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제차 등 고가차량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1억 원까지로 제한하는 법안이 추진된다.

수입차업계는 올해 들어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데 이 법안이 통과되면 더욱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홍철호 의원은 5일 교통사고 손해배상책임 제한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교통사고 발생시 사고의 경중과 관계없이 차량가액에 따라 배상부담을 지우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홍철호 자동차 배상한도 제한 법안 발의, 수입차업계 긴장  
▲ 홍철호 새누리당 의원.
이 법안은 차대차 교통사고가 났을 때 자동차의 시가가 일정한 기준금액을 넘으면 대물손해의무보험금의 5배 이내로 손해배상액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자동차 손해배상 보장법에 따른 대물손해의무보험금은 현재 2천만 원인데 발의안대로라면 손해배상액은 1억 원 이내로 제한된다.

홍 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은 고가차량, 특히 외제차를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국산차의 평균 차량금액은 1148만 원이지만 외제차의 평균 차량금액은 3479만 원으로 높다.

홍 의원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전체 차량 중 외제차 비중은 4.7%에 그치고 있지만 외제차에 대한 지급보험금은 전체의 20.2%를 차지한다. 상대적으로 외제 고가차량에 대한 보험금 지급률이 높기 때문이다.

2013년 교통사고 평균 대물손해배상액은 외제차가 647만 원으로 196만 원인 국산차의 3.30배이지만 평균 보험료는 외제차 106만 원, 국산차 58만 원으로 1.83배였다. 보험금 지급부담이 국산차 보험 가입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고가차량 소유자가 차대차 교통사고에서 청구할 수 있는 손해배상액이 크게 줄어든다. 단순 과실율을 적용하는 현재와 비교할 때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수준이다.

가령 시가 2억 원의 고가차량과 저가차량이 7:3의 과실로 추돌해 고가차량이 폐차하게 된 경우 현행 과실율을 적용하면 6천만 원의 손해배상액을 청구할 수 있지만 이 법안에 따르면 청구가능 손해배상액은 최대 3천만 원으로 제한된다.

홍 의원은 “서민들이 운전을 하면서 고가차량을 피해 다니고 부분과실이라 하더라도 일단 접촉사고가 나면 고액의 배상금 때문에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는 문제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이번 법안으로 서민들의 부담을 덜고 고가차량 운전자들의 안전운전을 유도해 교통안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입차업계는 올해 들어 수입차에 불리한 정책이 계속 도입되는 상황에서 이번 법안이 통과될 경우 수입차 판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긴장하고 있다.

9월부터 수리비가 평균보다 20% 이상 더 나오는 고가차량에 대해 보험료를 할증하는 고가수리비 할증요율이 적용되고 있다. 차량 수리비가 평균 대비 150% 이상인 경우 자차 보험료가 15% 오른다. 15% 할증을 적용받는 차종은 외제차 38종, 국산차 8종으로 외제차가 압도적으로 많은 편이다.

정부는 올해 고가 수입차를 법인용으로 구매하고 개인용도로 활용하는 사례를 규제하기 위해 법인세법과 소득세법을 개정했다. 법인차의 경우 임직원 전용 보험에 가입해야 하고 운행일지를 작성해야 연 1천만 원 이상 비용을 인정받을 수 있다. 수입차 신차등록의 30~40%가 법인차량이란 점을 고려할 때 수입차업계가 된 서리를 맞은 셈이다.

여기에 폴스바겐 사태로 사태로 일부 모델의 신차판매가 중단되면서 올해 수입차시장은 지난해보다 뒷걸음질했다. 7월 자동차시장에서 수입차 점유율은 12.6%로 2015년 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8월 수입차 등록대수는 7월보다 1.3% 증가한 1만5932대였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5%나 줄어들었다. 2016년 누적 등록대수는 14만8411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 감소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