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경 기자 huiky@businesspost.co.kr2023-09-20 16:3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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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이 HMM 인수에 강한 의지를 보이면서 장남인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이 어떤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HMM의 새 주인 후보가 3개사로 압축된 가운데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의 인수 의지가 부각되면서 장남인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의 역할에 재계와 금융권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동원그룹이 다른 인수후보에 비해 자금력에 있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형제사’인 한국금융지주의 도움으로 경쟁력을 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동원그룹 전체가 HMM 인수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한국금융지주가 자금을 조달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동원그룹이 적격인수후보에 오른 LX그룹, 하림그룹과 비교해 보유현금 측면에서 열세에 놓인 만큼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재무적투자자(FI) 역할을 맡아 자금줄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동원그룹은 최근 HMM 인수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은 글로벌 컨설팅 베인앤컴퍼니와 자문 계약을 체결하고, 해운 전문가 박기훈 전 SM상선 대표를 영입해 고문으로 앉히는 등 인수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날에는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이 HMM 인수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맏아들인 김남구 회장이 힘을 보탤 가능성이 다시 한 번 부각되는 모양새다.
김 명예회장은 한양대 명예공학박사 학위 수여식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HMM 인수에 성공하면 내 마지막 꿈을 이루는 것이다”며 “바다에서 한평생을 일군 회사인 동원그룹이 HMM을 누구보다 잘 운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동원그룹은 한국 원양어업을 개척한 회사로 바다를 주 무대로 사업을 전개해 왔다. 김 명예회장은 ‘해양기업’을 목표로 기존 참치 중심 수산전문기업에서 식품, 수산, 포장, 물류 등 사업부문을 다각화했지만 해운업과는 그동안 인연이 없었다.
1935년생으로 올해 88세인 김 명예회장은 국내 첫 원양어선에 승선해 능력을 인정받았고 1969년 동원산업을 설립해 국내 최대 원양어업 회사로 키워냈다. 김남구 회장은 창업주인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의 아들이다.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과는 10살 차이의 친형제로 사이가 돈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투자금융지주(옛 동원금융지주)는 2001년 동원그룹의 지주사 전환 이후 2003년 금융그룹 계열을 분리하면서 떨어져 나왔다. 당시 김재철 회장은 보유한 동원금융지주 지분을 김남구 부회장에게 증여하는 형태로 대부분의 지분을 몰아줬다. 차남인 김남정 부회장은 동원그룹을 맡아 경영하게 됐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현재까지 직접적인 지원 의사를 밝히지 않은 상황이다.
김남구 회장은 최근 한국투자증권 채용 설명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동원그룹이 자체적으로 인수자금을 마련할 여력이 있을 것이다”면서 “HMM 인수와 관련해 동원그룹에서 아직 지원을 요청해온 바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지원 가능성 자체를 잘라 부정하진 않은 모습이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도 “동원그룹으로부터 요청 받은 바가 없어 아직 정해진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최근 20년 동안 재무적 투자자의 도움 없이 20여 건의 인수전을 치러왔던 만큼 자체적인 역량으로 인수전에 참여하겠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금융지주의 조력설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것은 동원그룹이 다른 경쟁후보와 비교해 열위에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동원산업은 국내 최대 해운회사 HMM 인수전에서 하림그룹, LX그룹과 3파전을 벌이게 된다. 동원산업의 자산 규모는 9조 원으로 하림그룹(17조 원), LX그룹(11조 원)에 비해 뒤처지며, 현금성자산도 6318억 원으로 하림그룹(1조6천억 원), LX(2조4천억 원)에 비해 비교적으로 저조한 수준이다.
한국금융지주의 경우 주요 계열사인 한국투자증권이 자기자본 규모 기준 국내 2위 증권사로 자금력을 갖춘 데다 계열분리를 통해 별개의 회사가 된 만큼 투자에 법적으로 문제될 부분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2003년 계열분리 이후에도 두 기업은 한국금융지주의 계열사인 한국투자증권이 동원산업, 동원시스템즈, 동원F&B 등 동원 계열사의 회사채 발행에 매년 대표주관사로 참여하는 등 교류를 이어오기도 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