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현대서울과 현대백화점 판교 값진 성과, 정지선 '힙플레이스' 전략 통했다

▲ 더현대서울과 현대백화점 판교점이 2023년 매출 성장률에서 나란히 1, 2위를 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MZ세대를 위해 기울인 노력이 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의 ‘힙플레이스’ 전략이 적중했다.

MZ세대를 위한 공간 구성에 집중한 더현대서울과 경기 현대백화점 판교점 모두 백화점업계의 전반적 성장세 둔화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매출 두 자릿수 성장이라는 기록을 달성했다.

5일 패션·유통 전문지 어패럴뉴스가 집계한 2023년 백화점 점포별 매출 순위를 보면 전국 매출 순위 1~20위 가운데 현대백화점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어패렬뉴스의 통계는 백화점업계가 기업설명 자료에서 주로 언급하는 지표로 공신력 있는 통계로 받아들여진다.
 
더현대서울과 현대백화점 판교 값진 성과, 정지선 '힙플레이스' 전략 통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지난해 매출 1조6670억 원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2022년보다 매출이 14.7% 성장하며 지난해 백화점 매출 순위 5위에 올랐다.

더현대서울은 매출 1조1085억 원을 냈다. 2022년보다 16.6% 늘어난 것으로 국내 주요 5대 백화점의 총 70개 점포 가운데 성장률 1위를 기록했다. 점포별 매출 순위로는 2022년과 마찬가지로 12위를 유지했다.

매출 1~20위 가운데 현대백화점 판교점과 더현대서울이 기록한 10% 중반대의 매출 성장률은 다른 백화점 어느 곳도 달성하지 못한 기록이다.

두 백화점의 뒤를 이어 가장 높은 매출 성장률을 보였던 곳은 신세계백화점 대전점으로 7.0%였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의 성장률과 비교해 절반 수준이다. 

이밖에 신세계 센텀시티점(6.9%), 신세계 강남점(6.6%), 롯데 잠실점(6.1%) 등이 그나마 매출 성장에 선방한 회사들이며 1~20위권 가운데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백화점도 9곳이나 됐다.

지난해 엔데믹에 따른 해외여행 증가 등으로 보복소비나 명품 지출이 줄어들면서 백화점업계의 성장률이 크게 둔화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현대백화점의 매출 상위 2개 점포는 이를 비껴간 셈이다.

정지선 회장이 MZ세대들을 위해 백화점을 꼭 방문해야 하는 공간으로 만들자는 전략이 효과를 거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전략을 상징하는 점포가 바로 더현대서울이다.

더현대서울은 이미 업계에서 가장 유명한 백화점으로 자리매김했다. 2021년 2월 처음으로 영업을 시작해 아직 만 3년도 되지 않은 백화점이지만 개점 33개월만인 지난해 12월 연매출 1조 원을 달성했다.

더현대서울의 성공 요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거론되지만 그 가운데서도 백화점을 ‘핫플레이스’로 만들었다는 데 있다.

더현대서울에서 가장 상징적인 공간을 꼽자면 바로 5층에 위치한 ‘사운즈포레스트’다. 더현대서울은 이 공간을 미래형 실내정원이라고 표현하는데 높이 23m, 면적 3300㎡의 대규모 공간을 지탱하는 중간 기둥이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백화점임에도 불구하고 이 공간을 물건 판매의 공간으로 사용하기보다 방문객이 자연스럽게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한 점이 눈에 띈다. 백화점을 더 이상 물건만을 사기 위해 방문하는 곳이 아니라 사람이 서로 만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으로 구현했다는 점에서 고객들의 반응이 컸다.

실제로 여러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보면 더현대서울에 방문해 인증샷을 남기는 것이 MZ세대에게 하나의 문화처럼 자리잡았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더현대서울의 강점은 이외에도 또 있다.

더현대서울은 오픈 초기부터 지하 1층과 2층 입점업체를 MZ세대가 선호하는 브랜드로 채우는 데 공을 들였다. 정지선 회장을 비롯한 현대백화점 경영진들은 더현대서울 개장을 앞두고 지하 2층에 “경영진이 모르는 브랜드로만 준비하라”는 미션을 부여했다고도 전해진다.

실제로 이런 전략은 MZ세대가 더현대서울에서 가장 많이 머무는 공간으로 지하층이 자리잡는 결과로 이어졌다. 더현대서울은 최근에도 미국 유명 수제버거 프랜차이즈 파이브가이즈의 2호점을 유치하는 등 MZ세대를 노린 전략을 지속하고 있다.
 
더현대서울과 현대백화점 판교 값진 성과, 정지선 '힙플레이스' 전략 통했다

▲ 더현대서울에서 가장 유명한 공간은 5층 '사운즈포레스트'(사진)다. 더현대서울은 이 공간을 통해 백화점을 물건만 사는 곳이 아닌 사람들이 시간을 보내는 공간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 판교점 역시 초점을 MZ세대에게 맞췄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2015년 8월 오픈한 백화점으로 개장 초기부터 관심을 모았던 곳이다. 2021년 1월 기준으로 최단 기간 ‘연매출 1조 원’ 기록을 세운 백화점이기도 했고 서울과 부산 이외의 지역에서 처음으로 매출 1조 원을 낸 백화점이기도 했다.

현대백화점은 이런 성과에 머무르지 않고 2021년부터 10월부터 대대적 리뉴얼 공사에 들어갔다. 무려 541일에 걸친 공사를 통해 새로운 브랜드 240곳을 처음 선보이고 134개의 브랜드를 재단장해 선보였다.

현대백화점은 재단장이 끝난 뒤 공식블로그를 통해 “명품의 가치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럭셔리 브랜드부터 두터운 MZ세대 팬층을 확보한 핫한 브랜드까지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이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총집합했다”며 “에르메스부터 장 줄리앙까지! MZ 힙플레이스로 변신했다”고 판교점을 소개하기도 했다.

현대백화점이 판교점에 특별히 공을 들였던 곳은 바로 4층 유플렉스다.

6950㎡(2100평) 규모의 공간에는 MZ세대에게 널리 회자되는 패션과 아웃도어·라이프스토리 등 다양한 분야의 72개 브랜드가 입점했다. 이는 더현대서울에서 MZ세대를 위한 오프라인 매장을 오픈하며 얻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만든 공간으로도 알려진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이밖에도 국내 최초로 디즈니 팝업스토어를 유치한 데 이어 첫 공식 매장 ‘디즈니스토어’ 1호점을 입점시키며 젊은 세대의 유입을 위한 노력에 공을 들이고 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