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말과 행동이 다르면 신뢰를 얻기 어렵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2년도 되지 않았지만 대통령의 말과 정부의 정책이 엇박자를 내면서 국민들의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 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참사 1주기인 10월29일 서울 성북구 영암교회에서 추도사를 낭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
대표적인 것이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2022년 5월10일 대통령 취임사에서 “도약과 빠른 성장은 오로지 과학과 기술 그리고 혁신에 의해서만 이뤄낼 수 있으며 과학과 기술 그리고 혁신은 우리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우리의 자유를 확대한다”고 말했다.
같은 해 8월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도 “기술 혁신을 통해 산업의 변화를 선도하고 과학기술 인재를 육성해 반도체·우주·바이오산업의 기반을 튼튼하게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온전히 편성한 첫 예산안인 2024년도 예산안에서 기획재정부는 R&D 예산을 올해 31조778억 원에서 내년 25조 9152억 원으로 16.6%나 감액했다.
정부의 갑작스런 예산 삭감에 과학기술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부출연연구기관에서는 각종 과학기술 연구 사업이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이 올해 신년사에서 미래와 미래세대의 운명이 달렸다며 강조한 3개개혁((노동·교육·연금) 추진 상황도 비슷하다. 올해가 두달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대부분 구체적 로드맵조차 제시하지 못하고 지지부진하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정부가 27일 발표한 국민연금 개혁안에는 구체적인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수급개시연령 등 모수개혁안이 담기지 않았다. 핵심이 다 빠져버린 '속 빈 강정'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심지어 모수개혁안을 언제까지 확정하겠다는 약속도 내놓지 못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연금 개혁은 뒷받침할 과학적 근거나 사회적 합의 없이 결론적 숫자만 제시하는 것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지난 정부는 연금 개혁에 대한 의지 없이 4개 대안을 제출해 갈등만 초래했다”고 전임 정부에 책임을 돌렸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뒤 “국민은 늘 옳다”, “민주당 탓은 하지 말자”는 윤 대통령의 발언과 배치되는 자세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말 따로 행동 따로 요즘말로 '말따행따'의 태도는 주권자인 국민을 기만하고 우롱하는 처사"라며 "말만이 아니라 실천하는, 말 따로 행동 따로 아닌 언행이 일치하는 정부여당의 대전환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야당 대표의 말처럼 대통령의 말과 정부 정책 방향이 다르다면 국민들의 신뢰는 더욱 멀어질 수밖에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뒤 처음으로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제대로 된’ 만남을 갖는다. 윤 대통령의 내년도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에 앞서 진행되는 5부 요인-여야 지도부 환담 자리에서다.
당선인 시절 여야 협치를 강조했던 윤 대통령이 이재명 대표와 정부 기념식 등에서 마주치는 것이 아닌 ‘만남’을 갖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만남이 윤 대통령이 다짐했던 협치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 그리고 협치를 시작으로 윤 대통령이 말로 약속했던 일들이 정책으로 구현되기를 소망한다.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커지는 것은 나라의 불행이기 때문이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