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한국앤컴퍼니 지분 공개매수를 통해 적대적 M&A를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경영권 방어 준비는 끝났고 자금 여력도 충분하다"고 밝혔다.

14일 한국앤컴퍼니에 따르면 조 회장은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계열사 부당지원 및 횡령·배임 혐의 관련 공판에 출석하며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경영권 방어 준비 끝나", MBK 공개매수에 첫 반응 내놔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이 3월8일 계열사 부당지원 및 횡령·배임 혐의 관련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 회장은 "명성 있는 사모펀드의 무리한 시도로 개인투자자들이 피해를 입게 되는 건 아닌지 염려된다"고도 했다.

조 회장이 MBK파트너스의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와 관련해 직접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 회장은 한국앤컴퍼니 경영권 분쟁이 재발한 가운데 경영권 방어에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 특수목적법인 벤튜라는 조양래 명예회장의 장남인 조현식 고문, 차녀 조희원씨와 손잡고 5일부터 한국앤컴퍼니 지분 공개매수를 시작했다.

한국앤컴퍼니는 한국앤컴퍼니그룹의 지주회사로 주력계열사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지분 30.67%를 보유하고 있다.

공개매수 목표 수량은 발행주식총수의 최소 약 20.35%(1931만5214주), 최대 약 27.32%(2593만4385주)다. 공개매수 가격은 4일 종가에 18.9%의 프리미엄을 적용한 주당 2만 원이다.

조 고문은 한국앤컴퍼니 지분 18.93%, 조씨는 10.61%를 들고 있다.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벤튜라 인수 지분을 더한 조 고문 측 지분은 49.89%~56.86%로 최대주주 조현범 회장의 지분 42.03%를 넘어서게 된다.  

하지만 한국앤컴퍼니 주가는 공개매수 시작일인 5일 상한가인 2만1850원에 거래를 마친 뒤 공개매수 가격인 2만 원을 지속해서 웃돌고 있어 MBK파트너스가 공개매수 가격을 높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다만 MBK파트너스는 5600억 원이 투자규모의 마지노선이라며 공개매수 인상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조 회장의 부친 조양래 명예회장은 최근 "평생 일군 회사를 사모펀드에 내줄 수 없다"며 MBK파트너스가 공개 매수 가격을 올리면 사재를 출연하는 등 직접 개입하겠다는 뜻을 측근들에게 밝힌 바 있다.

앞서 조 명예회장은 2020년 6월 블록딜 방식으로 한국앤컴퍼니 보유 지분 전량(23.59%)을 차남인 조현범 회장에게 매각했다. 작년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지분 5.67%도 조 회장에게 전량 증여했다.

조 회장은 우호지분 확보나 더 높은 가격의 공개매수 등 어떤 방식으로든 8%가량의 지분만 확보하면 과반의 지분율로 경영권을 지킬 수 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