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이 2차전지 산업의 성장세 둔화 속에서도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거두며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최 사장이 펼치는 ‘질적 성장전략’은 2차전지 산업의 잠재력이 크게 부각됐던 시기에는 다소 소극적 경영기조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삼성SDI 2차전지 성장 둔화에도 실적 선방, 최윤호 ‘돌다리 두드리기’ 적중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이 6월29일 열린 53주년 창립기념식 행사에 이어 진행된 오픈토크에서 임직원과 대화 도중 밝게 웃고 있다. <삼성SDI>


하지만 전방 전기차산업 성장세가 감속 구간에 들어서면서 수익성 중심의 내실을 다지는 최 사장의 경영 전략이 시의적절했다는 평가가 많아지고 있다. 

30일 배터리업계와 증권업계 의견을 종합하면 삼성SDI는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약간 후퇴했지만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 둔화를 고려하면 선방한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SDI는 올해 3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5조9481억 원, 영업이익 4960억 원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10.8%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2.3% 감소했다. 

비록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줄었지만 주력사업인 전기차용 배터리 판매는 지속해서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박진수 신영증권 연구원은 “삼성SDI는 유럽 주요 고객사 BMW, 아우디에 납품하는 P5 중심으로 판매 확대가 지속되며 각형 배터리 판매량은 2분기보다 14% 늘어난 것으로 추정한다”며 “고부가 P5 비중 확대와 헝가리 공장의 가동률이 높은 수준을 유지한 덕분에 각형 배터리 영업이익률은 8.2%로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전방 전기차시장의 성장세가 둔화하며 후방 2차전지 가치사슬(밸류체인) 전반에 걸쳐 수요 부진에 따른 실적 하락이 가시화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SDI가 비교적 안정적인 실적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경쟁사인 LG에너지솔루션과 실적을 단순 비교하면 다소 밀리는 것처럼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은 3분기에 영업이익 7312억 원을 내며 증권사들의 추정치를 크게 웃도는 ‘실적 서프라이즈’를 보였다. 다만 여기에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세액공제 혜택이 2155억 원이 반영돼 있다.   

세제혜택과 같은 요소를 배제하고 순수 영업활동에 따른 이익 수준만 놓고 보면 삼성SDI가 LG에너지솔루션에 뒤처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LG에너지솔루션이 누리는 세제혜택이 경쟁사에 앞서 위험을 감수하고 공격적으로 북미 증설을 시행한 데 따른 보상이라고 볼 여지는 있다. 하지만 시야를 올해 4분기와 내년으로 좀 더 길게 잡으면 삼성SDI의 실적 흐름이 더 돋보일 수 있다는 전망에 점차 힘이 실리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주요 고객사들이 전기차 생산계획을 보수적으로 조정함에 따라 실적 개선 여력이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내년 수요 역시 줄어들 가능성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반면 삼성SDI는 프리미엄 전기차에 탑재되는 고성능 배터리의 꾸준한 수요에 힘입어 매출과 영업이익 개선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프리미엄 전기차에 공급하는 매출 비중이 높아 전기차용 배터리 출하는 지속해서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다른 국내 경쟁사인 SK온과 비교하면 삼성SDI의 안정적 실적 흐름이 더욱 두드러진다. SK온은 아직 영업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애초 2023년부터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른 세제혜택이 적용되면 SK온 역시 LG에너지솔루션과 마찬가지로 북미 증설 효과를 누리며 적어도 분기 기준으로는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애초 있었다. 하지만 전방 수요 둔화 탓에 SK온의 흑자 전환은 내년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전기차시장 둔화와 함께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의 주력 고객사인 GM과 포드가 전기차 전환 속도를 늦춰가려 하는 것도 잠재적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 전방 고객사의 전기차 전환이 늦춰지면 단기적으로 배터리 셀 제조사의 실적은 예상보다 더 부진할 수 있다.

이와 달리 삼성SDI는 주요 고객사의 판매 호조가 지속되며 그동안 채택해왔던 선별 수주 중심의 질적 성장 전략이 빛을 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최윤호 사장은 성장산업인 2차전지 업종을 향한 장밋빛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던 시절에도 전기차 확산세가 기대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판단 아래 경쟁사보다 보수적 증설 기조를 채택해왔다. 

최 사장은 ‘수익성 우위의 질적 성장’을 거듭 강조하며 양적 팽창보다 내실을 갖추며 기초체력을 강화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이런 최 사장의 경영 기조는 빠르게 성장하는 산업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않고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대응하며 기회를 놓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한때 받기도 했다. 

특히 전기차 확산세가 가파른 북미 시장 진출에 더딘 탓에 북미에 생산시설을 선제적으로 구축한 다른 국내 경쟁사들보다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실제 올해부터 적용된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세제혜택은 국내 3사 가운데 삼성SDI만 실적으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전기차 성장세가 둔화하는 국면이 되자 결과적으로 삼성SDI의 수익성 위주의 질적 성장 전략이 어려운 시절을 버틸 수 있는 안정적 이익기반을 마련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박형우 SK증권 연구원은 “과거 비판받았던 삼성SDI의 보수적 수주·증설 전략이 현재는 실적과 재무 안정성으로 오히려 부각되고 있다”고 파악했다. 

최윤호 사장은 그동안 다져온 이익체력을 바탕으로 조금씩 양적 팽창도 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는 최근 북미시장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2조6556억 원을 들여 스텔란티스와 합작법인 스타플러스에너지의 인디애나주 2공장 투자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2공장은 2027년 양산을 목표로 연산 34기가와트시(GWh) 규모의 생산능력을 확보할 예정이다.
 
삼성SDI 2차전지 성장 둔화에도 실적 선방, 최윤호 ‘돌다리 두드리기’ 적중

▲  삼성SDI P6 각형배터리 이미지. <삼성SDI>

삼성SDI는 지난해 스타플러스에너지를 설립해 2025년 가동을 목표로 인디애나주 코코모시에 33GWh 규모의 1공장을 짓고 있다. 1공장 완공 전에 추가 투자를 통해 스텔란티스와 합작법인 생산능력을 67GWh로 늘리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삼성SDI는 GM과 함께 인디애나주 뉴칼라일에 연 30GWh 규모 합작공장을 2026년까지 건설한다.

고객 외연도 확장하고 있다.

삼성SDI는 최근 현대차의 차세대 유럽 전기차에 들어갈 배터리를 2026~2032년 7년 동안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SDI는 이 계약을 통해  현대차를 새로운 고객사로 확보해 고객사를 다변화하는 것은 물론 현대차에 차세대 각형 배터리인 P6를 공급하기로 하며 기술적 우위도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와 함께 저가형 모델에 적용할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나 차세대 배터리인 46파이 원통형과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통해 제품군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최윤호 사장은 3분기 실적설명자료를 통해  "앞으로도 차세대 전지 개발 등을 통해 초격차 기술경쟁력을 확보하고 신규 고객을 늘려 질적인 성장과 함께 수익성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