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충희 기자 choongbiz@businesspost.co.kr2023-08-29 11:3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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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글로벌 아이돌 프로젝트를 통해 하이브의 미국 내 입지를 더 견고하게 다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29일 하이브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산타모니카에 위치한 IGA 스튜디오에서 글로벌 아이돌 프로젝트인 ‘더 데뷔 드림아카데미’ 글로벌 기자간담회를 열고 20명의 예비멤버들의 면면을 공개했다.
▲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25일 미국 현지 파트너인 게펜스튜디오 관계자와 대화하고 있다. <하이브>
미국을 비롯해 벨라루스, 아르헨티나, 필리핀, 브라질, 호주, 스위스, 스웨덴, 슬로바키아에서 온, 기존 K팝 아티스트들과 확연히 다른 국적과 인종으로 구성된 멤버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방 의장은 이 자리에서 "오래 전부터 다양한 국가 출신의 인재들을 육성하고 이들과 함께 K팝 스타일의 글로벌 그룹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해왔다"며 “오랜 꿈을 현실화시키며 공유할 수 있게 돼서 진심으로 기쁘다"고 말했다.
앞으로 하이브는 현지에서 진행되는 공개오디션프로그램을 통해 최종 데뷔멤버를 선발하기로 했다.
이 프로그램이 미국 현지에서 진행되며 5명의 미국 국적 예비멤버들도 참가한다는 점을 봤을 때 하이브가 현지팬을 대상으로 인기몰이를 하기가 한결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
방 의장은 앞서 25일 미국 현지파트너와 대담에서 "아무래도 본인의 문화적 배경이나 국가적인 배경들이 유사한 친구들에 대해서 조금 더 애착을 가질 거고 또 그런 마음이 있음에도 자기가 더 끌리는 재능을 가진 친구를 더 응원하게 된다"고 말했다.
▲ ‘더 데뷔 드림아카데미’ 멤버들. <하이브>
이번 글로벌 아이돌 프로젝트는 기존 K팝의 한계로 여겨진 국적과 인종을 뛰어넘는 시도로 풀이된다.
그동안 글로벌 아이돌의 간판을 내걸었던 그룹이 없지는 않았지만 주로 동아시아 국적이거나 동아시아계 이민자 자녀들이 주축이 됐다. 인종적으로 구분이 된다는 점이 K팝의 한계로 작용해 팬덤이 다인종으로 뻗어가는 것을 힘들게 했으며 나아가 미국 주류사회에 침투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미국 K팝 청취자의 29.7%가 한국계 미국인을 포함한 동양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전체인구에서 동양인 비율이 6% 남짓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여전히 동양인 중심의 문화에 머물고 있다고 해석해볼 수 있다.
주류사회와 거리를 좁히지 못하면서 미국 현지음악시상식에서 K팝 아티스트가 견제를 받는 일도 있었다. 빌보드가 순위표 산정기준을 변경하거나 아메리칸뮤직어워드가 K팝을 별도의 장르로 분리해 시상한 것 등이 사례로 꼽힌다.
방 의장은 이런 미국 내 분위기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방 의장은 3월 K팝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관훈포럼에 나와 "글로벌 메이저 음악기업들과 비교해 K팝 기업들의 글로벌 영향력이 아직 미미하다"며 "미국 등의 주류 음악시장에서 K팝의 성장률이 둔화되는 점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번 오디션을 거쳐 미국 팬들이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아티스트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하이브의 미국 내 입지도 더 단단해질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는 미국 진출을 위해 조 단위 자금을 동원해 다수의 현지레이블을 공격적으로 인수하고 있으나 미국법인의 적자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인수한 현지레이블에서 아티스트 이탈설이 나오는 등 내실을 챙기지 못하고 있다는 시선을 받기도 한다.
하이브아메리카는 2019년 설립된 이후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 하이브아메리카는 2020년 6억 원, 2021년 80억 원, 2022년 1253억 원의 순손실을 냈다.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