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은 9월 20일 파격적인 2024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롯데그룹 역시 대규모 변화를 줄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지난달 20일 신세계그룹의 2024년도 정기 임원인사는 한마디로 '파격' 그 자체였다.
그룹 계열사 수장 9명, 전체의 40%가 바뀌었다. 전무나 상무로 승진한 임원들은 있지만 부사장이나 사장으로 승진한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
이유는 명확하다. 부진한 실적 때문이다.
조만간 롯데그룹도 인사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유통업계 맞수인 신세계그룹의 대대적 물갈이 인사를 감안할 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대규모 변화를 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롯데그룹 역시 실적 부진을 겪고 있어서다.
롯데쇼핑 2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2% 줄어든 3조6222억 원, 영업이익은 30.8% 감소한 515억 원을 기록했다. 유통 부문 주력인 백화점과 이커머스, 홈쇼핑 등의 성적도 전반적으로 부진하다.
신세계, 롯데 등 기존 유통 대기업들 위기 의식의 중심엔 '쿠팡'이 있다.
쿠팡은 올 2분기도 호실적을 기록하며 시장 지배력 확대를 증명했다. 쿠팡의 상반기 매출은 전년 대비 21% 늘어난 15조739억 원, 영업이익은 3302억 원으로 전년 영업손실(3325억 원)에서 흑자기조로 돌아섰다.
로켓배송 출범 후 9년간 6조 원 이상을 투자하며 적자 경영을 이어오다 지난해 3분기부터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쿠팡의 질주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국내 유통시장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1% 성장에 그쳤지만 같은 기간 쿠팡은 21%나 성장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게다가 하반기 신사업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올해 대만 사업과 쿠팡플레이, 쿠팡이츠 등 사업에 대한 투자 추정치는 4억 달러로 전망된다.
하지만 전통적인 유통기업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 아니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월마트다. 지난달 14일 월마트 주가는 165.64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전체적인 시장 조정과 함께 소폭 밀리긴 했으나 여전히 고점 부근에서 주가를 형성하고 있다.
월마트의 성공 요인은 다양하지만 물가 상승으로 싼 물건을 찾는 고객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전략이 적중한 것으로 풀이된다. 월마트는 제조 업체에서 물건을 직접 사들이고, 기술 및 물류 투자로 가격을 낮게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국내 오프라인 중심의 유통 대기업 역시 월마트를 주목할 만하다. 국내 소비자도 미국 소비자처럼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다.
올해 2분기 말 가계대출 잔액은 1748조9천억 원으로 1분기보다 10조1천억 원 늘었다. 가계 부채 증가는 소비를 위축시킬 수 밖에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2분기 가계의 이자비용 지출액은 월평균 13만1천 원으로 2006년 이후 분기 기준 최대였다.
가계의 빚 부담으로 쓸 돈이 부족해지고 있는 것인데 실제 8월 소매판매액 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 대비 4.8% 줄어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한 2020년 3월 이후 최대 감소 폭을 보였다.
기존 오프라인 중심의 유통 대기업들이 어떤 전략을 전개해야 할 것인지는 명확해 보인다. 최영희 유통바이오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