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임금 인상으로 4년간 93억 달러 비용 증가, 노조 다음 타깃 현대차도 촉각

▲ GM이 전미자동차노조와 새로 맺은 임금계약으로 향후 4년 동안 12조 원의 비용 증가가 발생한다고 발표했다. 9월29일 미국 미시간주 랜싱 델타 지역에 위치한 GM의 생산설비 부근에서 전미자동차노조원들이 파업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완성차기업 GM이 전미자동차노조(UAW)와 새로 체결한 임금계약으로 비용이 4년간 12조 원 가까이 증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GM의 발표와 같은 날 전미자동차노조는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현대차와 같이 미국에서 노조 없이 운영하는 자동차기업에도 노조를 결성하자는 내용의 서명을 받기 시작했다. 

일정 비율 이상의 노동자들이 서명해서 현대차의 미국 공장에 노조가 결성된다면 현대차 또한 GM과 같이 비용 증가 압박을 받을 수 있다. 

29일(현지시각) 미국 CNBC에 따르면 GM의 최고경영자(CEO) 메리 바라는 GM이 전미자동차노조(UAW)와 새로 맺은 임금계약으로 향후 4년 동안 인건비가 93억 달러(약 11조9997억 원)가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GM이 같은 날 개최한 투자자 콘퍼런스에서 나온 내용이다. 

바라 CEO는 “새 임금계약으로 증가할 비용을 상쇄해야 하다 보니 내년 예산을 다시 짜고 있다”며 “예산 작업은 마무리 단계”라고 덧붙였다. 

1년에 3조 원 꼴로 비용이 늘어나는데도 GM이 새 임금계약을 맺은 이유는 전미자동차노조가 벌인 파업 때문이다. 

미국 최대 자동차노조인 전미자동차노조는 GM을 포함 미국 최대 자동차업체 3곳인 ‘빅3’를 상대로 지난 9월15일부터 6주 동안 파업해 임금 인상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GM은 노조 파업으로 차량 생산과 판매에 차질이 빚어졌다며 올해 수익 전망치도 조정했다. 

바라 CEO는 콘퍼런스콜을 통해 2023년 수익 전망치를 기존 93억~107억 달러에서 91억~97억 달러로 낮춰 내놓았다. 

6주 동안의 파업으로 인해 최대 16억 달러(약 2조655억 원) 만큼의 수익이 줄어든 것으로 추산할 수 있다. 

이번에 바라 CEO가 밝힌 비용과 수익 전망치로 인해 전미자동차노조 파업의 영향력이 구체적인 수치로 드러난 셈이다.
GM 임금 인상으로 4년간 93억 달러 비용 증가, 노조 다음 타깃 현대차도 촉각

▲ 전미자동차노조는 현대차의 임금 인상분이 부족하다며 노동자들에게 노조 결성을 위한 서명을 촉구했다. 사진은 현대차의 미국 앨라배마주 공장에서 한 노동자가 조립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을 유튜브에서 갈무리. <현대차그룹>

GM의 사례는 미국에 공장을 둔 다른 자동차기업에도 경종을 울린다. 

특히 노조가 없어 이번 파업의 영향권 바깥에 있던 현대차와 같은 기업들에게 그렇다.

전미자동차노조가 이번 파업 성과를 계기로 미국에 노조가 없는 다른 자동차회사들에도 노조를 설립할 목표를 공식화해서다. 

뉴욕타임스의 29일자 보도에 따르면 전미자동차노조는 미국에서 무노조 경영을 표방해온 13곳의 해외 자동차 제조사 및 전기차업체가 운영하는 30여 개의 공장 노동자 약 15만 명을 대상으로 노조 결성을 추진하는 캠페인을 발족했다.

또 같은 날 웹사이트를 열고 작업장에 노조가 없는 자동차 노동자를 대상으로 서명을 받기 시작했다. 

미국 연방법은 한 작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가운데 30% 이상이 노조를 원한다는 서명을 하면 노조 설립 여부에 관한 선거를 연다고 규정한다. 서명 인원이 전체의 30%를 넘기면 미국 노동관계위원회(NLRB)가 선거를 연다. 

선거에서 과반이 찬성표를 던지면 전미자동차노조가 해당 사업장에서 단체 교섭의 대표자가 된다.  

전미자동차노조는 다음 타깃이 현대차라는 사실을 드러낸 상태다.

캠페인 웹사이트에도 현대차가 지난 3년 동안 75%나 수익을 늘렸음에도 임금 상승률은 2028년까지 25%에 불과하다는 문구가 실려 있다. 

현대차는 전미자동차노조가 파업을 종료한 직후 미국 공장 노동자들의 임금을 인상했다. 2024년에 14% 그리고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임금을 조정해 현재보다 25% 높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한다. 

전미자동차노조 파업으로 GM을 포함한 빅3가 임금을 인상할 조짐이 보이자 현대차도 미리 임금을 높인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현대차는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을 통해 “전미자동차노조 임금 인상 합의가 현대차의 앨라배마주 공장(HMMA)과 조지아주 전기차공장(HMGMA)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임금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힌 적 있다. 

그럼에도 전미자동차노조는 현대차의 임금 인상폭이 수익 상승분보다 낮다고 지적하면서 노조 결성을 독려하고 있어 노조와 관련한 변수가 앞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GM은 ‘빅3’로 불릴 만큼 미국에 대규모의 생산설비를 갖춘 기업이다 보니 GM의 비용 증가분을 현대차에 단순대입 하기는 무리라는 시선도 한편에서 나온다. 비용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콘퍼런스콜에서 “원자재 가격이 고점을 찍은 뒤 하락하고 있어 원가 절감 요인 등으로 (임금인상을) 충분히 커버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전하면서 비용 증가분을 상쇄할 여력을 갖췄다고 시사했다.

전미자동차노조가 노조 설립을 목표한 자동차 기업은 현대차를 포함해 BMW, 혼다, 루시드, 마쯔다, 메르세데스-벤츠, 닛산, 리비안, 스바루, 테슬라, 토요타, 폴크스바겐 그리고 볼보 모두 13곳이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