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유인촌 대통령실 문화체육특별보좌관(문화특보)이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장관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커졌다.

유 특보는 대통령실 문화특보를 맡아 국내 콘텐츠 시장 경쟁력에 강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유 특보와 함께 이명박 정부에 몸담았던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역시 콘텐츠 경쟁력을 강조하고 있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으로 재등판 예고, 이동관과 함께 넷플릭스 대항마 만드나

▲ 유인촌 대통령실 문화체육특별보좌간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될 것이란 전망이 많아지면서 향후 콘텐츠 경쟁력 강화 추진 여부에 관심이 모인다. 사진은 유인촌 문화특보가 7월7일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위촉장을 수여받기 위해 입장하는 모습. <연합뉴스>


유 특보가 두 번째 장관직을 수행하면서 이 위원장과 함께 '넷플릭스 대항마'를 키워낼지 주목된다.

12일 정치권 안팎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이 소폭 개각 단행을 검토하고 있다. 문체부 장관으로 유인촌 대통령실 문화특보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특보는 지난 7월 대통령실 문화특보에 임명된 뒤 문화예술 정책 자문 역할을 해왔다.

유 특보가 MB정부에 이어 두 번째 문체부 장관을 맡게 되면 국내 콘텐츠 사업 구조 재편에 주력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유 특보는 8월 말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정부 지원금으로 유지되는 국내 문화예술 분야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화·예술도 경쟁을 통해 살아남아야 한다"며 "좁은 문을 만들어 철저히 선별해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을 확실하게 밀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본과 권력에서 독립하겠다는 영화들까지 왜 정부가 돈을 줘야 하나”며 “생계 보조형 지원은 그만해야한다”고 바라봤다.

유 특보는 KBS·MBC·SBS 등 지상파 3사가 공동 투자해 만든 온라인동영상 서비스(OTT) ‘웨이브’가 실패했다고 지적하며 자본을 통한 국내 콘텐츠 경쟁력 강화로 ‘넷플릭스’에 대항해야 한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그는 "웨이브가 망하는 사이 넷플릭스는 막대한 자본을 가지고 들어와 불공정계약은 물론 인건비만 올려놨다"며 "영화, 게임, 애니메이션 등 장르의 칸막이를 없애고 융·복합 지원 시스템을 구축해야한다"고 바라봤다.

문체부 장관과 함께 방송·미디어 정책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이동관 방통위원장도 규제혁신을 통해 콘텐츠 산업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으로 재등판 예고, 이동관과 함께 넷플릭스 대항마 만드나

▲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9월1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3 방송통신위원회 방송대상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에게 축하의 말을 전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위원장은 전날 방통위 방송대상시상식에서 "방송사업에 대한 경직된 재허가·재승인 제도를 전면 개선해 방송사가 콘텐츠 경쟁력과 서비스 혁신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국내 방송콘텐츠 산업이 거대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콘텐츠 공급처 역할을 넘어 더욱 큰 폭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7월 말 방통위원장 후보자로 지명됐을 때 "규제혁신과 정책지원을 통해 한국이 글로벌 미디어 산업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넷플릭스 같은 콘텐츠 거대 유통기업이 나와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8월에 펴낸 ‘2023 국정감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이슈보고서’에서 콘텐츠 산업의 효율성을 위해 미디어 관련 규제를 통합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입법조사처는 보고서에서 “학계와 산업계 관계자들은 주요 개정 검토사항으로 공영방송과 관련된 법・규제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OTT를 어떻게 법체계에 흡수・포섭할 것인가, 전통 미디어의 규제를 어떻게 완화할 것인가 등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디어 주무부처 수장인 이 위원장이 관련 규제 개선에 나서면 콘텐츠 분야 문체부 장관인 유 특보가 선별적 진흥 및 지원 정책에 나설 가능성이 점쳐진다.

다만 윤석열 정부의 콘텐츠 정책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현재 정부여당이 공영방송에 강한 반감을 표출하며 방송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자본의 공영방송 지배를 허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정옥임 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7월28일 YTN 나이트포커스에서 이동관 방통위원장 임명과 콘텐츠 경쟁력 강화에 관해 “(윤석열 정부가) 넷플릭스 같은 유통기업을 얘기하고 BBC 같은 공영방송도 거론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KBS 2TV가 없어지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며 “그것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입법조사처도 “미디어・콘텐츠산업의 발전 및 사업의 효율적 추진 측면에서 (법안이) 입안되더라도 방송의 공적책무를 중요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유 특보는 이명박 정부 시절 문화예술 분야가 위축되는 원인을 제공한 인물로 꼽히기도 한다. 국가정보원이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계 인사를 조직적으로 탄압하는 데 주도적으로 참여했다는 의혹을 받기 때문이다.

유 특보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블랙리스트와 전혀 관련이 없다고 부인하며 특보로서 윤석열 정부의 문화예술정책의 새 틀을 잘 짜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유 특보는 “내가 그들을 탄압했다면 지금까지 우리 문화·예술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겠나”라고 반문하면서도 “나랏돈으로 국가 이익에 반하는 작품을 만드는 게 말이 되느냐”는 견해를 내비쳤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