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한투증권 캠퍼스 채용설명회 '21년 개근' 김남구 "헝그리 정신 환영"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이 채용설명회에 강연자로 나서 발표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한국투자증권의 본업은 금융업이다. 기본적으로 정보통신(IT), 블록체인, 증권형토큰 발행(STO)은 결국 더 나은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다."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은 14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에서 열린 한국투자증권 채용설명회를 찾아 이 같이 이야기했다.  

고려대 83학번인 김 회장은 이날 300여 명의 후배와 취업준비생들이 모인 가운데 증권업 전반에 대한 통찰을 공유했다. 

그는 최근 증권업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정보통신(IT), 블록체인, 증권형토큰 발행(STO) 등 이슈에 대해 결국 이들은 금융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의 본질은 금융사인 만큼 이들이 금융서비스를 위한 조력자의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는 뜻이다.

김 회장은 "한국투자증권이 플랫폼을 이용해 여러 비즈니스를 하지만 금융사에서의 IT 역할은 사용자를 편하게 해주는 것이다"며 "더욱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방법이다"고 말했다. 

최근 증권업계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STO에 대해서도 같은 입장을 유지했다. 금융 서비스에 블록체인 등 새로운 기술의 도입이 사용자에게 도움이 된다면 활용하겠지만, 아직까지 자신은 회의적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검토를 해봤지만 현재로서는 과연 STO가 새로운 먹거리가 될 수 있을지 다소 보수적인 입장이다"며 "한우, 미술품 등 대중화되기 어려운 사례를 제외하면 부동산 투자의 비중이 가장 클 텐데 부동산 리츠 등 현재 상용화된 상품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금융업의 전망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출산율이 줄어드는 상황 속에서 제조업은 상대적인 경쟁력을 잃고, 금융의 생산성이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그는 "제조업은 좋은 기계를 사용하면 더욱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며 "하지만 금융업은 자금을 운용하는 사람에게 지금보다 100배 높은 자금을 운용하게 해도 운용할 수 있다. 수 십배 정도는 생산성이 더 뛸 수 있는 분야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이날 2시간 내내 강연자로 나섰다. 30분 가량 강연과 한국투자증권에 대한 소개를 마친 뒤엔 90분 내내 학생들의 질문을 받고 대답하는 방식으로 적극적인 소통에 나섰다.

김 회장은 이번으로 21년째 채용설명회에 개근했다. 김 회장은 2023년부터 채용설명회에 강연자로 참여했는데 코로나19의 영향이 미쳤던 2020년, 2021년에도 온라인, 소규모 오프라인 행사장을 활용해 채용설명회에 참석했다. 

오너경영자로써는 이례적인 행보로 김 회장의 인재중심 경영이 잘 드러난 대목이다.
 
[현장] 한투증권 캠퍼스 채용설명회 '21년 개근' 김남구 "헝그리 정신 환영"

▲ 15일 고려대에서 열린 한국투자증권 채용설명회에는 약 300여명의 학생이 모여 강당을 가득 메웠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날 김 회장은 "자신은 21년째 그룹에 들어온 모든 사람들의 면접을 챙긴다"며 "1년에 500명 정도 직접 면접관으로 나서 면접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가장 존경하는 인물에 대해 묻는 질문에도 "당시 한신증권 시절부터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이 하늘에 별보다 많다고 느꼈다"며 "점점 회사가 성장하고 커짐에 따라 더욱 우수한 인재들이 들어왔는데 그 점이 자신의 인생에 있어 '최고의 행운'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인재에 대한 높은 관심과 애정을 드러냈다.

이날 김 회장이 한국투자증권의 인재상으로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헝그리 정신'이다.

그는 '가장 배가 고픈 사람'만 한국투자증권에 오라며, 무언가를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결심한 사람들에게 최고의 전문가로 자라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다고 제안했다. 

김 회장은 "자신이 회사에서 연봉을 가장 많이 받는 사람이 아니다.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갈까 말까 하는 정도다"며 "회사의 성장에 기여를 많이 하는 사람이 더욱 많이 받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한국투자증권은 대한민국 어느 회사보다 인센티브 제도가 잘 만들어져 있어 성과에 대해 제대로 보상을 해주는 회사다"며 "반대로 성과가 나지 않으면 그만큼 회사 생활하기가 힘든 회사가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시종일관 진솔한 태도로 학생들의 질문에 답했다. 

왜 증권업을 택했냐는 질문에 "사실 증권업의 장래성이란 게 지금처럼 뚜렷하게 보였던 것도 아니다"며 "단순히 이미 세계적 입지에 오른 동원보다 증권사의 성장 여력이 클 것 같았다"고 말하며 웃었다.

당시 한신증권이 지점에서 고객과 장기, 바둑을 둔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체계가 잡혀있지 않은 회사였던 만큼 자신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비교적 많아 보였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일본 유학을 마친 뒤 1991년 동원증권 지점에 입사한 뒤로 30년 동안 증권업계에 종사하고 있다. 

김 회장은 설명회를 마치며 취업준비생들을 상대로 "장래를 생각해 10년, 20년 뒤의 모습을 떠올리며 지원해주길 바란다"며 "여러분 스스로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김 회장과 14일 고려대학교에 이어 18일 서울대학교에서 열리는 채용설명회에 참석한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은 12일 연세대학교에 이어 21일 한양대학교에서 열리는 설명회에 강연자로 나선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