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엔화 가치가 1990년 이후 3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내려가면서 관련 ETF(상장지수펀드)에도 개인투자자의 자금이 몰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엔화 가치의 추가 하락보다는 향후 회복 가능성을 높게 보는데 이에 따른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엔화 가치 33년 만에 최저 근접, 관련 ETF에도 개인투자자 돈 들어온다

▲ 1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엔/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달러당 엔화값이 151.94엔을 넘을 경우 1990년 7월 이후 33년 만에 최저 기록을 새로 쓰게 된다. <연합뉴스>


15일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일본엔선물’에는 11월 들어 전날(14일)까지 개인투자자 자금 233억 원이 순유입됐다.

같은 기간 개인투자자가 국내 ETF시장에서 3238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규모다.

TIGER 일본엔선물은 엔화 가치에 따라 움직이는 국내 유일의 ETF로 한국거래소에서 발표되는 ‘엔 선물지수’를 기초지수로 삼는다.

엔화 가치가 오르면 상승하고 내리면 떨어지는데 11월 들어 전날까지 가격이 2.77% 내렸음에도 개인투자자는 이 상품을 13일 하루 빼고 9거래일 동안 순매수했다.

개인투자자는 10월에는 TIGER 일본엔선물을 40억 원가량 순매도했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일본TOPIX100’,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일본니케이225’에도 크진 않지만 11월 들어 개인투자자 자금이 지속해서 유입되고 있다.

개인투자자는 11월 들어 전날까지 KODEX 일본TOPIX100와 TIGER 일본니케이225를 각각 2억9천만 원, 2억6천만 원어치 순매수했다.

개인투자자는 10월에는 KODEX 일본TOPIX100를 순매도했고 TIGER 일본니케이225는 1억8천만 원어치 순매수하는 데 그쳤다.

KODEX 일본TOPIX100은 일본 도쿄거래소에 상장된 시가총액 상위 100개 종목, TIGER 일본니케이225는 일본의 간판 주가지수인 니케이225지수를 따르는데 환헤지를 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환 변동성에 그대로 노출된 만큼 최근 수익성은 비슷한 지수를 따르는 다른 환헤지 상품과 비교해 낮지만 향후 엔화 가치가 상승하면 더 많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엔화 가치 33년 만에 최저 근접, 관련 ETF에도 개인투자자 돈 들어온다

▲ TIGER 일본엔선물의 최근 수익률. 최근 부진한 수익률에도 개인투자자 자금이 몰리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엔화 관련 ETF에 개인투자자 돈이 몰리는 것은 현재 엔화 가치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달러/엔 환율은 현재 150엔 위에서 움직이고 있다. 1달러당 152엔을 넘어서면 1990년 이후 최저 기록을 33년 만에 새로 쓰게 된다.

100엔의 원화 가치를 나타내는 엔/원 재정환율은 15일 기준 86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200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올해 들어 그동안 그나마 900원선은 지켰는데 11월 들어 빠르게 하락하며 850원선도 위협받고 있다.

엔화 가치가 크게 하락한 데는 일본은행(BOJ)이 마이너스 기준금리 기조를 이어가는 가운데 미국의 긴축 기조 강화 분위기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개인투자자는 최근 들어 엔화 예금, 엔화 환전 등을 통해 엔화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데 환급성 등 투자 편의성이 높은 ETF를 통해서도 엔화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셈이다.

시장에서는 단기적으로는 엔화 약세 흐름이 이어지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엔화 가치가 다시 회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리포트에서 “한국과 일본 경제의 기초체력을 고려할 때 100엔에 원 환율 860원대는 다소 과도한 수준이라고 판단된다”며 “한국과 일본의 경제 전반을 고려할 때 100엔/원 환율은 추가 하락보다 900원대로 재차로 수렴될 것이다”고 바라봤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엔화 약세가 당분간 지속되겠지만 일본은행이 마이너스금리 정책을 종료하거나 그동안 미국과 일본이 금리차가 엔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한 만큼 시장의 예상보다 미국의 금리 인하 시점이 앞당겨질 경우 엔화 강세 효과가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