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도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얻은 기세를 총선까지 이어가기 위해 이번 선거에서 ‘압승’을 목표로 뛰고 있다.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11일 치러지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사전투표를 이틀 앞두고 여야가 막판 표심을 끌어모으기 위한 선거전을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서울 강서구는 기초자치단체지만 2024년 4월 총선 전 치러지는 마지막 선거라는 의미가 더해져 전국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 선거에는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김태우 국민의힘, 권수정 정의당, 권혜인 진보당, 김유리 녹색당, 이명호 우리공화당, 고영일 자유통일당 후보 등 7명이 출마했다.
사실상 진교훈 민주당 후보와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의 2파전 양상이다. 강서구청장 선거 승패에 따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가운데 한 명은 리더십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국민의힘이 패배하면 '김기현 지도부'로 총선을 치르기 어렵다는 당내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를 비롯한 현재 지도부는 출범 이후 약점으로 꾸준히 수도권 경쟁력이 취약하다는 점을 지적받았는데 실제 성적표를 받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나오는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구성 의견이 힘을 받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2일 KBS라디오 주진우라이브에서 “국민의힘이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지면 '원희룡 비대위'로 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러한 배경을 의식한 듯 김 대표는 3일 예정됐던 기자간담회를 취소하고 김태우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섰다. 김 대표는 추석 연휴였던 1일부터 3일까지 하루도 빼놓지 않고 강서구를 방문했다. 김 대표의 지원유세에 윤재옥 원내대표, 박대출 정책위의장을 비롯해 국민의힘 소속 의원 30여 명이 동행하며 당력을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 대표는 또 김 후보 선대위에 안철수 의원과 나경원 전 의원, 전 통일부 장관인 권영세 의원 등 수도권의 중량감 있는 인사들을 대거 배치했다. 충청권 출신 유권자가 많은 지역 특성을 고려해 충청권 5선 정우택 국회부의장과 정진석 의원도 명예공동선대위원장으로 위촉했다. 이번 선거 승리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짐작케하는 대목이다.
김 대표는 강서구 발전을 위해서는 여당 후보인 김태우 후보를 뽑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번 선거가 김 후보의 유죄판결로 실시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김 후보를 다시 공천했다는 비판에 대항할 카드로 ‘지역발전론’을 꺼낸 것이다.
김 대표는 3일 김 후보 사무실에서 열린 한국공항공사 자회사 전국공항노동조합 간담회에서 “이번 선거는 일꾼(김 후보)을 뽑을 것이냐, 아니면 정쟁을 하는 낙하산(진교훈 민주당 후보)을 뽑을 것이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계기로 '정권심판론'에 불을 붙이기 위해 화력을 쏟아붓고 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강서구청장 선거에 소속 의원 ‘총동원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국회 상임위를 기준으로 민주당 현역 국회의원을 20개 조로 편성한 뒤 피켓팅, 상가 방문 등 유세 활동을 펼침으로써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도 이번 선거결과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진교훈 후보를 중앙당 차원에서 전략 공천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단식투쟁을 펼치던 지난 9월6일 진 후보에게 직접 공천장을 수여했다. 또 9월27일 자신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곧바로 진 후보와 통화하며 "보궐선거는 내년 총선의 전초전인 만큼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강서구청장 후보(왼쪽)과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가 9월21일 서울 강서구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만일 진 후보가 두 자릿수 이상의 지지율 차이로 승리한다면 이 대표의 리더십은 한층 더 공고해질 수 있다. 반면 진 후보가 패하거나 접전을 펼친다면 비명(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현 지도부로 총선을 치르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단식중단 뒤 건강회복을 위해 입원 중인 이 대표는 이번 주 당무에 복귀한 뒤 강서구청장 선거 지원활동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대표는 9월28일 조정식 사무총장으로부터 당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도 강서구청장 선거 현황을 물어봤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날 진교훈 후보 선거사무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 이재명 대표를 찾아봤는데 조금씩 기력을 회복하고 있고 강서구 보궐선거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사전투표 전에 어떤 형태라도 이번 선거에 힘을 보태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은 낮은 투표율을 막판 ‘변수’로 여겨 경계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할 수 있는 젊은 층이 보궐선거에 더 많이 투표해야 승리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인식을 반영한 듯 민주당 지도부는 일제히 사전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메시지를 냈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사전투표는 6일과 7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된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6일과 7일 사전투표가 실시된다”며 “투표해야 (윤석열 정부를) 심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찬대 최고위원도 “국민에게는 투표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다”며 “강서구민들께서 6일부터 글 7일까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사전투표와 11일 본 투표에 압도적인 참여로 폭주하는 윤석열차에 강력한 제동을 걸어 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여야 대표의 본격 지원에 앞서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진교훈 민주당 후보가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9월11~12일 진행해 같은 달 17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진교훈 민주당 후보가 39.4%,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는 28.1%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집계됐다. 다른 후보의 지지율은 권혜인 진보당 후보 6.2%, 권수정 정의당 후보 4.4%, 고영일 자유통일당 후보 2.8%, 이명호 우리공화당 후보 2.4%, 김영숙 민생당 후보 2.2%, 김유리 후보 1.9% 등이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