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미국의 반도체 규제에 우회전략, 인재 영입과 기술 투자에 대규모 지원

▲ 중국이 비밀리에 해외 반도체 인력을 영입한다는 로이터 보도가 나왔다. 미국에 제재를 받는 화웨이 또한 기업 이름을 숨기고 반도체공장을 중국에 다수 신설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산업 성장을 막기 위해 수출제한 등 다양한 규제 정책을 내놓자 중국 정부가 막대한 자금을 들여 적극적으로 우회전략을 시도하고 있다.

세계 반도체 전문인력을 영입하기 위해 대규모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화웨이를 비롯한 주요 기업에 수십 조 원 단위의 보조금을 제공하는 등 방식이다.

24일(현지시각)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은 해외 반도체 기술자를 영입하기 위해 1명당 최대 70만 달러(약 9억2620만 원)의 일회성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있다. 

로이터는 중국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작성한 500여 개 이상의 정부 문서를 분석해 이렇게 보도했다.

중국 당국이 반도체 인력 유치에 이처럼 거액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이유는 미국의 견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미국 상무부가 2022년 10월부터 미국 시민과 영주권자를 대상으로 중국 기업의 반도체 개발 및 제조 관련 직무에 취업하는 것을 제한하는 정책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중국의 이러한 반도체 인재 영입 과정은 비밀리에 진행되고 있다. 미국의 추가 규제를 자극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로이터는 “중국의 인재 유치는 미국의 규제 정책에 대응해 반도체 자립을 달성하기 위한 시도”라며 “반도체 기술 인력을 공개적으로 모집하지 않고 중국 중앙정부 홈페이지에도 관련 내용이 없다는 점은 해당 정책의 민감성을 반영한다”고 해석했다. 

로이터는 미국 정부 관계자들의 발언을 인용해 중국이 미국에서 인재를 데려가면 기밀 정보가 유출되거나 수출 규제 위반의 소지가 있는 등 민감한 문제가 벌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2008년부터 2018년까지 ‘천인계획(TTP)’이라는 이름의 반도체 산업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해외에서 훈련받은 반도체 기술자를 중국 반도체 업계로 영입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중국에 반도체 인재와 기술 유출을 방지하는 정책을 시행하자 해당 프로그램은 중단됐다. 

로이터의 보도를 통해 밝혀진 중국의 새 인재 영입 프로그램은 이러한 정부 주도 인재 영입이 ‘시즌2’에 접어들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시진핑 정부는 이러한 방식으로 3기 체제를 개막하며 강조한 인재 확보의 중요성과 자국 기술 내재화 노력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지난해 말 시진핑 주석은 연임에 성공해 3번째 임기를 시작하며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를 겨냥한 발언을 다수 내놓았다.

이 가운데는 외부의 압력을 방어하기 위해 첨단 기술 분야에서 핵심 인재를 육성하고 자체적으로 경쟁력 있는 기술력을 확보하는 데 힘써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시진핑 정부의 이런 기조는 중국이 인재 영입에 그치지 않고 자국 기업의 반도체 기술 개발을 돕는 사례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블룸버그의 23일자 보도에 따르면 중국 최대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가 중국 전역에 ‘비밀 반도체’ 시설을 짓고 있는 정황이 나타났다.
 
중국 미국의 반도체 규제에 우회전략, 인재 영입과 기술 투자에 대규모 지원

▲ 사진은 6월28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 모바일 전시회에 한 참가자가 휴대폰을 보고 있는 모습. 뒤편으로 화웨이 기업 로고가 보인다. <연합뉴스>

화웨이는 현재까지 2곳의 반도체 공장을 인수하고 3곳 이상의 공장을 신설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는 블룸버그를 통해 화웨이가 이미 300억 달러(약 39조7464억 원) 규모의 중국 정부 지원금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우수한 기술력을 갖추고 있는 화웨이를 중국 정부에서 대표주자로 선정해 직접 육성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 정부의 인재 영입 프로그램이 비밀리에 진행되는 것과 같이 화웨이의 반도체공장 건설 및 운영 또한 비공개로 진행된다. 이 또한 미국 정부의 규제 강화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된다.

블룸버그는 미국 반도체산업협회의 분석을 인용해 “화웨이는 다른 이름을 써가면서 생산설비를 건설하고 반도체공장을 운영한다”며 “협력사들이 화웨이와 연관성을 모른 채 반도체장비나 부품을 납품하게 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2019년 5월 화웨이가 중국 정부 및 군부와 긴밀히 연결돼 있다는 이유로 화웨이 통신장비와 스마트폰 등 제품 수입을 금지하고 미국 기업과 거래를 제한하는 제재안을 통과시켰다. 

블룸버그는 “인텔과 격차가 났던 TSMC와 삼성전자도 인텔을 따라잡고 반도체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며 “중국 정부의 대규모 투자를 받는다면 화웨이와 같은 기업 또한 첨단 공정 반도체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