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이재용 최태원 ASML 방문에 뉴욕주 '선수' 쳤다, EUV 확보 베팅

▲ 캐시 호컬 미국 뉴욕주지사가 현지시각으로 12월11일 뉴욕 알바니에서 10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기금 조성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캐시 호컬 주지사실>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뉴욕주가 IBM과 마이크론 등 반도체기업과 협력해 100억 달러(약 13조 원)를 투자하는 반도체 연구센터를 신설하고 EUV(극자외선) 장비 확보를 추진한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 회장이 EUV 장비 제조사인 네덜란드 ASML 방문을 하루 앞둔 상황에서 미국이 '선수'를 친 형국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12일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뉴욕주는 알바니에 위치한 주립대 주변에 반도체 연구개발센터 및 공장을 신설하고 ASML의 EUV장비 수급을 추진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뉴욕주는 이를 위해 IBM과 마이크론, 반도체 장비기업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및 도쿄일렉트론 등과 손을 잡고 100억 달러의 기금을 조성하기로 했다.

이들 기업은 뉴욕주와 함께 비영리기관 NY크리에이츠를 통해 연구개발센터 설립을 총괄하고 차세대 첨단 반도체 개발 및 생산에도 협력하게 된다.

뉴욕주는 미국 정부의 반도체 지원법(CHIPS Act) 시행에 맞춰 반도체 기술 개발 및 생산에 핵심 거점으로 자리잡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이러한 목표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주 정부 차원에서 직접 나서 ASML의 EUV장비를 확보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ASML이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할 능력을 갖춘 EUV 장비는 주로 7나노 이하 첨단 시스템반도체 생산에 필수로 쓰이는 장비다. 최근에는 고사양 메모리반도체에도 활용된다.

EUV장비를 확보하지 못하는 기업은 첨단 반도체 개발과 생산이 사실상 불가능해 ASML이 현재 전 세계 반도체 공급망에서 가장 중요한 업체로 평가받고 있다.

뉴욕주의 대규모 기금 조성 및 연구개발센터 투자 발표는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용 회장, 최태원 회장의 ASML 방문을 하루 앞두고 나왔다.

이들은 현지시각으로 12일 오후 네덜란드 ASML 본사를 방문해 한국 반도체기업의 원활한 EUV장비 수급 협력 등을 논의할 계획을 두고 있다.

뉴욕주가 100억 달러를 조성해 ASML의 EUV장비 물량 확보 및 관련 기술 개발, 반도체 생산에 주력하겠다고 발표하며 이에 맞서 치열한 장비 확보 경쟁을 예고한 셈이다.
 
윤석열 이재용 최태원 ASML 방문에 뉴욕주 '선수' 쳤다, EUV 확보 베팅

▲ ASML의 EUV 반도체장비 홍보용 사진. < ASML >

EUV장비는 최근 수 년 동안 수요가 공급을 크게 웃도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과 인텔, TSMC 등 주요 기업들 사이 장비 확보를 위한 치열한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다.

결국 EUV장비 확보 경쟁이 자국 반도체산업 경쟁력을 높이려는 국가 간 경쟁으로 확산되면서 한국 정부는 물론 뉴욕주 정부까지 나서 ASML에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뉴욕주가 EUV장비를 들여놓는 목적은 주로 첨단 반도체 기술 연구개발인 만큼 인텔 등 기업의 생산 투자에 필요한 대규모 물량을 확보하려 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미국에 첨단 반도체 생산 자급체제 구축을 추진하는 바이든 정부의 의도를 고려한다면 결국 ASML과 뉴욕주의 협력은 이런 목표를 바탕에 두고 있을 공산이 크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뉴욕주는 특히 ASML의 차세대 EUV 장비를 들여놓겠다는 계획을 두고 있다. 이는 2나노 이하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하이NA’ EUV 장비디.

신형 하이NA 장비는 기존의 EUV 장비와 비교해 당분간 더 극심한 공급 부족을 겪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물량 확보 경쟁이 더 치열할 수밖에 없다.

뉴욕주는 이미 EUV 장비 확보와 제조공장 건설 등 시설 투자에만 10억 달러(약 1조3천억 원)에 이르는 예산을 잡아두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정부와 삼성전자, SK그룹이 ASML 본사를 방문해 어떤 계획을 내놓을 지에도 자연히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자연히 뉴욕주가 제시한 목표와 비교 대상에 오를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는 “100억 달러 규모의 기금 조성은 뉴욕에 사업 기회가 열려 있다는 점을 산업 전반에 널리 알리는 효과를 낼 것”이라며 “뉴욕을 전 세계 반도체 생산의 핵심 기지로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피터 베닝크 ASML 회장은 호컬 주지사의 발표자료를 통해 “뉴욕에서 이뤄지는 대규모 투자는 하이NA EUV 기술이 혁신을 가속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긍정적 반응을 전했다.

베닝크 회장은 네덜란드 본사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용 회장, 최태원 회장을 직접 만난다. 그는 7월에도 한국을 방문해 윤 대통령을 만난 뒤 한국과 투자 협력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