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 '망 사용료 논쟁' 재점화 기미, 구글도 협상테이블에 앉힐 수 있을까

▲ 국내 통신사와 해외 콘텐츠제공사업자의 '망 사용료 논쟁'이 재점화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글로벌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 트위치가 2024년 2월 한국에서 철수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망 사용료’와 관련한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SK브로드밴드, KT, LG유플러스 등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는 망 사용료가 정당한 서비스 대가라고 주장한다. 반면 유튜브를 거느린 구글과 같은 해외 콘텐츠제공사업자(CP)들은 ‘망 공공성’을 이유로 통신사에 망 사용료를 따로 지불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국내 통신사와 구글은 아직 망 사용료 협상이 진전되지 못하고 있는데 2024년 법제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된다면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나온다.

8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트위치가 한국사업 철수 결정의 이유로 한국의 높은 망 사용료를 꼽으면서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분쟁 이후로 잠잠했던 거대 콘텐츠 사업자를 향한 망 사용료 부과의 필요성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트위치는 6일 한국 서비스를 2024년 2월27일 종료하겠다고 밝히며 “대부분의 다른 국가에 비해 10배가 더 높은 한국의 네트워크 수수료로 인해 더 이상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고 강조했다.

트위치는 운영 비용을 줄이기 위해 2022년 9월 국내 영상 화질을 최대 1080p에서 720p로 제한하고 지난해 11월에는 영상 다시보기(VOD)도 없애는 등 다양한 조치를 취했으나 결국 비용부담을 줄이는 데 실패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신증권은 “트위치가 이미 한국에서 연 500억 원 수준의 망 사용료를 납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현재 트래픽 기준으로는 900억 원에 가까운 비용을 내야 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트위치의 철수 결정에 통신업계 일각에서는 "사업에 실패한 핑계를 왜 망 사용료로 돌리나"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트위치와 비슷한 국내 플랫폼인 아프리카TV는 망 사용료를 내면서도 25~30%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내고 있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콘텐츠사업자들은 현행 망 사용료 체계에서 문제없이 사업을 하고 있다"며 "트위치의 국내 철수를 망 사용료 측면에서 보면 안된다"고 말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망 사용료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해외 사업자에 망 사용료를 받지 않는 것은 국내 사업자를 역차별이라는 주장도 있는 반면 국내 통신사의 망 사용료 요구에 이용가격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견해가 맞붙고 있는 것이다.

국내 통신사와 해외 콘텐츠 사업자는 망 사용료를 두고 오랫동안 대립해왔다.

통신사들은 해외 콘텐츠 사업자들이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통신사가 설치한 망을 무료로 사용하는 것은 ‘무임승차’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콘텐츠 사업자들은 통신사에 망 사용료를 지급하고 있다.

반면 해외 콘텐츠 사업자들은 망은 공공재이며 통신사들은 망을 구축하고 유지하는 데 따른 비용을 서비스 이용자로부터 받는 것이 타당하다고 반박한다. 통신사들이 망 사용료를 요구하는 것은 추가 이익을 위한 것이지 망의 구축 및 유지를 위한 것이 아니라는 논리다.

이 때문에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는 법적 공방까지 벌였으나 2023년 9월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를 부담하는 형태로 극적 합의에 성공했다. 미국 통신전문지 라이트리딩은 SK브로드밴드가 연간 약 400억 원 망 사용료를 지급받았을 것이라고 추정을 내놓았다.

메타(페이스북)도 2019년부터 망 사용료로 연 100억 원 이상을 국내 통신사에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구글은 여전히 망 사용료를 내지 않고 있다.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은 10월27일 국회에서 열린 방송통신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국외 콘텐츠 사업자 중 유일하게 구글만 국내 통신망 이용료를 내지 않고 있다”며 “구글의 갑질로 인한 피해는 결국 우리 사회와 국민이 받고 국내 사업자는 사업자대로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통신사들도 구글이 압도적인 사용자 수를 보유하고 있다는 우위를 이용해 망 사용료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조성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구글은 망 사용료 논란이 커졌던 2022년 9월 유튜브를 통해 “국회에서 논의되는 망 이용료 법안은 한국의 크리에이터 생태계와 유튜브 운영, 컨텐츠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망 중립성 보호 청원에 참여해 달라”고 강조했다.

유명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을 동원해 ‘망 사용료 반대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셈이다. 
 
통신사 '망 사용료 논쟁' 재점화 기미, 구글도 협상테이블에 앉힐 수 있을까

▲  트위치 CEO인 댄 클랜시가 6일 한국에서 철수한다는 내용을 방송하고 있다.<트위치 방송 갈무리>


망 중립성이란 통신 사업자가 콘텐츠의 종류나 내용에 따라 서비스 속도 등에서 차별적인 대우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을 말한다.

국내 통신사들은 현재 망 사용료와 관련해 구글을 협상테이블에도 앉히지 못하고 있다. 유튜브가 워낙 국내에서 압도적인 위상을 확보하고 있어 힘의 균형추가 완전히 구글 측에 넘어가 있는 상황인 만큼 협상이 불가능한 것이다.

구글이 망 사용료를 계속 지급하지 않더라도 국내 통신사들이 취할 수 있는 효과적인 조치는 현재로선 사실상 없다. 

통신업계에서는 "구글과 망 사용료 협상을 원하지만 구글 측에서 자신들의 영향력을 무기로 전혀 응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다만 국회에서 망 사용료 법제화가 가시화된다면 구글도 지금처럼 ‘모르쇠’로 일관할 수많은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재 국회에는 망사용료 지불을 법제화하는 법개정안이 8건이나 올라와 있고 2024년에는 본격적으로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올해 말까지 망 사용료와 관련한 확실한 입장을 내놓겠다는 밝혔다.

박윤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은 10월5일 “인터넷서비스사업자와 콘텐츠제공사업자가 네트워크에 기여하는 부분들을 객관적으로 평가해본 뒤 어떻게 분담할지 논의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며 “글로벌 이슈인만큼 중립적이고 객관적으로 그리고 네트워크 미래지향적인 시각에서 정부의 생각을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