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ML 사장 내정자 TSMC 삼성전자 방문 예상, '하이NA EUV' 판매 논의 전망

▲ 2023년 12월13일 크리스토프 푸케 ASML 최고사업책임자(COO)가 네덜란드 벨트호벤 ASML 본사 클린룸에서 한국 정재계 인사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 푸케 COO,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피터 베닝크 ASML 회장, 윤석열 대통령, 빌럼 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 제프리 반 리우웬 국제통상개발협력장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모습도 보인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네덜란드 반도체장비 제조사 ASML의 사장 내정자가 TSMC, 삼성전자 방문을 위해 대만과 한국을 각각 방문할 것이라는 대만 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세계 최고의 기술로 반도체기업들의 ‘슈퍼을’이라 불리는 ASML은 양대 반도체업체와 차세대 반도체 노광장비 ‘하이NA’ 대량 구매를 논의할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졌다.  
    
9일 대만 디지타임스는 ASML의 크리스토프 푸케 최고경영자(CEO) 내정자가 다수의 고위 임직원들과 함께 대만을 직접 찾아 웨이저자 TSMC 회장 내정자를 만날 것으로 추측했다. 구체적인 방문 시기는 알려지지 않았다. 

디지타임스는 TSMC가 하이NA EUV(극자외선) 노광장비 구매에 주저하는 태도를 보이자 푸케 내정자가 대만을 찾아 관련 논의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TSMC가 하이NA 장비 구매에 신중한 이유로는 막대한 구매비용 문제가 꼽혔다. 디지타임스는 TSMC가 하이NA 장비를 구매한다면 그 규모가 최소 1천억 신대만 달러(약 4조2375억 원)일 것으로 추산했다. 

하이NA 장비는 ASML이 2025년 정식 출하를 계획하고 있는 차세대 반도체 노광장비다. 대당 가격만 4억 유로(약 5743억 원)에 달한다. 

2나노(㎚, 1나노는 10억분의 1) 이하 초미세공정 반도체를 생산하는 데 쓰이는 핵심 기술을 구현할 수 있다. 

ASML은 하이NA 장비를 포함해 EUV 장비를 전 세계에서 독점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공급 물량이 제한적인 가운데 삼성전자와 인텔, TSMC와 SK하이닉스 등 세계 주요 반도체기업의 수요가 몰리고 있다. 인텔이 최초 생산되는 하이NA 10대 가운데 6대를 선점했다는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의 조사도 있었다.

디지타임스는 ASML이 가장 기대하는 바는 TSMC의 하이NA 대량 구매일 것으로 분석했다. 기존까지 ASML의 EUV 장비를 가장 많이 구매했던 업체가 TSMC이기 때문이다. 

ASML이 중국에서 반도체 제조 장비를 판매하기 어려워졌다는 점도 푸케 내정자가 대만을 직접 찾을 것이라는 예상의 근거로 거론됐다. 

미국이 2023년 중국을 상대로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를 수출하기 어렵게 만들면서 ASML의 매출에도 악영향이 미쳤다. 

디지타임스는 “푸케 내정자의 다음 행선지는 한국의 삼성전자 본사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디지타임스는 “푸케 내정자는 중국발 성장 모멘텀이 정체되는 상황에서 TSMC와 삼성전자 그리고 인텔과 새 EUV 장비 관련 협상을 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는 4월24일 연례 주주총회를 통해 신임 CEO로 선임되는 푸케 내정자는 EUV 부문 부사장 등을 거치며 15년 동안 ASML에 몸담았던 인물이다. 

그는 2023년 12월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국빈 방문으로 네덜란드를 찾았던 당시 동행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그리고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직접 만났던 적이 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