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조석 HD현대일렉트릭 대표이사 사장이 전력기기 시장 호황에 힘입어 호실적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조 사장은 업황이 좋지 않아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던 시기에 취임해 수익성 중심 전략으로 흑자구조를 안착하는 데 주력했다. 이제 업황이 우호적으로 돌아선 만큼 단단하게 다진 이익체력을 바탕으로 미래 성장동력도 더 강화할 수 있게 됐다.
▲ 조석 HD현대일렉트릭 대표이사 사장이 펼쳐온 수익성 중심 경영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 HD현대일렉트릭 >
1일 HD현대일렉트릭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조 사장이 새 먹거리로 키우고 있는 해상풍력 관련 사업들이 가시화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HD현대일렉트릭은 최근 19조 원이 투입되는 국내 대형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 프로젝트에 풍력터빈과 해상변전소용 전력기기를 제작·공급하는 핵심 역할을 맡았다.
이 프로젝트는 전남 진도군 해상에 3.2GW(기가와트) 규모의 해상풍력발전단지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전남뿐 아니라 전북에서도 해상풍력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현재 전라북도와 군산시는 전북 도내 서남권과 군산 앞바다에 각각 2.4GW와 1.6GW 규모의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사업을 자체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은 내년 전북이 공모할 예정인 1.2GW 규모 해상풍력발전단지 개발사업에 대한 참여를 시작으로 서남해 시범·확산단지(규모 1.2GW)와 군산시 공공주도 해상풍력발전단지(규모 1.6GW) 개발 사업에 적극 참여하는 등 사업성을 갖추는데 필요한 물량을 확보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를 위해 글로벌 해상풍력터빈업체 제너럴일렉트릭(GE)과 2026년까지 약 1천억 원을 공동 투자해 군산시에 풍력터빈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HD현대일렉트릭의 성장동력 강화는 신사업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고 기존 주력사업에서도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울산 공장과 미국 앨라배마 법인의 증설을 추진해 향후 늘어날 전력기기 수주 물량에 대응할 생산능력을 보다 확대하기로 했다. 내년 하반기부터 증설에 따른 실적 증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조석 사장이 성장동력 강화에 더욱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실적 개선을 통해 쌓은 이익체력은 그 뒤를 든든하게 뒷받침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HD현대일렉트릭은 올해 3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6944억 원, 영업이익 854억 원을 거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29.8%, 영업이익은 125.9% 뛰었다. 영업이익률도 12.3%로 제조업체 가운데 높은 편이다.
3분기는 여름 휴가와 추석 연휴가 포함돼 있었던 만큼 조업일수가 다른 시기보다 적었다는 점도 고려하면 상당히 양호한 실적을 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호실적이 일시적이 아니라 지속되는 흐름이라는 점이 더 고무적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창사 이래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거둔 데 이어 올해에도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905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영업이익(817억 원)의 2배를 훌쩍 넘는 성적을 거뒀다.
본업인 전력기기 시장의 호황은 HD현대일렉트릭의 실적 개선세의 가장 주요한 배경으로 꼽힌다.
중요 시장인 북미에서 노후 전력기기의 교체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데다 신재생에너지 도입에 따라 그와 관련한 전력 인프라 수요가 다방면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중동 지역에서도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확대되고 네옴시티 건설과 같은 대규모 도시개발 프로젝트가 진행되며 전력기기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유재선 하나증권 연구원은 “전력기기 시장의 호황이 HD현대일렉트릭의 실적으로 증명되고 있으며 향후에도 꾸준하게 개선되는 흐름이 기대된다”며 “판매가 상승이 지속해서 이뤄지고 있어 영업이익률 개선 흐름도 중장기적으로 확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동안 HD현대일렉트릭의 영업흑자 구조 안착에 전력을 쏟았던 조석 사장으로서는 이제 업황 호조세에 힘입어 성장동력을 강화하며 외형과 이익을 모두 한 단계 끌어올릴 절호의 기회를 잡게 된 것으로 보인다.
▲ HD현대일렉트릭의 전력 변압기. < HD현대일렉트릭 >
조 사장은 HD현대일렉트릭이 전력기기 수주 감소로 경영난을 겪고 있던 2019년 말 구원투수 격으로 영입됐다. HD현대일렉트릭은 2018년 영업손실 1006억 원, 2019년 영업손실 1567억 원을 내며 위기에 빠져있었다.
이 때문에 조 사장은 흑자구조 안착을 경영 최우선순위에 뒀다. 이를 위해 저가수주 물량을 과감히 정리하고 수익성 중심의 선별수주 전략을 펼치기도 했다.
조 사장의 수익성 개선 노력은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평가된다. HD현대일렉트릭은 조 사장 체제가 본격 출범한 2020년 이후 줄곧 영업이익 흑자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안정적 실적 개선세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조 사장은 성장동력을 강화하는 발걸음을 보다 재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 사장은 2022년 ‘현대일렉트릭 데이’에서 “3년 동안 회사의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했지만 엄밀히 말하면 남들과 경쟁할 수 있는 체력을 키우고 이제 출발점에 선 것이다”라며 “신사업을 확대해 전력기기 제조회사를 넘어 종합 에너지솔루션회사로 발전해 나가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HD현대일렉트릭의 증설투자(울산공장과 미국 앨라배마 법인) 효과가 본격화하는 2024년 하반기부터 대형/특수 변압기의 연간 매출이 2200억 원가량 늘어나고 신규 수주 증가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며 “네옴시티 프로젝트에 따른 전력망 투자도 지속적으로 이뤄지며 신규수주 증가에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