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M 공모가 높이기 총력, 삼성전자 TSMC 애플 엔비디아 '지원군 효과' 기대

▲ ARM이 상장을 추진하며 기업가치를 당초 계획보다 높은 수준으로 인정받으려 한다. 캘리포니아 산호세에 위치한 ARM 사옥. < ARM >

[비즈니스포스트] 일본 소프트뱅크의 반도체 설계 자회사 ARM이 미국 증시 상장을 추진하며 공모가를 당초 계획보다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TSMC, 애플과 엔비디아 등 주요 협력사를 초기 투자자로 끌어들이려는 ARM의 시도가 기업가치를 유리하게 인정받도록 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로이터에 따르면 ARM은 미국증시 상장 과정에서 기업가치를 545억 달러(약 72조6천억 원) 이상으로 인정받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당초 ARM의 목표는 520억 달러 안팎으로 예상됐는데 이를 상회하는 수치다.

로이터는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ARM이 상장 과정에서 투자자들의 높은 수요를 확인한 뒤 기업가치 목표를 높이고 있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ARM은 미국증시에 약 9.4%의 지분을 상장하려는 계획을 두고 있다. 기업가치 목표를 반영하면 모회사인 소프트뱅크가 50억 달러(약 6조7천억 원) 가까운 자금을 조달하게 되는 셈이다.

소프트뱅크는 2016년 ARM을 320억 달러에 인수했다. 이후 엔비디아에 400억 달러를 받고 매각을 추진했으나 주요 국가의 독점금지규제 심사를 통과하지 못 해 무산됐다.

결국 ARM을 미국증시에 상장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소프트뱅크의 선택이 큰 이득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그동안 파이낸셜타임스 등 주요 외신과 다수의 증권가 전문가들은 소프트뱅크가 ARM의 기업가치를 500억 달러 이상으로 인정받으려 하는 일이 무리한 시도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었다.

그러나 소프트뱅크가 ARM의 성공적 기업공개(IPO)에 자신감 있는 태도를 보이면서 이러한 관측이 빗나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ARM이 목표로 하는 기업가치는 P/E(주가수익률)을 엔비디아에 맞먹는 수준으로 산정한 것이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급증으로 가파른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을 이어가고 있는 엔비디아와 비슷한 성장 잠재력을 시장에서 인정받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셈이다.

ARM이 이처럼 높은 기업가치를 달성하겠다는 데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배경으로는 전 세계 대형 반도체기업 및 IT기업을 ‘동맹군’으로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 꼽히고 있다.

현재 ARM의 반도체 설계 기반은 삼성전자와 애플, 퀄컴 등 다양한 반도체기업에서 쓰이고 있다. TSMC와 인텔, 엔비디아 등 기업도 파운드리 및 인공지능 반도체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
 
ARM 공모가 높이기 총력, 삼성전자 TSMC 애플 엔비디아 '지원군 효과' 기대

▲ ARM의 인공지능 반도체 관련 이미지. < ARM >

ARM은 이러한 기업들과 굳건한 협력 관계를 갖추고 있다는 점을 투자자들에게 강조하기 위해 여러 협력사를 상장 과정에서 초기 투자자로 끌어들이는 전략을 쓰고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 TSMC, 인텔, 엔비디아는 물론 AMD, 구글 지주사 알파벳, 아마존 등 기업들이 ARM 지분을 대량으로 매수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TSMC 등 기업은 ARM에 투자 참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러한 대형 반도체기업 및 IT기업을 투자자로 끌어들이는 일은 ARM이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차지하는 중요성과 성장성을 시장에 증명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이들 기업이 ARM을 그만큼 중요한 협력사로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로 읽히기 때문이다.

ARM이 이처럼 강력한 지원군을 앞세워 투자 유치에 나선 만큼 기업공개를 성공적으로 이뤄내는 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전 세계 ‘블루칩’ 기술 기업의 투자 참여는 ARM 기업공개에 엄청난 관심을 불러왔다”며 “ARM 주식은 상장 규모도 적어 프리미엄 자산에 해당한다”고 바라봤다.

다만 파이낸셜타임스는 기업공개를 앞두고 이처럼 많은 정보가 흘러나오고 있다는 데 부정적 태도를 보이며 투자자들이 이러한 ‘잡음’에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는 비판도 내놓았다.

ARM이 기업가치 목표를 상당히 공격적으로 내놓았지만 실제로 상장을 추진하면서 이러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의미다.

현재 ARM에 지분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여러 협력사도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고평가되었다고 판단하면 대량으로 주식을 매수하려 할 가능성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블룸버그는 “상장을 시도하는 기업들이 가치 상승을 위한 모멘텀을 만들어내려 하는 것은 흔한 일”이라며 “아직 최종 결정은 내려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