장사들의 가치를 높이고 중장기 펀드의 증시 유입을 촉진하며 시장의 안정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이날 홍콩증시가 반등에 성공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홍콩 증시가 반등세를 이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홍콩증시가 여러 구조적 문제로 하락세를 이어온 만큼 증시 반등을 위해서는 근본적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H지수는 2021년 7월22일 기록한 10006.57에서 꾸준히 하락해 현재 반토막이 났는데 부진한 중국경기가 첫 번째 이유로 꼽힌다.
중국은 부동산시장 침체로 전반적으로 경기가 부진한 가운데 가계의 소비력도 낮아 여전히 내수가 활성화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여겨진다.
2019년부터 시작된 중국정부의 홍콩에 대한 강압적 태도도 H지수에 부담을 주는 요인으로 꼽힌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중국정부의 태도에 실망해 홍콩증시를 떠나고 있는데 중국정부의 태도 변화는 요원하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중국증시가 주목받을 여지도 줄어들고 있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아시아지역 내에서 중국과 홍콩의 대체시장인 일본과 인도증시로 옮겨가고 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은 이미 중국을 제외한 ‘신흥국 ETF(상장지수펀드)’를 연달아 출시하고 있다. 블랙록이 만든 ‘중국 제외 신흥국 ETF’는 자산규모가 지난해 7월 57억 달러에서 현재 87억 달러로 50% 이상 늘었다.
나타시 자산운용의 개리 응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증시 반등으로 홍콩 증시의 정책적 리스크 및 성장 우려가 불식됐다고 보기엔 아직 이르다”며 “투자자들은 중국정부가 본격적 대책을 내놓기 전까진 증시 반등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인식할 것이다”고 말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도 “상반기까지는 금리가 높은 수준에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며 “중국의 3월 양회에서 거시경제 정책에 큰 변화가 있지 않은 한 홍콩증시 부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H지수 연계 ELS에서 이미 투자자 손실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면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
H지수 급락으로 최근 손실을 입은 국내 ELS 투자자들의 고심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문제되고 있는 H지수 연계 ELS의 만기가 대부분 올해 상반기에 도래하는데 H지수가 최소 6500 수준은 되어야 투자자들이 손실을 면할 수 있다.
국내 5대 은행에서 판매된 H지수 ELS 상품의 원금 손실액은 현재 2300억 원 수준이며 손실률은 53%에 이른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홍콩 주식시장 문제는 중국 중장기 저성장 우려와 ‘홍콩보안법’ 등 정책 리스크로 자본 유출이 펀더멘털을 압도하고 있다는 것이다”며 “장기 성장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지 않으면 저가매력이 있다 해도 반등 모멘텀은 강하지 않을 것이다”고 내다봤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