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슬라가 '모델S'와 '모델X' 신모델을 내놓았다. 기존 제품보다 주행거리는 소폭 줄었지만 가격을 인하했다. 사진은 7월23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전기차 박람회'에 소개된 테슬라 모델X가 팔콘 윙 도어를 연 모습.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테슬라가 기존 고급 모델에서 주행거리는 소폭 줄이고 가격은 크게 낮춘 새 모델을 미국에 출시했다.
테슬라 고급모델 가격대가 루시드모터스의 주력 차량들보다 낮아지면서 루시드모터스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15일(현지시각) 로이터에 따르면 테슬라는 전기차 세단인 ‘모델S’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X’의 신제품을 각각 7만8490달러(약 1억504만 원)와 8만8490달러(약 1억1840만 원)로 책정해 미국 시장에 내놓았다.
기존 동일 모델과 비교해 각각 1만 달러(약 1338만 원)씩 낮아진 가격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테슬라가 새로 출시하는 차량의 핵심 부품은 기존 모델에 탑재되는 부품과 같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1번 충전으로 최대한 이동할 수 있는 주행거리가 기존 모델보다 80여 마일(약 130㎞) 가량 감소한다.
테슬라 관계자는 로이터를 통해 “새로 나오는 제품은 기존 제품과 동일한 배터리와 모터를 탑재했다”면서 “소프트웨어를 통해 주행 거리를 제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테슬라는 2023년 수차례에 걸쳐 차량 판매 가격을 내렸다.
전기차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자 테슬라가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가격을 인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5일 보도를 통해 테슬라가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차량 가격을 연이어 낮춘 것으로 분석했다.
테슬라의 가격 인하 정책이 효과적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테슬라가 차량 가격을 연달아 인하하면서 2023년 차량 판매량이 급증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1월 “차량 가격 인하가 (테슬라 차량에 관한) 구매자의 관심을 키웠다”고 말했다.
머스크 CEO는 가격을 낮춰 차량 1대당 이윤이 줄어들더라도 판매량을 늘리는 것이 우선이라는 견해를 콘퍼런스콜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밝혔다.
▲ 테슬라의 고급 전기차 가격이 낮아지면서 비슷한 가격대의 차량을 주력으로 판매하던 루시드모터스가 직격타를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은 지난 2021년 9월27일 미국 애리조나주 쇼핑몰에 전시된 루시드 에어 세단. <연합뉴스> |
이번에 가격이 인하된 모델S와 모델X는 테슬라의 전기차 가운데 대표적인 고급 모델이다.
부품은 동일하면서도 가격을 낮춘 고급 모델이 출시되면서 유사한 가격대의 제품군을 주력으로 삼는 루시드모터스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테슬라 전문매체 테슬라라티는 16일 보도를 통해 럭셔리 전기차 ‘에어 세단’을 주력으로 판매하는 루시드모터스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분석했다.
테슬라라티에 따르면 테슬라의 모델S와 경쟁 제품인 에어 세단 퓨어는 현재 미국에서 8만2400달러(약 1억1028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테슬라의 모델S 새 제품보다 4000달러(약 534만 원) 높은 가격이다.
루시드모터스는 8월7일에 이미 자사 차량들의 판매 가격을 인하한 적 있다. 에어 세단 퓨어의 현재 가격도 이 시점에 책정됐다.
루시드모터스가 가격을 인하한 지 1주일 만에 테슬라가 경쟁 차량을 더 저렴한 가격에 출시한 셈이다.
테슬라라티는 “가격이 전기차 경쟁에 핵심 요소가 됐다”며 “소비자는 차량을 선택하기 더 쉬워졌지만 루시드모터스엔 더욱 어려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루시드모터스는 전기차시장의 후발주자로 사업 초기 ‘제2의 테슬라’라고 불리며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전기차 부품 원재료값 상승과 공급망 불안정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으며 손실이 누적되고 있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로부터 수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고 슈퍼카 브랜드인 애스턴 마틴에 기술 공급 계약을 맺으며 재정 상황에 숨통이 트였지만 테슬라가 가격을 인하하면서 차량 판매에 어려움을 겪을 공산이 커졌다.
특히 루시드모터스의 주력 판매 모델이 테슬라가 가격을 인하한 고가 모델과 가격대 및 소비자층이 겹치면서 영향이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테슬라가 가격 인하를 발표한 15일 루시드그룹의 주가는 5.32% 하락한 6.41달러에 장을 마쳤다. 시간 외 거래에서도 15일 종가보다 0.16% 하락한 가격에 사고팔리고 있다.
루시드모터스의 판매가 부진할 것으로 투자자들이 전망하고 있다는 점이 이미 주가를 통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이근호 기자