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야심작' 사이버트럭 4년 만에  출격 준비, 시장 반응은 '싸늘'

▲ 테슬라의 야심작 전기 픽업트럭 '사이버트럭'이 고객 인도 시점을 11월로 앞두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부정적 반응이 나오고 있다. 사이버트럭 홍보용 이미지. <테슬라>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테슬라가 야심작으로 준비한 전기 픽업트럭 ‘사이버트럭’이 당분간 실적과 주가 반등에 기여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며 시장에서 실망감이 퍼지고 있다.

테슬라는 장기간 이어진 가격 인하 전략과 전기차 수요 둔화로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는 데다 사이버트럭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지면서 더욱 불안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20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사이버트럭의 출시 및 양산 지연이 테슬라 주주들에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는 분석이 고개를 든다.

테슬라는 사이버트럭을 사전 구매한 고객들에 11월30일부터 차량 인도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2019년 11월 처음 출시 계획을 발표한 뒤 4년만에 진행되는 것이다.

사이버트럭은 최근 수 년 동안 여러 차례 출시와 양산 시기를 늦춘 끝에 마침내 시장에 나오게 됐다. 소비자들의 기대감도 그만큼 높아지고 있었다.

미국을 중심으로 가파른 성장이 예상되는 전기 픽업트럭 시장에서 테슬라가 확실한 성장 동력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이어졌다.

그러나 블룸버그에 따르면 사이버트럭이 테슬라 실적에 의미 있게 기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여전히 생산 지연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도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을 통해 “우리가 사이버트럭을 통해 스스로 무덤을 판 셈”이라며 “충분한 생산량을 확보해 시장에 선보이는 일이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사이버트럭은 테슬라에 반전의 계기를 만들어야 했지만 일론 머스크마저 희망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구원투수 역할로 역부족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테슬라는 고객 인도 시점을 약 1개월 앞으로 남겨둔 상황에서도 아직 사이버트럭의 출고가격을 공개하지 않았다.

사이버트럭의 판매가격이 예상치를 크게 웃돌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힘을 얻는다.

테슬라는 당초 사이버트럭을 3만9900달러(약 5400만 원)부터 판매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최근 물가 상승과 배터리 원가 등을 고려한다면 이는 현실성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사이버트럭의 경쟁작으로 꼽히는 포드 ‘F-150 라이트닝’은 현재 미국에서 최소 4만9995달러(약 6767만 원)부터 팔리고 있다.

전기차 신모델의 가격이 낮아지기 위해서는 대량 생산이 본격화되며 규모의 경제효과를 갖추는 일이 중요하다.

테슬라가 그동안 모델3과 모델Y 등 전기차 주력모델 가격을 공격적으로 인하해 판매할 수 있던 배경도 대규모 생산설비를 갖춰 생산을 효율화한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사이버트럭은 단기간에 생산 차질 문제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물량과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모두 약점을 안게 될 수밖에 없다.

증권사 번스타인 연구원은 블룸버그를 통해 “테슬라는 갈수록 일반 자동차기업과 비슷해지고 있다”며 “사이버트럭의 생산 문제를 개선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테슬라 '야심작' 사이버트럭 4년 만에  출격 준비, 시장 반응은 '싸늘'

▲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연합뉴스>

테슬라는 현재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전기차 수요가 전반적으로 둔화하며 판매량 및 실적에 타격을 받고 있다. 계속된 가격 인하 전략으로 수익성도 악화하고 있다.

19일 미국 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하루만에 9.3% 하락한 220.11달러로 장을 마쳤다. 테슬라가 이날 발표한 3분기 실적 및 전기차 판매량에 투자자들의 실망감이 반영됐다.

잠재적 성장동력으로 꼽히던 사이버트럭마저 테슬라에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위기가 퍼지면서 실적과 주가 전망은 더욱 어두워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테슬라가 이른 시일에 사이버트럭으로 수익성을 개선하는 일은 어려울 것이라며 기업가치 고평가를 이끌었던 성장 전망에 갈수록 의문이 커지고 있는 시점이라고 바라봤다.

사이버트럭 출시가 지연되는 사이 포드와 리비안, GM 등 주요 경쟁사가 잇따라 전기 픽업트럭을 시장에 선보이며 경쟁이 치열해진 점도 테슬라에 불리한 요소로 꼽힌다.

반면 사이버트럭이 앞으로 테슬라에서 모델Y와 견줄 만한 수준의 주력모델로 자리잡으면서 전기차 판매량 증가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아크인베스트먼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시장이 사이버트럭의 잠재력에 대해 지나치게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전기차 시장 성장에 맞춰 가파른 판매 증가세를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아크인베스트먼트는 테슬라의 장기 목표주가를 2천 달러로 제시하고 있다. 19일 종가와 비교해 9배 이상 상승할 잠재력이 있다는 의미다.

일론 머스크는 “사이버트럭이 대량 생산체계를 갖춰내기까지는 18개월 정도가 더 걸릴 수 있다”며 “이전에 없던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