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TSMC 미국 반도체공장 건설 늦춰지나, 환경평가 규제 문턱 높아져

▲ 삼성전자와 TSMC, 인텔 등 기업이 미국 반도체공장 가동을 예정대로 시작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TSMC 애리조나 반도체공장 건설 현장 사진. < TSMC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반도체 지원법(CHIPS Act)에 맞춰 공장 건설을 시작한 삼성전자와 TSMC 등 기업이 예정대로 가동을 시작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떠오른다.

정부 지원을 받는 기업들에 환경평가를 면제해 주는 혜택이 미국 공화당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공장 가동에 허가를 받으려면 최대 수 년에 이르는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7일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미국에 건설되는 반도체공장 건설 속도를 앞당기기 위해 추진됐던 면제 혜택이 미국 하원의장과 공화당의 반대로 관련 법안에서 삭제됐다”고 보도했다.

해당 내용은 미국 정부 반도체 지원법 대상으로 보조금 등 혜택을 받는 기업이 공장 건설과 관련한 연방 환경평가 심사를 받지 않아도 되는 혜택이다.

블룸버그는 이러한 혜택이 반도체 지원 정책의 핵심 요소 가운데 하나였다며 앞으로 관련 기업들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시기가 크게 늦춰질 수도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와 대만 TSMC, 인텔 등 다수 기업이 정부 보조금으로 비싼 투자비용을 일부 만회하겠다는 계획을 두고 반도체공장 건설을 시작했는데 악영향이 불가피해진 셈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에 170억 달러(약 22조5천억 원)를 들여 2024년 말까지 신규 파운드리 공장 가동을 시작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TSMC는 애리조나에 모두 400억 달러, 인텔은 1천억 달러 가까운 비용을 투자해 순차적으로 여러 곳의 반도체공장을 설립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삼성전자와 TSMC, 인텔의 이러한 투자 사례를 언급하며 환경평가 심사를 마치기까지 수 개월 또는 수 년의 시간이 걸리게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자연히 이들 기업이 계획한 시점에 반도체공장 가동을 시작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해진 셈이다.

삼성전자와 TSMC는 특히 공장 외관 공사를 대부분 끝마친 상태라 이미 상당한 투자 비용을 집행한 만큼 반도체 생산라인 가동 시기가 늦어질수록 경제적 타격이 커질 수밖에 없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하원 공화당 측은 반도체기업에 환경평가 면제 혜택을 제공하는 데 반대한 이유로 특정 산업만을 위한 혜택을 제공하는 일은 적절치 않다는 점을 들었다.

반도체 지원법이 지난해 의회를 통과할 당시부터 공화당 측에서 반대하는 의견이 꾸준히 나왔던 점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바이든 정부에서 주도한 반도체 지원 정책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일을 막겠다는 일부 의원들의 의지가 여전히 반영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정작 이러한 상황에 따른 피해는 삼성전자와 TSMC, 인텔 등 반도체기업에 돌아가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반도체 지원법 대상 기업들에 환경평가를 면제하는 대신 보조금 신청서에 환경 보전과 관련한 여러 조건을 달아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방지하려 하고 있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도 10월 이와 관련해 “절대 환경을 해치는 어떠한 행위도 용납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다”라고 말하며 적극적으로 정치권을 설득했다.

그러나 환경평가 면제 조항이 통과되기 위해 넘어야 할 미국 하원과 공화당의 문턱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보인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