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가 맥주 맛도 바꾼다, 발효 핵심재료 '홉' 품질 떨어지고 생산 줄어

▲ 체코 과학아카데미 글로벌변화연구소와 영국 로담스테드연구소는 기후변화가 맥주의 핵심 성분인 홉 재배에 악영향을 미쳐 맥주 맛을 바꿀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쌉싸름한 맥주 맛을 즐기는 애주가들을 긴장시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기후변화가 지금처럼 진행되면 맥주 발효의 핵심성분인 '홉' 생산은 18% 넘게 줄고 쌉싸름한 맛을 내는 성분은 30%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10일(현지시각) 가디언은 기후변화가 맥주 맛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체코 과학아카데미 글로벌변화연구소와 영국 로담스테드연구소의 연구결과를 보도했다.

연구진은 1971년부터 2050년까지 진행됐거나 향후 예상되는 기후변화가 홉의 생산량과 성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조사 대상 지역은 세계 홉 재배의 90%를 차지하는 독일, 체코, 슬로베니아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맥주의 핵심 성분인 홉의 양과 품질은 지구 온난화에 영향을 받고 있다.

이 탓에 맥주의 맛과 품질이 변화하고 가격도 상승할 수 있다고 연구진들은 분석했다.

맥주는 보리를 싹틔운 맥아로 맥아즙을 만들고 여기에 홉을 첨가해 발효하는 방식으로 제조된다.

홉은 맥주 향과 맛을 더해주는 역할을 한다. 최근 몇 년 동안 더 강한 풍미를 지닌 수제 맥주가 유행하면서 고품질 홉에 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홉 생산량 감소 및 품질 변화의 주요 원인은 기온 상승과 더 빈번하고 심각해지는 가뭄이 지목됐다. 홉은 재배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작물이다.

연구결과 적절한 기후변화 대응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2050년 홉 생산량은 1989~2018년 평균보다 4.1%에서 18.4%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또 이 기간 홉의 알파산 함량은 20~31%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알파산은 홉이 쌉싸름한 맛을 내게 하는 성분으로 맥주의 맛과 향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다.

연구진은 보고서에서 “고품질 홉의 재배는 적합한 환경 조건을 갖춘 상대적으로 작은 지역에 국한돼 있다”며 “앞으로 폭염이나 극한 가뭄 탓에 홉 생산이 크게 영향을 받을 심각한 위험에 있다”고 짚었다. 

글로벌변화연구소 소속 과학자인 미로슬라브 트란카는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은 품질이나 가격에서 기후변화를 확실히 느낄 것”이라며 “수치로 보면 이는 피할 수 없는 결과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미 홉 생산량 감소는 진행되고 있다.

연구진은 1971~1994년과 1995~2018년 두 기간 홉의 연 평균 생산량을 비교한 결과 헥타르(ha)당 0.13~0.27톤이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연 평균 홉 수확량이 가장 많이 감소한 곳은 슬로베니아 셀예 지역으로 19.4%의 감소율을 보였다.

독일 슈팔트, 할러타우, 테트낭에서는 각각 19.1%, 13.7%, 9.5% 홉 생산량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를 ‘상당한 생산량 감소’라고 설명했다.

홉을 재배하는 농부들은 물이 더 많은 계곡으로 정원을 옮기거나 물 공급하는 관개 시설을 새로 구축하는 방식으로 기온 상승과 가뭄에 대처하고 있었다.

그러나 홉의 정상적 생산을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연구진은 강조했다.

트란카는 “홉 재배자들은 현재와 같은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이는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지금까지는 기후변화가 홉에 미치는 영향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유럽 홉의 생산량이 줄고 품질이 악화한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이는 긴급한 대응 조치가 필수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