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일(현지시각) 필리핀의 한 상점에 쌓여 있는 쌀.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포브스가 2023년 한 해 동안 기후변화에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작물 5종을 선정했다.
1일(현지시각) 포브스는 주요 작물 가운데 포도, 올리브, 블루베리, 쌀, 감자가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생산량이 감소하고 가격이 오르는 등 크게 영향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국제포도주기구(OIV)는 2023년 세계 와인 생산량이 지난 60년 만에 최저치가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와인 생산량은 2억4170만~2억4600만 헥토리터(리터의 100배)로 추산된다.
원인은 와인의 원료인 포도 생산량이 급감한 데에 있었다. 2023년 세계 포도 생산량은 2022년 대비 7% 감소했다. 가장 크게 줄어든 지역들을 보면 칠레 20%, 스페인 14%, 이탈리아 12%로 모두 주요 와인 생산국이다.
국제포도주기구는 이들 지역에서 가뭄과 홍수 등 포도 작물에 악영향을 미치는 이상기후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한 것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올리브유의 원료가 되는 올리브도 이상기후 영향으로 생산량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포브스에 따르면 올리브 주요 산지 스페인의 2023년 올리브 생산량은 2022년과 비교해 50% 이상 감소했다.
스페인은 자국 올리브 수확량의 70%를 수출하기 때문에 국제 올리브 제품 가격은 스페인 작황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스페인의 뒤를 이어 주요 올리브 생산국에 속하는 이탈리아와 그리스도 올해 폭염과 가뭄에 생산이 4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올리브유 가격은 4배 이상 치솟았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20년 기준 1톤당 2천 달러(약 260만 원) 아래에 머물던 올리브유 가격은 2023년 10월 기준 9천 달러(약 1172만 원) 선으로 올랐다.
세계 주요 인구 가운데 절반 이상이 주식으로 삼는 쌀도 생산량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쌀 수출량의 약 40%를 차지하는 인도는 올해 악화된 작황을 이유로 자국산 쌀 수출을 제한했다.
이에 일부 아시아 곡물 시장에서는 쌀 가격이 40~45%까지 폭등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유엔식량기구에 따르면 미국의 생산 확대 등 영향으로 2023년 세계 쌀 수확량은 1.1% 가량 올랐으나 국제 쌀 가격은 24% 이상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주요 구황작물 감자는 생산이 줄면서 가격이 크게 올랐다. 스위스 온라인 학술지 출판연구소(MDPI)에 등재된 ‘농업에 영향을 주는 기후변화’ 논문에 따르면 주요 감자 재배국 가운데 영국은 올해 역대 최저 수준의 감자 수확량을 기록했다.
포브스에 따르면 벨기에와 프랑스 등 다른 주요 생산국들도 수확량이 감소했다. 원인은 평년 대비 늘어난 겨울 강수량으로 파악됐다.
유럽에서 감자 수확은 주로 10월과 11월 가을부터 초겨울에 진행되는데 2023년에는 이 기간에 평년보다 많은 비가 내려 작물 수확에 악영향을 준 것이다.
유럽에너지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2023년 12월 기준 100kg 감자 포대는 34유로에 거래됐다. 지난 8년 동안 집계된 같은 기간 거래가 가운데 가장 높았고 2022년 24유로와 비교하면 1.5배 이상 높았다.
남미 지역을 주요 생산지로 하는 블루베리는 8월부터 10월까지 발생한 이상고온 현상에 생산량이 급감했다.
포브스에 따르면 가장 많은 블루베리를 생산하는 페루는 2023년 한 해 블루베리 생산량이 2022년 대비 50% 이상 감소했다.
블루베리는 고산지대 특유의 낮은 기온 환경에서 재배되는데 2023년 8월부터 10월까지 발생한 이상고온 현상이 블루베리 작물에 악영향을 미친 것이다.
다프네 어윙 초 유엔 산하기구 세계식량계획(WFP)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는 포브스 칼럼을 통해 “기후변화는 세계 식량 안보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 현상과 불확실성은 곧 농작물의 문제를 넘어 가축과 수산물 등 전반적 식량 시장 사정을 위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