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디즈니 인수하기 쉽지 않다, 미국 독점규제와 기업문화 차이가 걸림돌

▲ 애플이 디즈니를 인수하려면 여러 난관을 거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애플 기기에서 사용할 수 있는 디즈니 스트리밍 서비스 안내 이미지. <디즈니>

[비즈니스포스트] 애플이 디즈니를 인수해 미디어 관련 사업을 강화하려 할 것이라는 전망이 꾸준히 나오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는 미국 CNBC의 평가가 나왔다.

실제로 인수 절차가 진행된다고 해도 미국 공정거래위원회(FTC)의 독점금지 규제를 피하거나 기업문화 차이를 극복하는 일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7일 CNBC에 따르면 애플이 디즈니 인수를 추진할 수 있다는 예측이 증권사와 언론에서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CNBC는 애플 시가총액이 3조 달러(약 4천조 원)에 육박하고 디즈니 시가총액은 1500억 달러(약 200조 원) 수준에 불과해 애플의 인수가 금전적으로 큰 부담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밥 아이거 디즈니 CEO가 2019년 펴낸 자서전을 통해 애플과 합병을 생각해본 적이 있다고 밝히기도 하는 등 애플의 인수 가능성은 꾸준히 화제에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CNBC에 따르면 밥 아이거는 최근에도 디즈니 임직원들에 스티브 잡스 전 애플 CEO와 관련된 책을 선물하는 등 애플과 꾸준한 연결고리를 강조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스티브 잡스는 2011년 사망하기 전까지 밥 아이거 CEO와 오랜 친분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CNBC는 디즈니를 애플에 매각하는 일이 밥 아이거에게 ‘최고의 결말’을 선사해줄 수 있다고 바라봤다. 그가 항상 이러한 시나리오를 꿈꿔왔다는 것이다.

애플과 디즈니는 각각 전 세계 IT와 미디어 분야에서 최고의 브랜드를 갖춘 기업으로 합병을 통해 상당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주요 고객층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CNBC는 애플이 디즈니 테마파크와 케이블TV 방송 등을 모두 사들이는 데는 관심이 없을 것이라며 이는 오히려 사업에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았다.

애플이 신사업인 증강현실 분야 콘텐츠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디즈니를 인수할 가능성도 떠오르지만 CNBC는 이러한 이유가 인수합병을 추진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디즈니가 애플에 매각을 추진하기 어려운 더 현실적인 이유도 지목됐다. 미국 공정거래위가 최근 대규모 인수합병에 반대하는 기조를 뚜렷하게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CNBC는 공정거래위가 대형 IT기업의 인수합병을 특히 민감하게 바라보고 있어 애플의 디즈니 인수에 독점금지 규제를 들어 승인을 내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바라봤다.

애플과 디즈니가 소송을 통해 규제를 무효화하려 할 수도 있지만 이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복잡하다는 점도 무리하게 인수를 추진하지 않을 만한 이유로 제시됐다.

두 기업의 조직문화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인수합병 추진이 어려운 배경으로 꼽힌다.

CNBC는 과거 인수합병 사례를 볼 때 대형 미디어 기업의 조직문화 및 추구하는 가치가 흔들리는 일은 큰 피해로 돌아올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전했다.

디즈니가 애플에 인수된다면 애플의 조직문화에 융화되는 과정에서 비슷한 일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CNBC는 “언젠가는 애플이 디즈니를 인수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불가능한 일로 보인다”며 “엄격한 기준을 두고 있는 애플의 DNA에 인수합병은 당분간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