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전면 재등장 정용진 전략실 ‘질책’, 신세계그룹 고강도 쇄신 추진 전망

▲ 신세계그룹이 정용진 부회장의 주도 아래 고강도 쇄신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경영전략실 전략회의에서 강도 높은 그룹 쇄신을 당부했다.

경영전략실은 그룹 최고경영진 의사결정을 보좌하는 조직인만큼 정 부회장이 그룹을 총괄하고 있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23일 유통업계 관계자는 “신세계그룹 전략실 회의는 보통 전략실장이 이끌긴 하지만 정 부회장이 전략회의를 주재한 것이 새로운 일은 전혀 아니다”며 “그럼에도 그룹에서 보도자료를 낸 것을 보면 정 부회장이 그룹을 총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하기 위함으로도 보인다”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은 보도자료에서 정 부회장이 과거 경영전략실이 일해 온 방식을 ‘질책’했다고 표현했다.

그룹 오너 일가 보도자료에서 ‘질책했다’는 표현이 사용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경영 전면 재등장 정용진 전략실 ‘질책’, 신세계그룹 고강도 쇄신 추진 전망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경영전략실 회의에서 강도높은 쇄신을 주문했다. 


그만큼 첫 전략회의 분위기가 무거웠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전략실은 신세계그룹의 큰 그림을 그리는 컨트롤타워 조직이다.

신세계그룹이 1993년 삼성그룹에서 계열분리하면서 탄생한 전략기획실이 모태인데 그동안 이름이 기획조정실, 경영지원실, 경영전략실, 전략실 등으로 바뀌었다가 이번에 다시 경영전략실 간판을 달았다.
 
정 부회장은 전략회의에서 “그동안 전략실의 역할과 성과에 대해 무겁게 뒤돌아봐야 할 시기”라는 의견을 내놨다.

새로운 경영전략실은 각 계열사들을 통제하고 관리하면서 군림하는 조직이 아니라 그룹에서 ‘가장 많이 연구하고 가장 많이 일하는 조직’이 되자고도 말했다.

신세계그룹이 8년 만에 전략실 기능 강화와 개편에 나선 만큼 경영전략실을 시작으로 신세계그룹 전체가 강도 높은 쇄신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그룹은 올해 정기 임원인사에서도 계열사 대표 40%를 교체하며 그룹 쇄신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인 바 있다.

정 부회장은 “스스로는 변화하지 않고 변화를 요구하기만 한다면 그 뒤를 따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경영전략실부터 솔선수범해 변화의 선두에 나설 때 그룹 전체 변화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룹 쇄신에 대한 의지를 정 부회장의 입을 통해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데 마치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과 정 부회장이 정기 임원인사 때부터 의견이 맞지 않았던 것 처럼 얘기가 도는 것이 그룹에서 편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정 부회장이 그룹에서 하고 있는 역할을 명확히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은 17일 전략실 조직개편을 실시한 바 있다.

임영록 신세계프라퍼티 대표이사 사장이 경영전략실장을 맡았다.
 
경영 전면 재등장 정용진 전략실 ‘질책’, 신세계그룹 고강도 쇄신 추진 전망

▲ 임영록 신세계그룹 경영전략실장 겸 신세계프라퍼티 대표이사 사장. <신세계그룹>


임 사장은 7년 동안 신세계프라퍼티 대표 직무를 수행하며 새로운 유통 채널인 스타필드를 시장에 안착했으며 이 과정에서 그룹의 여러 계열사와 협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점을 높게 평가받았다.

기존 지원본부와 재무본부 체제도 경영총괄과 경영지원총괄 조직으로 개편했다. 경영총괄에는 허병훈 신세계인터내셔날 지원본부장 부사장이, 경영지원총괄에는 김민규 이마트 정책지원본부장 부사장이 각각 임명됐다. 

신세계그룹이 8년 만에 전략실 기능을 강화하고 경영전략실로 개편한 것을 놓고 사실상 이 회장의 결단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이 회장이 아니고서는 직속 조직인 경영전략실의 수장을 교체하고 기능을 조정하는 일을 결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영전략실이 이 회장 직속 조직이긴 해도 정 부회장이 적극적으로 소통할 것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았다. 임 사장과 김 부사장이 정 부회장과 오래 손발을 맞춰와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신세계그룹은 신세계그룹일 뿐 경영전략실이 누구 조직이고, 누구 사람으로 채워졌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그룹 실적이 생각만큼 나지 않고 있는 시기에 쇄신을 통해 명확한 성과를 낼 것을 정 부회장이 강한 어조로 주문했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