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1.8나노 공정으로 모바일 반도체 뛰어든다, 애플 퀄컴 위탁생산 가능성

▲ 인텔과 ARM이 모바일 반도체 파운드리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ARM의 반도체 설계기술 안내 이미지. < ARM >

[비즈니스포스트] 인텔이 ARM과 협력을 통해 1.8나노급(18A) 파운드리 미세공정을 모바일 프로세서 위탁생산에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애플 또는 퀄컴이 아이폰과 갤럭시 등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차세대 고성능 모바일 프로세서에서 인텔 파운드리와 협력할 만한 기업으로 거론되고 있다.

11일 IT전문지 WCCF테크에 따르면 인텔이 2025년 도입을 계획하고 있는 1.8나노급 공정으로 모바일용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에 적극 뛰어들 가능성이 고개를 든다.

궈밍치 TF인터내셔널증권 연구원은 인텔과 ARM이 앞으로 폭넓은 분야에서 협력 기반을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하며 이러한 관측을 내놓았다.

인텔은 18A 공정을 파운드리 사업에 활용하기 위해 ARM과 정식 협업 계획을 발표한 상태다.

궈밍치는 ARM의 반도체 설계기반을 활용하는 고객사들이 인텔 파운드리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비용과 리스크를 줄이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ARM은 현재 전 세계 거의 모든 모바일 프로세서에 쓰이는 반도체 설계기반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애플과 삼성전자, 퀄컴과 미디어텍 등이 포함된다.

WCCF테크는 더 나아가 ARM이 직접 모바일 반도체를 개발해 인텔 18A 공정에 위탁생산을 맡길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았다.

하지만 ARM이 선보이는 모바일 반도체는 애플이나 퀄컴 등 기업과 경쟁하기 위한 목적보다는 사실상 인텔의 파운드리 기술을 홍보하기 위한 제품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인텔 18A 공정으로 고사양 모바일 프로세서를 생산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한다면 외부 고객사들이 더 활발하게 인텔 파운드리 활용을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애플과 퀄컴, 미디어텍이 개발하는 모바일 프로세서는 거의 다 TSMC의 파운드리 생산라인에서 제조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자사 파운드리를 활용한다.

인텔은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와 비교해 후발주자인 만큼 18A 공정을 도입하더라도 초반부터 대형 고객사 주문을 수주하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모바일 반도체는 인텔의 약점으로 꼽히는 분야인 만큼 고객사들에 충분한 신뢰를 얻기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바일 프로세서 설계기반을 사실상 독점 공급하는 ARM이 인텔과 협력을 강화한다면 고객사들도 이러한 우려를 어느 정도 덜고 인텔과 협업을 추진하게 될 수 있다.
 
인텔 1.8나노 공정으로 모바일 반도체 뛰어든다, 애플 퀄컴 위탁생산 가능성

▲ 인텔의 미국 오하이오 반도체공장 조감도. <인텔>

인텔의 18A 공정으로 모바일 프로세서를 생산할 만한 유력한 기업으로는 애플과 퀄컴이 거론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인텔과 같은 자국 반도체 기업을 육성해 TSMC에 의존을 낮추려는 의도를 두고 있어 애플과 퀄컴 등 미국 기업을 압박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대만 미디어텍은 최근 TSMC의 3나노 미세공정으로 차기 모바일 프로세서 생산 계획을 발표하며 앞으로 이러한 협력 관계를 계속해 이어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삼성전자 역시 자체 파운드리 생산라인을 두고 인텔에 반도체 위탁생산을 대신 맡길 가능성은 희박하다.

결국 인텔 역시 애플이나 퀄컴의 모바일 반도체 위탁생산을 목표로 두고 ARM과 협력을 강화하며 수주 역량을 높이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WCCF테크는 “ARM과 인텔은 모바일 분야에 큰 영향력을 미치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며 “ARM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다만 애플 역시 TSMC와 굳건한 협력 관계를 장기간 유지하고 있고 퀄컴은 ARM에 의존을 낮추려 하는 만큼 인텔이 모바일 반도체 파운드리에 진출하는 일은 쉽지 않을 수 있다.

ARM과 인텔이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에 진출 확대를 궁극적 목표로 두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텔은 18A 공정으로 인공지능 분야에서 성장 기회를 잡겠다는 계획을 강조하고 있다. ARM 역시 모바일 대신 인공지능 반도체를 성장 동력으로 키워내는 데 역량을 쏟고 있다.

결국 모바일 반도체가 인텔과 ARM의 협력에서 주요 사업으로 자리잡기보다 인공지능 반도체로 영역을 넓히기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데 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궈밍치는 “ARM이 인텔 파운드리를 활용해 순조롭게 반도체를 생산한다면 슈퍼컴퓨터와 같은 분야에서 인텔이 다른 고객사를 확보하는 데 힘을 실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